토머스 쿠리안 구글 클라우드 서비스 최고경영자(CEO)가 9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19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행사에서 경영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토머스 쿠리안 구글 클라우드 서비스 최고경영자(CEO)가 9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19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행사에서 경영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국내에서 매년 수조원을 버는데도 국세청이 법인세 한 푼 못 거두는 기업이 있다. IT 공룡으로 불리는 구글이다. 구글은 검색, 유튜브 동영상 광고 등으로 한국 시장에서만 매년 5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

구글은 작년에만 구글플레이 앱 판매로 5조4098억원(정부 추산)의 매출을 올렸다. 유튜브 동영상 광고 매출액은 2018년 상반기에만 1169억원(디지털 조사업체 메조미디어 자료)에 달했다. 하지만 구글이 한국에 내는 세금은 부가가치세 등 비교적 세율이 낮은 세금뿐이어서 구글의 전체 세금(법인세·부가가치세 등의 총합) 납부액은 연간 20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매출 규모가 비슷한 네이버가 내는 세금(4321억원·2016년 기준)의 2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서버 등 고정사업장을 해외에 두고 국내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법인세 과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그러나 구글만 탓할 게 아니다. 글로벌 IT 기업의 세금 회피 논리를 면밀히 분석한 뒤, 국내 규제를 개선해 어떻게든 과세할 방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원칙을 피해 영업하고 있는 구글을 규제할 방법을 알아봤다.


1│고정사업장 한국 유치 유도해야

구글이 법인세를 내지 않는 이유는 서버 등 설비가 있는 고정사업장을 한국(25%)보다 법인세율이 낮은 싱가포르(17%), 아일랜드(12.5%) 등 해외에 두고 영업하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고정사업장이 국내에 있는 기업에만 법인세를 부과한다. 이에 따라 구글에서 법인세를 받기 위해서는 국내에 고정사업장을 설치토록 유도하는 조치가 필요한 상태다. 고정사업장을 국내에 두면 법인세를 과세할 수 있는 근거가 확실해진다.

클라우드 서비스에서는 이미 고정사업장을 국내에 두도록 유도하는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개별 회사 전산실에 서버를 갖추는 대신 구글 등 IT 기업들이 설립한 대용량 데이터센터 저장 공간을 빌려 쓰는 서비스를 말한다. 인터넷에 접속하면 빌린 데이터센터 저장 공간을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 1월 공공기관이나 금융회사가 구글 등 IT 기업들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반드시 국내에 서버(고정사업장)를 둬야 한다는 규제를 도입했다. 공공기관이나 금융회사의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은 현재 2조원이고 2021년에는 3조4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자 구글은 즉각 반응했다.

구글이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구글클라우드코리아’ 법인을 설립하고 내년 초에 서울에 서버를 갖춘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행사에서 도미니크 프레우스 구글 제품관리 총괄이사는 내년 초 서울에 지역본부(리전)를 만들어 고객들이 각종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법률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국가에서 세법을 준수하고 있고 서울 데이터센터가 설립돼도 이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금융회사와 공공기관 등 고객 회사들이 있는 상태에서 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규제로 국내에 서버를 둬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자 구글이 법인세를 내기로 한 것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데 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규제를 도입하면 세금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세법을 개정해 고정사업장 개념을 좀 더 확장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 세법에서 IT 서비스에 대해서는 서버의 위치를 기준으로 고정사업장을 판단하는데 서버의 위치뿐 아니라 한국어 홈페이지 등을 개설하는 것도 고정사업장을 국내에 둔 것으로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고정사업장의 범위가 너무 협소해서 해외에 서버를 두는 식의 편법을 사용하는데 이 개념을 확장하면 과세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IT 기업의 서비스에 대해서는 미국에서도 고정사업장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 미국의 각 주(州)는 자율적으로 정한 세율에 따라 판매세(국내 부가가치세와 비슷한 세금)를 부과하는데 판매세는 고정사업장이 주 내에 위치해야만 부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우스다코타주는 주 안에 고정사업장을 두지 않은 전자상거래 기업이라도 주 안에서 10만달러 이상 사업을 하거나 연간 200건 이상 거래하면 판매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고,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6월 사우스다코타주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판매세율이 낮은 주에 본사를 두고 주된 사업은 판매세율이 높은 주에서 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회피해왔던 전자상거래 기업이 많았는데 기존의 고정사업장 개념을 10만달러 이상 사업을 하거나 연간 200건 이상 거래를 하는 곳으로 확대해준 것이다.


2│관세 등 다른 수단 활용해야

관세 등 법인세 외 다른 방식의 세금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인터넷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는 넓은 범위에서 외국에서 국내에 수입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고정사업장을 해외에 두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내지 않으면) 관세를 부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관세는 국제적인 조약에 얽매이지 않고 국가별로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는 대표적 세금이기 때문에 편법적 방식의 법인세 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세무학계에서는 인터넷으로 제공되는 서비스가 국가를 넘나들 경우, 여기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관세를 부과한 국가는 없다.

일부 국가에서는 구글에 특별세를 부과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구글 등 IT 기업들에 매출 중 3%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디지털세 도입 법안을 발표했다.


3│부가세 강화 목소리도 나와

한편 국회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 구글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금까지 개인이 유튜브와 동영상 광고 계약을 할 경우에는 부가가치세 10%가 부과됐지만 기업이 유튜브와 광고 계약을 할 경우에는 부가가치세가 면제됐다. 예를 들어 개인이 30초짜리 유튜브 광고를 이용하기 위해 1000만원을 광고비로 내면 구글은 이 중 10%인 100만원을 부가가치세로 납부했다. 하지만 기업(법인)이 1000만원을 광고비로 내면 구글은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지 않았다.

소프트웨어를 사고팔거나 클라우드서비스를 이용할 때도 개인의 경우에는 부가가치세를 냈지만 기업은 면제됐다. 이에 박선숙(바른미래당) 의원 등 10명의 국회의원이 지난달 ‘부가가치세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해 기업들이 구글 등 IT 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할 때도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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