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중교통은 만성적 적자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저렴한 이용 요금으로 원가를 보전하지 못한 것이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사진 조선일보 DB
국내 대중교통은 만성적 적자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저렴한 이용 요금으로 원가를 보전하지 못한 것이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사진 조선일보 DB

기사를 쓰는 시점에는 아직 모르지만, 잡지가 발간될 때쯤 결정 나는 사안이 있다. 바로 전국 시내버스의 파업 여부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버스 운전기사들은 5월 14일까지 사측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15일 전국 시내버스 절반에 해당하는 2만여 대의 버스 운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만일 노사가 해결책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이번 버스 대란은 단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한국 대중교통의 고질적인 수익구조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는 한 버스 대란은 앞으로도 반복될지 모른다.

버스 운전기사들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줄어드는 임금을 보전해달라고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버스 업체 입장에서는 근무 시간 감소로 부족한 인력을 추가 채용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적자 누적으로 추가 비용을 투입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2013년 서울 시내버스 전체 노선의 90%가 적자고, 현재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업계는 정부 지원만 기다리고 있다.

국내 버스 업체는 세금을 투입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절름발이 신세다. 서울, 부산 등 주요 대도시는 버스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다. 준공영제는 하루에 차량 한 대를 운행하는 데 드는 비용(지방자치단체가 책정한 표준운송원가)보다 운행 수입이 적으면, 지자체가 부족분을 보전해주는 정책이다. 운행 수입이 적은 이유는 저렴한 버스 요금과 직결된다. 시내버스 요금을 지자체가 결정하는데, 저가 요금으로 국민이 복지 혜택을 누리는 듯하지만 결국 뒤에서 세금으로 적자를 돌려막고 있는 셈이다. 2004년 서울에 준공영제가 도입된 이래 2017년까지 지자체가 버스 업체에 투입한 비용은 5조7806억원에 이른다.

문제의 발화점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지만, 근본 원인은 운영 환경이 조금만 변해도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대처할 능력을 상실한다는 데 있다. 비단 버스 업계의 문제만은 아니다. 지하철도 실수입보다 비용이 월등히 높은 기형적 구조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1인당 평균 운임은 946원인 반면 수송원가는 1456원으로 원가 보전율이 64.9%에 불과하다.

대중교통의 적자구조 문제를 정면으로 논의하지 않으면 결국 국민 세금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낭비되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대중교통이 공공 인프라이기 때문에 복지 차원에서 정부가 자금을 계속 투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렇다면 이번 버스 대란에도 정부가 속수무책으로 손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자금을 적기에 투입해야 한다. 자금 여력이 없다면, 현재의 기형적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버스를 민영화해서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요금을 책정한다. 딜로이트회계법인에 따르면 이곳의 이용객 한 명당 적자는 13~15원으로 136원인 서울의 10% 수준이다. 그런데도 평균 이용객은 각각 14억 명과 12억 명으로 우리나라(16억 명)와 비슷하다.

일본은 지하철을 민영화해서 적자 구조를 탈피한 사례로 꼽힌다.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고 철도 부대사업으로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지하철 회사가 경영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도쿄 중심부 지하철 운임이 200엔(약 2144원)으로 서울 지하철 요금(1250원)보다 두 배 가량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익을 기술·서비스 개발, 시설 투자 등에 사용해 고객 만족도를 유지하고 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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