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암호화폐 업체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돼 있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1여 년 만에 1000만원을 돌파했다. 사진 연합뉴스
5월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암호화폐 업체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돼 있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1여 년 만에 1000만원을 돌파했다. 사진 연합뉴스

“모두들 지금 사세요. 상승장이 옵니다(Buy in now people. The surge is coming).”

5월 23일(현지시각) 앤드루 양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비트코인 상승장을 암시하는 트윗을 남겼다. 비트코인은 2000여 종의 암호화폐 중 가장 거래량이 많다.

그는 벤처사업가로 2020년 대통령 선거의 민주당 후보 경선에 참여한 유일한 동양계 인물(대만 출신)로도 주목받고 있다.

앤드루 양의 예상대로 전 세계 비트코인 가격은 크게 오르고 있다. 5월 24일(현지시각) 미국에서는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이 8000달러(약 955만2000원)를 돌파했고, 국내에서는 5월 27일 1000만원을 넘겼다. 국내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1000만원을 넘은 것은 지난해 5월 10일 이후 1여 년 만이다. 지난해 12월 360만원대까지 내려갔던 것과 비교하면 세 배가량 가격이 오른 셈이다.


1│무역전쟁으로 한 달 만에 100% 상승

전문가들 사이에선 비트코인 가격 상승이 투자자의 불안심리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비트코인의 가치 자체가 높아진 이유도 있지만 기존 통화의 화폐 가치를 신뢰하지 못하는 불안한 상황에서 투자 자산을 분산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얘기다.

지난 4월부터 가격이 급등한 국내 비트코인 거래 시장이 대표적 사례다. 3월 25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국회 업무보고에서 “(화폐 가치 조정, 즉 화폐 단위를 1000원에서 1원으로 변경하는)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말한 후 논란이 가열된 리디노미네이션(화폐 가치 조정)은 이원욱·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도로 토론회까지 열리면서 괴담 형태로 퍼져나갔다. 화폐 단위가 변경되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화폐의 가치가 폭락한다는 것이 괴담의 주요 내용이었다. 논란이 가열되기 전인 1~3월까지 400만원대 중반을 유지하던 비트코인이 4월 초 500만원을 돌파하면서 급속히 올라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가 불안정하게 움직일 때는 다양한 형태의 대체 투자 자산에 관심이 많아지고,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며 “최근에는 화폐 단위 변경 이슈가 등장하면서 현재의 화폐와 통화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이 상당했던 상황이 계속됐고 그런 부분들이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됐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홍콩 등 대부분의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은 5월 한 달 동안만 100% 이상 올랐다. 4월 30일과 5월 1일 중국 베이징 고위급 회담에서 양국 간 무역협상이 결렬된 후의 일이다. 5월 13일 하루 동안에 25%가 오르기도 했다. 이날은 중국이 미국산 제품에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날이었다.

암호화폐 투자회사인 디지털커런시 그룹의 배리 실버트 CEO는 ‘포천’과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됐을 때 비트코인 가격 상승이 시작됐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롭다”며 “비트코인이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서 안전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통신비·아이스크림값도 비트코인으로

글로벌 기업이 비트코인 거래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결제 방법으로 활용하는 것도 비트코인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다. 거래가 쉬워지고 사용처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 내 스타벅스와 아이스크림 유통점 배스킨라빈스, 대형 커피체인 카리부커피, 아마존 산하 식품 유통업체 홀푸드마켓, 미국 대형 백화점 노드스트롬, 주스 체인 잠바주스 등 식품·유통 기업들이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미국 최대 서점 반스앤드노블스, 게임 유통점 게임스톱도 비트코인을 받기로 했고 글로벌 금융기업인 피델리티는 비트코인 수탁 서비스를 시작했다. 가입자가 1억5000만 명인 세계 최대 통신사 AT&T도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했다.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 기업 비트페이(BitPay)를 이용해 고객이 웹이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비트코인을 이용한 통신요금 결제가 가능하다. 일본 온라인 쇼핑몰 라쿠텐, 영국 여행사 코퍼레이트 트러블러도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하고 있다.

주식처럼 비트코인을 사고파는 일도 점점 쉬워지고 있다. 금융사들이 비트코인에 맞는 금융 거래 서비스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회사 인터콘티넨털익스체인지(ICE)가 운영하는 암호화폐 선물거래소 백트는 7월부터 비트코인 선물거래 테스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백트가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하면 기관투자자 등을 중심으로 비트코인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피델리티가 미국 411곳의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기관투자자 22%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고, 40%는 앞으로 5년 이내에 투자 계획이 있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은 대체로 개인이나 작은 암호화폐 기업들만 관심을 가졌는데 이제는 글로벌 금융회사나 정보기술(IT) 기업까지 적극적으로 거래와 투자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3│향후 가격은 미지수

비트코인 가격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상승세를 이어 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제 금융환경이 불안한 상태를 이어 가고 있고, 비트코인을 활용하는 기업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비트코인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많은 전문가가 비트코인 가격이 1만달러(약 1190만원) 이상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단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크게 내려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무리한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금융회사 싱크마켓츠의 수석 애널리스트 나엠 아슬람은 “비트코인이 1만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미국 투자 자문회사인 케네틱 캐피털 매니징 파트너 제한 추는 “2019년 말 비트코인이 3만달러(약 3580만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성준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도 “비트코인은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될 신기술을 적용한 암호화폐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가격 상승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반면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아직은 비트코인이 기존 통화를 대체할 정도의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가격이 크게 오르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단기간에 급격한 수익률을 노리고 거액을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plus point

비트코인 거래 위한 신규계좌 발급 어렵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거래하려면 6개 은행(KB·신한·하나·우리·기업·농협은행) 중 한 곳에서 입출금 계좌를 만들어 거래소와 연계해야 한다. 일단 은행 계좌를 만든 후 거래소에서 이 은행 계좌를 통해 암호화폐 거래를 하겠다고 은행에 요청하면, 은행은 이를 허용한다. 은행 계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반 계좌와 마찬가지로 실명확인을 거쳐야 한다. 다만 실명이 확인되더라도 암호화폐 거래만을 목적으로 한 전용 계좌는 은행이 개설해 주지 않는다. 은행이 전용 계좌 발급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국제적으로 거래가 가능한 암호화폐가 범죄나 테러 조직의 자금 세탁 용도로 활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한편 국내 은행 중에는 실명확인이 되고 자금 세탁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돼도 거래소에 계좌를 연계해주지 않는 곳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금 세탁 문제뿐 아니라 거래소의 자금 횡령이나 외부 해킹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은행 중에 신규 계좌를 열어주지 않는 곳이 많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은행이 편의주의적 업무처리로 투자자의 투자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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