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는 첫걸음은 가입자의 적극적인 관심과 운용이다.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는 첫걸음은 가입자의 적극적인 관심과 운용이다.

매년 1%대 수익률을 벗어나지 못하는 퇴직연금만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회사에서 정한 상품에 투자하는 DB형(확정급여형) 퇴직연금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노동자가 직접 포트폴리오를 짜고 운용할 수 있는 DC형(확정기여형)이나 IRP(개인형퇴직연금)는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도 지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

원금보장형 상품에만 몰아넣은 채 방치해 두지 말고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수익률 개선의 첫걸음이다.

전문가들은 2020년 퇴직연금에 편입하기 좋은 상품으로 인컴펀드, 리츠(REITs), TDF(타깃 데이트 펀드·Target Date Fund)를 추천했다. 모두 장기 투자하되 수익을 꾸준히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퇴직연금용으로 적합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저금리 시대, 인컴펀드가 대세

인컴펀드란 가격 변동성이 작으면서 예측 가능한 현금 흐름이 꾸준히 발생하는 자산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다. 주로 배당주 같은 주식이나 회사채 등 채권에 투자한다. 인컴펀드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 속에 2018년 초까지만 해도 주목받지 못했으나 2018년 말부터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목받았다. 저금리 상황에서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내려는 수요가 몰린 것이다.

인컴펀드는 고수익보다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추구하는 펀드지만 지난해 안전자산인 채권·리츠·고배당주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수익률이 크게 올랐다. 피델리티글로벌배당인컴, 블랙록다이나믹하이인컴, KB글로벌멀티에셋인컴, 미래에셋글로벌인컴, 미래에셋글로벌EMP인컴배분, 삼성누버거버먼글로벌인컴 등 6개 주요 인컴펀드의 지난해 연초 이후 12월 20일 기준 수익률은 평균 11%대를 기록했다. 인컴펀드로 자금이 몰리자 지난해 4분기에만 인컴형 펀드 7개가 출시됐다. 한화글로벌본드인컴 펀드, 한국밸류글로벌리서치배당인컴 펀드, 한국투자다이나믹헤지인컴 펀드 등이다.

기존 인컴펀드의 주요 자산인 배당주, 회사채뿐 아니라 다양한 실물 자산을 섞은 상품도 등장했다. 한화글로벌리얼에셋펀드는 운송·에너지·통신시설 등 인프라 관련 상장 주식, 오피스·모기지 등 상장 리츠, 선진국 우선주, 선진국 채권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김형우 한화자산운용 채널CS영업파트장은 “글로벌 리츠의 단점은 금리 상승기일 때는 상대적으로 맥을 못 추기 때문에 금리 횡보나 하락 시에 좋다는 것”이라며 “여기에 인프라 주식을 섞어서 투자하면 금리 상승장에서도 계속 성과를 쌓아갈 수 있다”고 했다.

배당주 펀드의 대규모 환매로 가격이 하락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투자 적기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창숙 NH투자증권 삼성동 금융센터장은 “2014년 정부에서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준다고 해서 신영밸류고배당펀드와 한국밸류10년투자로 자금이 쏠렸는데 수익률이 저조해 환매가 많았다”며 “그 기간에 기업이 성장하고 꾸준하게 배당해 왔지만 주가는 하락해 있어 배당주 펀드에 투자하기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2020년 기업 실적이 개선된다고는 하지만 기저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정부가 기업을 향해 배당 확대 요구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배당주 투자가 유망할 것 같아 미래에셋퇴직연금 고배당 플러스 상품을 추천하고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삼성증권은 2020년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질 것으로 보고 안전자산보다는 주식형 상품 비중을 더 늘리는 것을 추천했다. 상품으로는 에셋플러스리치투게더펀드와 AB미국그로스펀드를 권했다.

국내 상장리츠를 DC형, IRP에 편입할 수 있도록 최근 제도가 바뀌어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는데, 오히려 직접 편입하는 것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형우 파트장은 “상장리츠 주가 추이를 보면 변동성이 큰 데다 회사의 주가가 오를수록 실제 배당액이 줄어들기 때문에 고평가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할 수 있는 공모리츠가 적고 시가총액도 2조3000억원 수준에 불과해 연금에 직접 담기에는 불안한 면이 있어, 리츠 펀드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자신 없다면 알아서 굴려주는 TDF

퇴직연금 포트폴리오를 월별, 혹은 분기별로 조정하는 적극적인 관리가 어렵다면, TDF가 적당한 상품이다. TDF는 은퇴 시점이 다가올수록 글라이드패스(glide path·자산 간 배분 비율을 나타내는 곡선)에 따라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는 펀드다. 은퇴까지 남은 기간이 길 때는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해 공격적으로 돈을 불리고, 은퇴 시점이 다가오면 채권처럼 안전 자산 비중을 높여 안정적으로 돈을 지키는 전략을 써 노후 대비용으로 적합하다.

특정 자산군에 집중하는 연금펀드를 여러 개 들어 자산을 배분했던 것과 달리 하나의 펀드로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수익률도 나쁘지 않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TDF의 최근 1년 평균 수익률은 12%가 넘는다. 국내 증시가 부진했지만 글로벌 증시와 채권, 대체투자로 분산 투자하면서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었다.

연말정산 시기에는 세제 혜택을 고려한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순자산이 급증한다. TDF 자체는 세제 혜택이 없지만 퇴직연금 계좌에 편입하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DC형 퇴직연금은 납입 금액의 400만원까지, IRP는 700만원까지 소득공제(16.5%)를 받을 수 있다. 삼성자산운용이 2016년 초 한국형 TDF를 출시한 이후 약 4년 만에 TDF 전체 순자산은 3조원 규모로 커졌다. 다만 TDF는 5년에서 30년 이상 적립식으로 장기 투자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단기 투자 시에는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김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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