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 내부. 대한항공은 2월 6일 이사회를 열고 서울 종로구 송현동 호텔 부지와 자회사인 왕산레저개발 매각 등을 결정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 내부. 대한항공은 2월 6일 이사회를 열고 서울 종로구 송현동 호텔 부지와 자회사인 왕산레저개발 매각 등을 결정했다. 사진 연합뉴스

한진칼 경영권 분쟁 당사자들이 어떻게 팀을 구성했는지 윤곽이 드러났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강성부 펀드(이하 KCGI), 반도건설과 손을 잡았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에 조 회장의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여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 델타항공, 카카오 등이 섰다. 조 회장 측은 33.45%, KCGI와 조 전 부사장 측은 31.98%(2019년 12월 31일 기준)를 확보했다. 현재는 1.47%포인트 차이인데, 국민연금과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등 기관투자자 움직임이 변수다.

이명희·조현민 모녀가 조 회장을 지지하기로 하면서 KCGI는 더 많은 소액주주를 끌어모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2월 5일 한진칼에 전자투표제 도입을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온라인을 통해 주주총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는 아무래도 더 많은 표를 모집하는 데 수월하다.

KCGI는 소액주주들이 자신을 지지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KCGI가 조현아 부사장 손을 잡은 것이 악수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의문 1│조원태와 대화하려 한 적 있나

KCGI는 출범 때부터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려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KCGI는 홈페이지에서 투자 철학을 알파벳 K와 C, G, I로 소개한 바 있다. K는 ‘Korean culture-maker: 한국적 특성 및 정서를 반영한 지배구조 개선의 문화 전도사’, C는 ‘Cohesive sentinel: 경영권 분쟁보다는 견제와 균형으로 주주 권익을 추구하는 감시자’, G는 ‘Growth helper: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함께 고민하는 성장 도우미’, I는 ‘Investment partner: 장기 투자를 통한 지속 가능 경영의 동반자’로 각각 설명했다.

KCGI는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투자 철학과 달리 한진칼과 소통한 적이 없다. 최근 강성부 대표는 미국 장기 출장을 다녀왔는데, 한진칼이 면담 요청을 해올까 봐 일부러 출장을 떠난 것이라는 얘기도 파다하다. 그동안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공식적인 면담 요청이 들어오면 피할 수 없어 선수를 쳤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간 KCGI가 해온 얘기를 생각하면 어떻게든 양측 모두 만난 뒤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의견을 청취해야 했다”면서 “내세운 것과 달리 회사를 빼앗는 데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KCGI는 한진칼이 새로운 경영 개선 방안을 내놓겠다고 한 데 대해서도 2월 6일 입장문을 통해 “진정성이나 신뢰성을 부여하기 어렵다”고 밝혔는데, 들어보지도 않고 평가절하한 것은 과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실제 KCGI 성명서 발표 이후 나온 한진칼 이사회의 재무 개선안엔 그동안 KCGI가 요구해왔던 비주력 사업 철수, 부동산 부지 매각 등이 담겼다.


KCGI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손을 잡았지만, 2019년 1월 21일 발간한 프레젠테이션 자료에서는 한진그룹 오너 리스크의 대표적 사례로 땅콩 회항 사건과 당사자인 조 전 부사장을 언급했다. 사진 KCGI
KCGI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손을 잡았지만, 2019년 1월 21일 발간한 프레젠테이션 자료에서는 한진그룹 오너 리스크의 대표적 사례로 땅콩 회항 사건과 당사자인 조 전 부사장을 언급했다. 사진 KCGI

의문 2│조현아와 손잡은 이유는

KCGI는 2018년 경영 참여를 선언할 당시부터 한진그룹이 오너 리스크에 휘말려 있다면서 그 대표 사례로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을 꼽았다. 2019년 1월 21일 발간한 프레젠테이션 자료에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당시 고개를 숙인 조 전 부사장 사진을 싣기도 했다.

조 전 부사장은 한진칼 지배구조 개선 목적보다는 남동생 조 회장에 대한 불만으로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다고 봐야 한다. KCGI가 남매간 갈등에 뛰어들어 이익을 꾀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KCGI도 이런 논란을 의식하고 있다. KCGI는 공동 보유 합의가 이뤄진 데 대해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을 포함한 경영 혁신과 효율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이뤄졌다”면서 “이를 단순히 가족 간 분쟁으로 호도하는 일부의 왜곡된 시각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설령 경영권을 확보한다고 해도 계속 조 전 부사장 측 공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전문경영인 선임에 조 전 부사장이 전혀 개입할 수 없다면, 이후 또다시 분쟁의 씨앗이 싹틀 수 있다. 강성부 대표의 지인이기도 한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현실적으로 조 전 부사장 입김이 없을 수 없다”면서 “땅콩 회항 사건의 당사자가 복귀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라 안팎에서 반발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대한항공 블라인드에는 조 전 부사장의 복귀 가능성을 이유로 현 경영진(조 회장)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KCGI가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으면서 국민연금의 KCGI 지원 가능성은 사라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국민연금 또한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땅콩 회항 사건의 당사자를 지지할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조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도 완전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최소한 조 회장은 누이들과 달리 갑질 논란으로 경찰 수사를 받은 적은 없다. 때마침 한진칼 이사회는 2월 7일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문 3│러닝메이트 지배구조

KCGI와 공동 행보에 나서고 있는 기업은 조선내화와 반도건설이다. 조선내화는 KCGI 펀드의 주요 출자자인 동시에 한진그룹 계열사 한진의 주요 주주다. 최근 지분 일부를 KCGI 측에 팔아 1.53%만 갖게 됐으나 한때는 지분율이 6.31%에 달했다. 또 반도건설은 계열사 3곳을 통해 8.20%의 한진칼 지분을 가지고 있다. 두 회사는 모두 공식적으로 KCGI와 함께하고 있다.

그런데 두 회사 모두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 기업이다. 조선내화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하는 지배구조 등급에서 한진칼보다 낮은 최하위의 D등급을 받았다. 최근에는 미성년자인 창업주 4세들이 지분 확대에 나서면서 주목받고 있다.

반도건설 또한 승계가 진행 중이다. 지배구조상 정점에 있는 반도홀딩스 지분은 권홍사 회장이 69.61%, 장남인 권재현 반도개발 상무가 30.06%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한진칼 지분을 취득한 회사 중 한영개발과 대호개발은 반도홀딩스의 100% 자회사 반도종합건설이 지분 100%를 들고 있고, 반도개발은 장남 권 상무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일각의 예상대로 경영권 교체 뒤 한진가 일감을 반도건설이 수주할 경우 장남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구조다.

반도건설은 또 권 회장의 아내 유성애씨가 반도레저 지분 100%를 들고 있고, 사위인 신동철 전무가 관계사 퍼시픽산업 지분 100%를 보유하는 등 가족경영을 하는 기업이다. KCGI 측 러닝메이트 기업이 지배구조에 대해 ‘내로남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안재만 조선비즈 증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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