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증시 충격이 단기간에 끝나는 분위기다. 각국 증시는 3월 중순에 저점을 찍은 이후 20% 넘게 올라 어느새 강세장에 진입했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나 실물경기 부진, 상장사 실적 부진, 원유 수요 감소 등은 4월 중순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증시만큼은 확연한 V 자 반등을 보여주고 있다. 이른바 ‘돈 잔치’ 덕분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는 상상 이상의 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3월 3일 긴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3월 11일과 12일에는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운영 확대를 결정했다. 긴급 FOMC를 통한 기준금리 100bp 추가 인하, 기업어음(CP) 매입 기구 설치, 국채 및 주택저당증권(MBS) 무제한 매입 발표, 회사채 매입 발표 등도 3월에 이뤄진 조치다. 연준은 4월 들어서도 일부 정크본드와 상업용 부동산 대출, 학자금 대출, 자동차 할부, 신용카드 매출채권 같은 것까지 모조리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그것도 총 2조3000억달러(약 2800조원) 규모로 말이다. 추가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 영역을 모조리 봉쇄한 것이나 다름없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페이스북에 ‘중앙은행에 맞서지 말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연준이 회사채 위기설과 상업용 부동산 우려에 대해 각각 정크본드 매입과 상업용 부동산 모기지 매입이라는 대답을 던져줬다. 심지어 실업률 상승으로 인한 소득 단절과 소비 감소 우려에 대해서는 ‘개인에게 기본소득으로 1000달러씩 지급하겠다’고 응답했다”면서 “실물의 어두움을 돈으로 밝히겠다는 것인데, 그 여파가 어디로 튈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사탕 쥐여 주면 급반등하는 증시

주식시장은 맛있는 것만 받아먹는 떼쟁이 어린아이가 됐다. 증시 참여자들이 ‘정크본드가 걱정돼요’라고 말하면서 주식 물량을 던지면, 연준이 화들짝 놀라 정크본드 매입을 발표하는 식이다.

이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벤 버냉키 연준 전 의장이 2013년 5월 양적 완화 축소(테이퍼링)를 처음 언급한 이후 증시가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연준은 매번 ‘괜찮아, 충격을 주지 않을게. 제발 진정해줘’라며 캔디(사탕)를 줬다.

테이퍼링에 따른 우려감으로 증시가 급락하는 것을 미국에서는 ‘긴축 발작(taper tantrum)’이라고 불렀는데, 발음이 어린이의 투정을 뜻하는 ‘temper tantrum’과 비슷해 ‘증시가 사탕을 달라고 떼를 쓴다’는 표현이 나왔다. 미국 증시가 덩치는 크지만, 사탕만 먹고 자라는 소아비만 환자라는 비아냥이 나왔던 배경이다.

지금의 상승장이 과도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실물경기가 빠른 속도로 악화하고 있기 때문에 연준이 재빨리 나서고 있고, 발 빠른 대처 덕에 증시가 먼저 회복되는 것뿐이다. 이와 동시에 비관론자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증시 투자자라면 적어도 지금 당장은 환호할 시점이다. 다만 과제는 파티가 언젠가는 끝날 것이기에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가 어떻게 흘러갈지를 미리 생각해둬야 한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후 나올 수 있는 질문들

1│달러, 이렇게 찍어내도 되나

처음 생각할 것은 달러를 이렇게까지 찍어내도 괜찮겠냐는 점이다. 달러가 신뢰를 잃어 붕괴하거나 버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에 앞서 짚고 넘어갈 게 있는데, 이미 세계는 현대화폐이론(MMT)을 실행하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점이다. MMT는 화폐의 신뢰성만 보장받으면 정부 지출에는 한계가 없다는 이론이다. 마구 찍어내도 물가 급등(하이퍼인플레이션)과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그간 MMT의 옳고 그름을 두고 논쟁이 많았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사실상 MMT가 도입됐다고 봐야 한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종적인 MMT는 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비롯한 직접 대출에 나서는 것인데, 이렇게까지 가려면 정치적 합의가 필요하다”면서도 “현재 흐름을 보면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MMT가 맞는다면, 달러를 무한정 찍어도 인플레이션이 오지 않는다면, 증시 투자자 입장에서는 무서울 게 없다. 넘치는 돈은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올 것이다. 무한정 찍힌 달러 때문에 원홧값이 오를 가능성이 크니 이 또한 국내 증시에는 호재가 될 수밖에 없다.

혹자는 끊임없이 쏟아붓는 달러 때문에 달러 패권이 끝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이미 세계가 달러 체제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최강대국이자 골목대장인 미국이 기축통화 지위를 마음껏 누리는 부분에 대해서는 외면하는 태도를 취할 것이란 반박이 나온다. 미국이 살아야 세계가 살기 때문에 달러를 무한 살포하는 미국의 만행을 눈감아줄 것이란 얘기다.

또 하나 우려는 버블이 터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직은 코로나19 정국이기 때문에 버블을 걱정하기엔 많이 이른 시점으로 보인다. 너무 일찍부터 버블을 걱정했다간 모두가 과일을 따 먹을 때 혼자 손가락만 빨아야 한다.


2│과연 회수는 가능할까

지금은 아무도 회수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전례를 봐도 당장 언급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양적 완화가 시행된 후 회수 이야기가 처음 나온 게 2013년이다. 그리고 기준금리를 처음 올린 때가 2015년이다. 처음 돈을 푼 지 7년 만에야 조금씩 회수를 시작했다.

회수의 ‘회’ 자만 나와도 증시가 다시 발작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연준이 재빨리 대책을 내놓은 것은 증시에 좋았지만, 돌려 말하면 시장이 조금만 어리광을 부려도 사탕을 쥐여 준다는 의미다. 한 번만 울면 되기에 어린아이의 버릇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 이토록 빠른 대처에 중독된 투자자들이 앞으로도 계속 떼를 쓰지 않을지 걱정이다.

안재만 조선비즈 증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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