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변동장에서 2030세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변동장에서 2030세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늘도 2만원 세이프. 코스피 지수 1947.56, 코스닥 지수 645.18, 원·달러 환율 1219.00원, 원·엔 환율 1144.55원,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배럴당 12.34달러, 금값 온스당 1710.60달러. 내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니까 쉴게요.”

회사원 김민영(25)씨의 2만원은 다행히도 안전했다. 김씨는 20대 주식 소모임 회원 4명과 함께 매일 작은 ‘내기’를 하고 있다. 매일 그날의 주요 경제 지표를 공책에 직접 쓰고 사진 찍어 인증하는 방식이다. 한 달간 85% 이상 숙제를 달성하면 원금을 환급받을 수 있으며 100%를 달성한 사람은 다른 회원들이 낸 벌금을 가져갈 수 있다. 김씨는 “혼자 주식 공부하면 재미가 없지만 이렇게 함께 매일 공부하면 돈의 흐름도 보이고 좋다”며 웃었다. 투자하고 가만히 기다리기보단 공부하며 능동적으로 주식시장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2030세대가 ‘동학개미운동’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5월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식 활동계좌는 약 3125만 개로 지난해 1분기보다 5% 증가했으며, 이 중 2030세대의 보유 비율이 50%를 넘었다. 신한금융투자의 1분기 비대면 계좌 개설도 3.2배 증가했는데, 2030세대가 60%를 차지했다.

2030세대의 주식투자 키워드는 ‘자기 주도성’과 ‘재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10년 가까이 국내 주식시장이 부진을 겪으며 2030세대는 주식투자에 소극적인 세대였다”며 “이들에게 주식시장은 재미없는 시장, 수익을 내기 어려운 시장으로 인식됐다”고 말했다. 황 연구위원은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주식시장에 대한 이들의 인식이 뒤바뀌었다”며 “이들이 신규 투자자로 유입되며 고령화됐던 주식투자자 기반이 넓어지고 투자 패턴도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2030세대는 삼성전자 등 우량주부터 ‘동전주’까지 직접 매수하며 경험을 통해 주식을 배우고 있다”며 “정보 습득 및 교류가 익숙한 이들은 주식을 쉽고 재밌게 터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미있게 주식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2030세대 ‘주린이(주식+어린이)’가 가장 많이 찾는 플랫폼은 유튜브다. 정재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2030세대는 기성세대보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원한다”며 “유튜브 등 온라인 콘텐츠를 소비하며 주식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잘 알려진 유튜버는 구독자 68만 명의 ‘슈카월드’다. 증권사 펀드매니저 출신인 ‘슈카’는 젊은층이 관심을 두는 스타벅스, 디즈니, 쿠팡 등 기업 관련 이슈 및 주식 이야기를 재미있는 이야기 풀 듯이 설명한다. 유튜브 데이터 분석 사이트인 녹스인플루언서에 따르면 5월 7일 기준, 슈카월드 구독자 중 25~35세가 37%를 차지하며 그다음으로 35~45세가 20%, 18~24세가 17% 순이었다. 구독자 17만5000명의 주식 유튜브 채널 ‘박곰희TV’ 기획 담당자는 “이전에는 50대 구독자들이 많았으나 코로나19 직후 2030세대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며 “젊은 세대도 금융을 부담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과거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근무 당시 고객 상담 실무 경험을 살려 구독자 눈높이에서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도권 증권사 역시 젊은 투자자들을 잡기 위해 유튜브에 뛰어들었다. 키움증권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6만5300명으로 증권사 유튜브 중 가장 잘나간다. 신한금융투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 ‘월급구조대’ 구독자는 4만4100명이다. 하나금융투자(2만9900명), KB증권(1만8200명), NH투자증권(1만2500명) 등도 개인 투자자용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젊은 고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애널리스트 출신 유튜버 ‘챔’ 등 유명 주식 인플루언서들을 섭외해 쉽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목표 세워 함께 공부하는 2030

2030세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주기적으로 만나며 함께 주식 및 자산관리 공부를 하기도 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보교류가 익숙한 젊은 세대는 보다 능동적으로 주식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집단지성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관리사 유수진씨가 개설한 온라인 재테크 카페에선 전국의 20~30대 여성들이 참여하는 재테크 소모임 수십 개가 운영되고 있다.

이 카페에서 만난 또래 20대 여성 5명과 1년 넘게 주식 소모임을 해 온 대기업 사원 김은혜(25)씨는 매달 한 번씩 오프라인 모임을 한다. 이들 사이엔 비밀이 없다. 이들은 모든 소득과 지출, 투자 현황, 월말 결산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함께 재무제표 읽는 법을 연습하기도 하고 주식 유튜버의 강의 내용을 정리해 자체 온라인 카페에 올리기도 한다. 김씨는 “혼자서는 공부 양이 방대하고 어렵지만, 여럿이 모여 서로 분량을 나눠 공부하고 서로 가르쳐주면 훨씬 쉽다”고 말했다.

트레바리, 프립, 온오프믹스 등 젊은 직장인들이 참여하는 모임 플랫폼에서도 재테크 관련 모임이 활발하다. 2030세대는 이 플랫폼에서 전문가 강의를 듣고, 투자 경험을 나누는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젊은 세대는 공부 의지가 강한 만큼 이들이 직접 주식을 이해하고 자신의 투자 성향을 파악한 뒤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근로소득과 유동성은 줄어들고 고용불안정은 커진 상황에서 젊은 세대는 공격적인 주식투자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며 “이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plus point

[Interview] 박진영 경제 미디어 스타트업 ‘어피티’ 대표
“2030은 쉽고 재밌는 금융 콘텐츠 원해”

박진영 대표. 사진 어피티
박진영 대표. 사진 어피티

박진영 어피티 대표는 미스핏츠 등 다양한 미디어 스타트업을 창업해 왔다. 어피티는 2030세대를 대상으로 경제 뉴스를 분석해 주요 종목을 알려주고 재테크 팁을 공유하는 ‘머니레터’를 매일 아침 이메일로 발송한다. 직관적인 디자인과 편안한 말투가 특징이다. 계량 투자 전문가 등 필진이 글을 기고하면 편집자들이 내용을 추린 후 발송한다. 현재 어피티의 구독자 수는 6만여 명이다.


2030세대를 위한 금융 콘텐츠를 만들게 된 계기는.
“젊은 세대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재미있고 이해하기 쉬운 콘텐츠를 기성 금융권이 제공하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30세대를 심층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소비에 있어서는 자신의 취향과 기준이 명확했다. 하지만 재테크 및 돈 관리에 있어선 쉽게 움츠러들었다. 관련 지식이 적고 모아놓은 돈도 많지 않아서다. 돈 관리 및 주식에 관심은 많지만 진입장벽을 느끼던 이들을 위한 가이드를 제시하고 싶었다.”

2030세대가 어피티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젊은 세대가 돈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는데, 어피티가 그 수요를 잘 파고든 것 같다. 앞서 ‘김생민의 영수증’이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는 재산이 많은 연예인 이야기 아닌가. 어피티는 20~30대 평범한 사회초년생도 쉽게 읽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고, 평범한 직장인 구독자의 지출을 분석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돈 이야기가 어렵게만 느껴지는 청년들의 ‘금융맹(금융문맹)’ 탈출을 돕고 싶다. 금융 가이드북을 만드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정보 불균형이 심각한 재무 시장의 길잡이가 되고 싶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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