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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는 5월 1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빅테크(Big tech·거대 정보기술 기업)가 바꿀 금융’을 주제로 ‘2020 미래금융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진행됐다.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이 금융 산업의 변화를 앞당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언택트(untact·비대면) 중심의 새로운 금융 거래 방식이 확고히 자리 잡을 테고,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금융사는 도태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적인 핀테크 구루이자 ‘금융혁명 2030’의 저자인 크리스 스키너 더파이낸서 대표가 5월 13일 ‘2020 미래금융포럼’에서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기조 강연하고 있다. 오른쪽은 온라인 강연 내용. 사진 조선비즈
세계적인 핀테크 구루이자 ‘금융혁명 2030’의 저자인 크리스 스키너 더파이낸서 대표가 5월 13일 ‘2020 미래금융포럼’에서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기조 강연하고 있다. 오른쪽은 온라인 강연 내용. 사진 조선비즈

중국 우한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올해 초 도시 전체가 봉쇄됐다. 모든 가게와 상점들이 문을 닫았고 우한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그런데 단 하나, 봉쇄가 끝날 때까지도 우한 시민들이 문을 닫았는지 인식조차 못 한 곳이 있었다. 바로 은행이었다. 디지털과 모바일을 이용한 금융 서비스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덕분에 우한 시민들은 은행 지점이 몇 날 며칠 동안 문을 닫아도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은 것이다.

세계적인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구루(guru·권위자)이자 ‘금융혁명 2030’의 저자인 크리스 스키너 더파이낸서 대표는 ‘2020 미래금융포럼’ 기조 강연에서 이런 현상이 중국과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유럽의 은행들은 디지털 전환에 대해 지난 10년 동안 논의한 것보다 더 많은 의사 결정을 지난 몇 주 동안 하고 있다”며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모든 사람이 디지털 전환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앞으로 급진적이고 과격한 변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핀테크와 빅테크가 이끄는 변화는 금융 산업을 지금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인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금융사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스키너 대표의 기조 강연을 바탕으로 금융사가 변화에 적응하고 미래 금융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 지켜야 할 법칙을 정리했다.


생존 법칙 1│10대가 주인공이 된다

태국의 핀테크 업체인 키드렛 코인(KID LetCoin)은 분산원장 기술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혁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의 기술력보다 사람들을 더 놀라게 한 건 이 회사의 창립자가 9세였다는 점이다. 2년 전에 설립된 이 회사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카에데 다케나카(Kaede Takenaka)는 이제 11세가 됐다.

10대가 주목할 만한 금융 서비스를 내놓고 혁신을 주도하는 건 이제 보기 드문 일이 아니다. 비탈릭 부테린이 이더리움이라고 불리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처음 만든 건 19세 때의 일이다. 미국의 전자결제 스타트업인 스트라이프를 만든 패트릭과 존 콜리슨 형제도 21세와 19세에 불과했다.

스키너 대표는 10대가 핀테크 산업을 주도하는 현상이 우연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의 금융 서비스는 나 같은 흰머리가 많은 사람이 아니라 10대가 만드는 플랫폼에서 나온다”라고 말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고, API(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사이의 통신에 사용되는 언어나 메시지 형식)나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드는 간단한 기술만 있으면 누구나 핀테크 회사를 세우고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과거 금융업은 막대한 자본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산업이었다. 하지만 핀테크 덕분에 기술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어마어마한 자본이 없어도 금융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스트라이프는 일곱 줄의 자바 코드만으로 웹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로 주목받았는데, 설립 5년 만에 기업 가치가 90억달러가 됐다. 그리고 다시 3년 뒤에는 기업 가치가 350억달러(약 43조675억원)로 뛰었다. 국내 최대 금융 그룹인 신한금융지주 시가총액의 세 배에 달한다. 스키너 대표는 “핀테크 업체들은 디지털 데이터를 바탕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때문에 기업 가치의 차이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2020 미래금융포럼’ 대담 참석자들. 왼쪽부터 조영서 신한DS 부사장, 신원근 카카오페이 부사장, 권영탁 핀크 대표. 사진 조선비즈
‘2020 미래금융포럼’ 대담 참석자들. 왼쪽부터 조영서 신한DS 부사장, 신원근 카카오페이 부사장, 권영탁 핀크 대표. 사진 조선비즈

생존 법칙 2│중간층의 두려움을 없애라

과거의 영업 방식에 익숙해져 있는 전통적인 금융기관이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기존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이해와 동참이 필수다. 스키너 대표는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기 위한 열쇠는 조직의 중간관리자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호주와 뉴질랜드에 기반을 두고 있는 ‘ANZ은행’이 디지털 전환을 하면서 겪은 현상을 예로 들었다. ANZ은행이 디지털 전환에 나설 때 가장 큰 걸림돌이 된 이들이 바로 중간관리자였다. 스키너 대표는 이들을 가리켜 ‘얼어붙은 중간층’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그들은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직장을 잃을 것을 두려워하고, 쌓아온 커리어가 사라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라며 “사내 권력을 잃고 부서가 사라지는 것도 그들 두려움의 원천”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중간층의 두려움을 없애지 않는 한 금융기관의 디지털 전환도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힘들다. 스키너 대표는 이를 위해서는 경영진뿐 아니라 조직 구성원 모두가 변화에 참여할 수 있고 관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변화를 위해 직원들이 무엇을 바꿀 것인지 물어보기 전에 경영진이 먼저 무엇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직원들에게 물어야 한다”라며 “모든 직원이 새로운 기술을 배울 기회를 가지고, 수평적인 조직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생존 법칙 3│과거의 데이터는 빚이다

스키너 대표는 미래 금융사에 가장 중요한 재산은 데이터라고 강조했다. 데이터를 흔히 미래의 원유에 빗대어 말하지만, 스키너 대표는 이는 적절한 비유가 아니라고 했다. 데이터는 원유가 아니라 공기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데이터는 우리의 생존에 필수적이며 어디에나 있고 절대로 줄어들지 않는다”라며 “금융 산업에 있어 데이터는 원유라기보다는 공기에 가깝다”고 했다.

모든 데이터가 혁신의 원동력이 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금융 회사의 발목을 잡는 데이터도 있다.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데이터가 대표적인 경우다. 스키너 대표는 전통적인 금융기관도 적지 않은 인력과 자원을 디지털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투자가 새로운 혁신이 아닌 과거의 데이터를 유지하는 데 쓰이다 보니 성과가 없는 것이다. 스키너 대표는 대형 금융사 가운데 디지털 분야에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곳으로 JP모건을 예로 들었다. JP모건 전 직원 25만6000명 가운데 5만 명이 엔지니어다. JP모건의 지난해 기술 분야 투자액은 114억달러(14조277억원)에 달했다.

그는 금융기관이 금융의 변화에 발맞추려면 기술 분야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뿐 아니라 기존 시스템과 과감히 작별하고 새로운 기술과 혁신, 프로젝트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키너 대표는 “기존의 업무수행 방식을 고수하면서 디지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아니라 아예 새로운 방식의 은행업에 도전하면서 디지털을 은행의 핵심 사업으로 삼는 디지털 전환에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종현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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