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는 장면. 최근 금융회사들은 음성·지문·얼굴과 같은 생체인증을 이용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는 장면. 최근 금융회사들은 음성·지문·얼굴과 같은 생체인증을 이용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막스에게 5유로를 보내렴.”

독일인들은 이렇게 말하면 친구에게 돈을 보낼 수 있다. 독일의 모바일 뱅크 ‘N26(넘버26)’을 이용하고, 아이폰이 있으면 된다.

핀테크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이 세계적으로 쏟아져나오고 있다. 전화번호나 SNS 계정을 이용한 송금에서 이젠 말하면 송금되는 데까지 발전했다.

최근 핀테크 분야 트렌드는 생체인식 기술이다. N26의 기술은 목소리를 이용한다. 지문·홍채·얼굴을 인식하는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생체인식 기술은 다른 수단보다 더 철저히 본인 확인을 할 수 있어 온라인 금융 사기를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편리하기까지 하다.


은행업 인가 두 달 만에 음성 송금 서비스

모바일 뱅크 N26은 2013년 독일 베를린에서 지급결제 분야 스타트업으로 출발했다. 독일 금융감독청과 유럽중앙은행(ECB)에서 은행업 인가를 받은 것은 불과 4개월 전인 올해 7월이다. 현재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은행 영업을 하고 있고, 유럽 전역을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 뱅크가 되기 위해 내년 초에는 영국 시장 진입을 계획하고 있다.

N26은 은행업 인가를 받은 뒤 2개월 만인 9월 13일 음성인식 기술을 이용한 송금 서비스를 출시했다. 음성인식 서비스 중 가장 유명한 애플의 ‘시리’와 모바일 뱅킹을 융합한 서비스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아이폰을 향해 “헤이 시리, N26에서 12유로를 막스에게 보내”라고 말하면 ‘송금하겠느냐’는 문자메시지(애플의 아이메시지)가 아이폰에 도착한다. 화면에 뜬 메시지에서 ‘송금’을 누르면 막스에게 12유로가 보내진다. N26은 몇 초면 송금을 끝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N26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발렌틴 스탈프는 “우리의 고객은 간단한 한 문장을 말하는 것만으로 돈을 보낼 수 있다. 이보다 더 편할 수는 없다”고 했다. 현재 송금은 한 번에 25유로(약 3만2000원)까지, 하루 최대 100유로(약 12만8000원)까지 가능하다. 식당에서 친구들이 같이 밥을 먹고 밥값을 나눌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다.

N26이 시리를 이용한 송금 서비스를 개발한 것은 애플이 시리를 다른 회사의 앱과 연동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방하면서 가능해졌다. N26은 음성인식 외에도 혁신적인 모바일 뱅킹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소매점에서 현금을 출금할 수 있는 ‘캐시26’,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을 통한 이체 서비스 머니빔(MoneyBeam) 등이다.


거대 금융회사, 생체인증 기술 개발 집중

애플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를 이용해 N26 계좌에서 송금하는 화면. <사진 : N26 홈페이지>
애플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를 이용해 N26 계좌에서 송금하는 화면. <사진 : N26 홈페이지>

핀테크 분야에 새롭게 등장한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거대 금융회사도 핀테크 기술로 모바일 뱅킹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마스터카드는 지난 10월 온라인 결제 시 얼굴인식을 모두 사용하는 ‘아이덴티티 체크 모바일’이라는 앱을 출시했다. 고객들이 온라인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면 처음에 저장한 사진과 비교해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다른 사람이 사진을 프린트해 거짓으로 인증할 수 없도록 고객이 화면을 보면서 눈을 깜빡이거나 미소 짓도록 요구한다.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 컴퓨터로 결제하는 경우에도 스마트폰에 인증 확인 문자를 보내 스마트폰에서 생체인증을 거친 다음에 결제가 승인되도록 했다.

생체인증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금융 사기가 고도화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결제 시 마그네틱선 대신 IC칩을 이용하는 IC카드가 확산되자 카드 위·변조가 어려워졌다. 마스터카드 가맹점 3분의 1이 IC카드로 대금이 결제되도록 시스템을 전환하자 카드 위·변조 결제 사기 범죄율이 54% 떨어졌다. 그러자 금융사기범들은 카드가 필요 없는 온라인 결제로 눈을 돌렸고, 더 확실한 본인 확인 수단이 필요해졌다. 영국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해 한 해 동안 발생한 300만건의 금융거래 사기 중 절반 이상이 인터넷상에서 발생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지난 8월 지문과 음성인식으로 새로운 본인인식 기술을 개발해 서비스한다고 발표했다. 전화 통화를 통한 음성인식과 스마트폰 지문인식으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기술이다. 7월부터는 은행 지점을 찾기 어려운 고객을 위해 비디오 뱅킹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HSBC는 올해 9월 얼굴인식 기술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앱을 출시했다. 이용자가 셀프카메라를 찍으면 이를 운전면허증이나 신분증 사진과 비교해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해준다.

생체인증을 통한 편리하고 안전한 결제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비자 조사 결과 18~24세 고객 중 4분의 1은 현재 사용하는 은행이 음성·얼굴·지문인식 등 생체인증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주거래 은행을 변경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영국 고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자 중 3분의 2가 생체인증 결제 방식에 호의적이었다.

금융회사가 생체인증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은 간편결제 시장에서 앞서가는 IT 업체를 따라잡기 위한 목적도 있다. 애플페이와 삼성페이는 지문인식으로 본인 확인을 한 후 결제가 완료된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간편결제 솔루션 알리페이도 얼굴인식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2015년 3월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은 독일 하노버에서 개최된 정보통신기술 전시회 세빗(CeBIT)에서 ‘스마트 투 페이’라는 얼굴인식 시스템을 공개했다. 사전에 저장돼 있는 사용자 안면 사진과 비교한 뒤 결제가 승인되는 방식이다. 마 회장은 이때 기념우표를 20유로에 사서 현장에 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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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FinTech) Finance(금융)와 Technology(기술)의 합성어. 금융과 IT 기술 융합을 통한 금융서비스와 산업 변화를 뜻한다. 모바일·SNS·빅데이터와 같은 IT 기술로 모바일 뱅킹과 같은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만들고, 애플페이와 같은 IT 기업이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핀테크다.
N26 발렌틴 스탈프(30), 막시밀리안 타엔탈(36)이 2013년 초 창업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프랑스·그리스·아일랜드·이탈리아·슬로바키아·스페인 등 8개국에서 20만명의 고객을 확보했고, 140명을 고용하고 있다.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이 설립한 발라벤처스, 홍콩 갑부 리카싱(李嘉誠) 청쿵그룹 회장이 설립한 호라이즌벤처스 등으로부터 투자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