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번화가의 한 명품 매장에서 사람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싱가포르 번화가의 한 명품 매장에서 사람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5000만달러(600억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초고액 자산가(UHNWI·Ultra High Net Wo-rth Individuals) 숫자가 2015년 말 현재 14만900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억달러(1200억원) 이상을 보유한 사람은 5만800명이었다. 글로벌 초거부들의 숫자는 2014년 대비 3% 늘어났다. 스위스 대형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글로벌 부자 보고서 2016’을 최근 발표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매해 말 전 세계 부자들의 수와 자산을 조사해 발표한다.


한국도 ‘부자 많은 나라’ 9위

국가별로는 미국(7만명·50.9%), 중국(1만1000명·8.0%), 독일(6100명·4.5%), 영국(4700명·3.5%), 프랑스(4100명·3.0%), 일본(3600명·2.6%), 이탈리아(3300명·2.4%)순이었다. 미국에 전 세계 초고액 자산가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는 것이다. 초고액 자산가들의 부를 합하면 35조달러(4경2000조원)였다.

크레디트스위스는 “2015년 아시아 지역 초고액 자산가수는 10% 이상 늘어났다”며 “미국과 유럽의 경우 초고액 자산가의 숫자도 소폭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초고액 자산가수는 0.6% 증가에 그친 반면 중국은 6.2%, 일본은 38.7% 늘었다. 중국은 경제성장, 일본은 증시 호황이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반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가결 영향으로 금융 자산 가격이 하락한 영국의 경우 초고액 자산가가 1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2500명으로 세계에서 9번째로 초고액 자산가가 많은 나라로 꼽혔다. 비율로는 1.8%다. 2014년과 비교해 숫자는 13% 늘어났다.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스위스, 대만 등이 한국의 뒤를 이었다.


프랑스 대표 명품 백화점 르 봉 마르셰 전경. 글로벌 부자들은 라이프스타일이 비슷하다고 크레디트스위스는 설명한다.
프랑스 대표 명품 백화점 르 봉 마르셰 전경. 글로벌 부자들은 라이프스타일이 비슷하다고 크레디트스위스는 설명한다.

경제성장으로 신흥부자 늘어난 게 원인

100만달러(12억원) 이상 자산을 가진 고액 자산가(HNWI·High Net Worth Individual)는 3300만명가량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 세계 인구의 0.7% 정도다. 이들이 보유한 자산은 116조6000억달러(14경원)로 전 세계 부의 절반에 가까운 45.6%였다. 이들 고액 자산가의 숫자는 2000년 이후 155% 늘어났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전 세계적으로 자산가들의 숫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자산가들의 부는 줄어들지 않는 반면, 경제성장으로 새로운 부가 만들어지면서 새로 자산가가 된 사람들이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액 자산가들이 많은 나라는 미국(1360만), 일본(280만), 영국(220만), 독일(160만), 프랑스(160만), 중국(150만) 등이었다. 한국의 고액 자산가는 70만명으로 집계됐다. 순위로는 11위다. 고액 자산가가 50만명 이상 존재하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11개국이다.

고액 자산가들은 몇몇 나라에 집중돼 있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들 자산가는 유사한 생활 방식을 공유한다”며 “국적은 다를지라도 똑같은 고급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는 게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또 “이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을 무대로 주식과 채권 위주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등 자산 운용에서도 유사한 계층”이라고 크레디트스위스는 덧붙였다.

한편 글로벌 차원의 불평등은 개선되지 않았다. 상위 1%의 자산 보유 비중은 2000년 49.8%에서 2009년 45.4%로 감소했다가 다시 늘어나 51%를 기록했다. 반면 자산이 1만달러(1200만원) 이하인 이들은 전체의 73.2%(35억5000만명)에 달했다. 이들이 보유한 자산은 전 세계 부의 2.4%에 불과했다.

하지만 경제성장으로 자산은 계속해서 늘었다. 글로벌 1인당 평균 자산은 6만2000달러로 2000년(3만7000달러)과 비교해 67.9% 늘어났다.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연 3.3% 증가한 것이다.

한국의 1인당 평균 자산은 16만달러(2억원)였다. 금융자산은 7만1000달러(8600만원), 비금융자산 12만달러(1억5000만원)였고, 부채는 3만3000달러(3800만원)에 달했다. 한편 중위수(많은 순서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해당하는 값)는 6만5000달러(7800만원)로 평균치와 큰 차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