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7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 입구에 알리페이로 결제할 수 있다고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최근 알리페이로 물건값을 내겠다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 이 지역 상점들은 앞다퉈 알리페이 바코드 리더기를 설치하고 있다. <사진 : 오종찬 조선일보 기자>
2016년 8월 7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 입구에 알리페이로 결제할 수 있다고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최근 알리페이로 물건값을 내겠다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 이 지역 상점들은 앞다퉈 알리페이 바코드 리더기를 설치하고 있다. <사진 : 오종찬 조선일보 기자>

요즘 중국인들은 밖에 나갈 때 지갑을 들고 나가지 않아도 된다. 오직 스마트폰만 있으면 된다. 음식점에서 밥을 먹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고, 집에 오다가 간식을 사서 먹을 때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돈을 지불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결제가 끝난다.

덕분에 중국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양대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즈푸바오·支付寶)와 위챗페이(웨이신즈푸·微信支付)는 빠르게 성장했다. 중국 모바일 결제의 두 공룡은 이제 본토를 넘어 해외로 진출하려고 한다. 첫 도전은 글로벌 금융 중심지 홍콩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阿里巴巴)가 서비스하는 알리페이는 2004년 출시됐다. 미국 페이팔(Paypal)과 비슷한 방식으로 결제가 진행된다. 고객이 알리페이로 결제하면 판매자의 계좌에 송금되는 형식이고 알리페이는 결제 중개업자 역할을 한다. 잔고에 이자가 붙는다는 이점이 있다.


전통시장에서도 QR코드로 결제

텐센트(騰訊)의 위챗페이는 중국인의 ‘카카오톡’인 위챗(웨이신·微信)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2013년 텐센트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 ‘텐페이’는 위챗에 연동됐고 위챗 메신저에 은행 카드를 등록한 뒤 사용하면 된다.

알리페이는 온라인 계좌 이체는 불안하고 신용카드 보급률도 낮은 열악한 상황에서 알리바바의 타오바오(淘寶), 티몰과 같은 인터넷 쇼핑몰 이용을 활성화하려는 목적에서 탄생했다. 그런데 이젠 모바일 결제를 넘어 오프라인에서 널리 쓰이는 결제 수단이 됐다. 위챗페이는 위챗 앱에서 전기요금, 수도요금과 같은 공과금을 납부하고 콜택시 서비스 ‘디디다처(滴滴打車)’로 택시를 탄 뒤 택시요금도 낼 수 있다.

이런 편리성 덕분에 중국의 모바일 결제 시장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시장조사업체 비다자문(比達咨詢)의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스마트폰을 이용한 결제 규모가 지난해보다 30% 증가한 13조3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인터넷정보센터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 중 65%인 4억2450만명이 지난 6월에 정기적으로 모바일 결제 수단을 사용했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는 중국인들만 이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알리바바의 티몰은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이용할 수 있고 위챗도 전 세계 18개 언어를 지원한다. 그러나 모바일 결제를 사용하려면 중국의 은행에 계좌를 갖고 있고 은행카드가 필요해 사실상 중국인이 아니면 이용할 수 없었다. 중국산 모바일 결제 세계화를 위해 도전장을 내민 곳이 홍콩이다. 홍콩이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위챗페이는 8월 25일 홍콩금융관리국(HKMA)으로부터 제3자 지급결제업(전자결제대행 서비스업) 허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위챗페이는 지난해 홍콩에 진출해 중국인 관광객이 자주 찾는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 본토의 은행에 계좌가 있는 사람만 위챗페이를 쓸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번 홍콩금융관리국의 허가는 장벽을 없애줬다. 홍콩의 은행 계좌와 위챗페이를 연동할 수 있게 됐고 홍콩인이 홍콩의 은행 계좌에 있는 홍콩달러화를 이용해 위챗페이를 이용할 수 있다. 2007년 홍콩에 진출한 알리페이도 같은 날 홍콩금융관리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역시 홍콩 은행 계좌와 연동해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 중국인 관광객(유커·遊客)을 넘어 현지인으로 고객을 넓히는 것이다.

아이리서치 컨설팅 그룹의 리 차오 애널리스트는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홍콩을 모바일 결제 사업 글로벌 확장에 중요한 거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알리바바 그룹의 앤트파이낸셜은 내년 상반기 홍콩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다. 알리바바는 뉴욕 증시에 상장돼 있지만, 자회사는 홍콩에 상장하겠다는 것이다.

알리페이·위챗페이를 중국인이 아닌 사람이 현지 은행 계좌를 통해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홍콩이 처음이다. 그러나 이미 유커의 강력한 구매력 덕분에 세계 곳곳에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진출해 있다.


서울 명동에 알리페이 가맹점 늘어

한국을 방문한 유커가 쇼핑하기 위해 가는 서울 명동의 상점엔 알리페이로 결제할 수 있다는 스티커가 붙어있는 상점이 많다. 화장품이나 편의점에 설치된 알리페이용 바코드 리더기를 이용해 유커가 물건값을 지불한다. 지난 춘제(春節·설) 연휴 기간엔 명동에서 아리따움·라네즈·마몽드 등 화장품 매장에서 50위안 이상 결제하면 10위안을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실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한국에 진출한 위챗페이도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신라면세점, 롯데면세점, 신세계백화점과 이니스프리, 세븐일레븐 등 일부 매장에 한정돼 사용할 수 있다. 텐센트는 8월 19일 국내 사업자를 대상으로 첫 번째 공식 사업설명회를 열고 하나카드, 우리은행 등 한국 파트너사를 통해 위챗페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알리페이는 최근 유럽 시장에도 진출했다. 앤트파이낸셜은 프랑스 모바일 결제 단말기 업체 인젠니코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인젠니코는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150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이번 제휴로 유커들은 백화점과 명품 매장 등에서 알리페이를 이용해 위안화로 결제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유커가 몰리고 있는 일본에도 중국산 모바일 결제가 스며들고 있다. 일본 오리엔트 코퍼레이션은 지난 8월 알리페이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다면서 그 첫 번째로 관광객이 많은 도쿄 신주쿠(新宿), 아사쿠사(淺草) 등지의 패밀리마트 4개 점포에 알리페이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긴테쓰(近鐵)백화점은 올해 초 중국 춘제 연휴를 앞두고 알리페이로 결제할 수 있게 했다.

더글러스 피긴 앤트파이낸셜 해외사업 부문 대표는 “중국인 해외 여행객 대부분은 중국에서 알리페이를 이용하고 있다”며 “이들의 해외에서 지급결제는 놓칠 수 없는 큰 시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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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페이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앤트 파이낸셜(마이진푸·蟻金服)이 운영하는 온라인·모바일 결제 서비스. 2004년 출시돼 8억2000만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다. 중국 온라인 결제 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위챗페이 텐센트가 2013년 출시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 중국인이 많이 쓰는 스마트폰 메신저 앱 위챗(웨이신)과 연동해 사용한다. 중국인이 해외에서 위챗페이로 결제할 때 현지 화폐가 아닌 위안화로 가격을 바꾼 뒤 결제해 편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