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자딩구 주거용 건물 앞에 공사가 한창이다. 올해 상반기 중국 경제 성장률은 6.7%를 기록, 견고한 성장세를 보였으나, 부채를 기반으로 한 경기 부양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은 계속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중국 상하이 자딩구 주거용 건물 앞에 공사가 한창이다. 올해 상반기 중국 경제 성장률은 6.7%를 기록, 견고한 성장세를 보였으나, 부채를 기반으로 한 경기 부양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은 계속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차이나 드림은 끝났다. 지금은 포스트차이나 포트폴리오를 짜야 할 때다.”(모건스탠리 루치르 샤르마 글로벌 전략 총괄 사장)

“중국 역내 회사채 신용등급에는 거품이 있다. 이는 투자의 큰 진입장벽이다.”(SC로이 제이미 타델리스 공동창립자)

유럽 등 선진국 금융시장의 초저금리로 수익률에 목마른 글로벌 기관투자자 자금이 이머징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머징 시장에는 올해 7월 이후 월평균 200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되면서, 직전 12개월 동안 순유출 규모를 만회한 분위기다.

눈여겨볼 점은 이들 자금이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필리핀·베트남·인도·인도네시아 등)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가 글로벌 자금 유입을 위해 올 초 각국 중앙은행과 자산 운용사, 역외 장기 기관투자자에 역내 채권시장을 완전 개방했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中 기업부채 GDP 171%… 미국 2배

지난 15년 동안 신흥국 시장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아온 중국 시장이 외면받고 있다. 글로벌 통계분석회사인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에 따르면 펀드매니저들은 6월 중순 이후 중국 관련 자산에서 빼낸 자금을 7월 이후 신흥국 시장에 투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관투자자들 사이에 부채를 기반으로 한 중국식 경기 부양이 한계에 달했다는 판단이 퍼졌다고 입을 모았다. 브랜디스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의 제랄도 제모라노 신흥시장 전략매니저는 “중국 기업의 레버리지(자금 차입)가 크게 증가하고 있고 신규 기업 대출의 상당 부분도 기존 부채 상환에 사용되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이 중국 시장을 꺼리는 주된 이유는 기업 부채 때문이다. 중국의 기업 부채는 구문이긴 하지만, 규모와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며 불안감이 계속 심화되는 모양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2015년 중국의 총기업부채는 17조8000억달러, GDP의 171%에 이른다고 전했다. GDP 대비 중국 기업 부채 규모는 미국과 유로존의 두 배가 넘는다.

S&P는 중국의 기업 부채가 2020년이면 32조6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 기업 부채에서 중국 기업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35%에서 43%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경제의 낮은 신뢰도와 폐쇄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S&P가 평가한 1943개 중국 대기업의 절반 이상이 ‘높은 레버리지 비율’의 범주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입에서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다섯 가지 수준으로 구분했을 때 두 번째로 나쁜 범주에 해당한다.

크레디트스위스(CS)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96%가 중국 현지 신평사로부터 투자 적격 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제 신평사의 등급 평가에서 중국 기업의 2.2%만이 투자 적격 등급을 받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신흥국, 고금리로 중국 이탈자금 유치

중국 내 채권 시장에서는 투자 등급을 받았으나 해외 채권을 발행할 때는 투자 부적격 등급을 받는 중국 기업 사례는 자주 목격된다. 중국의 3대 부동산개발사인 중국만과, 항대부동산, 보라부동산은 중국 내에서 회사채를 발행할 때  ‘AAA’ 등급을 받았으나 홍콩에서 발행한 회사채에서는 이보다 훨씬 낮은 등급을 받았다.

SC로이의 제이미 타델리스 공동창립자는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은 신용등급을 투자기준으로 삼는데, 중국 기업의 신용등급은 신뢰도가 떨어진다”며 “이런 부분이 중국 회사채 시장에 진입 장벽이 된다”고 전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갑자기 둔화되면 회사채 부도와 부실 채권 급증으로 중국 기업 군단이 벼랑 끝에 몰릴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이 같은 구조적 신용 경색을 막기 위해 시장 개입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핌코의 루크 스파직 이머징 아시아 시장 부문장은 “중국 경제를 이해하려면 중국 기업 부채 문제가 중국 정부에 일종의 ‘집안일’과 같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국내 기업 부채의 90%는 은행 융자로, 국영은행이 기업에 대출하는 폐쇄형 시스템이다.

스파직 부문장은 이어 “중국 기업과 금융기관이 마치 가족처럼 긴밀하게 엮여있다는 점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통제하에 중국의 국영 금융기관이 기업의 부실채권 만기를 계속 연장해주다 보니 부채가 급증했단 뜻이다. S&P에 따르면 2020년 기존 대출에 대한 차환을 위해 필요한 자금은 13조4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수익률에 목마른 투자자들에게 신흥국 채권은 매력적인 대안이다. 최근 브라질 정부가 발행한 달러 표시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연 4.5%에 이른다. 독일 국채 10년물은 현재 마이너스에 거래되고 있으며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1.5~1.6%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처럼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 채권 발행이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불안이 상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의 이머징 자금 쏠림 현상이 펀더멘털에 기초한 것이라기보다는 선진국, 특히 유럽 경기 부진의 상대적 우위에 따른 현상인 만큼 추후 선진국 경기가 좋아지면 언제 다시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다”며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이머징 국가 채권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미국 8월 고용 지표와 8월 비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예년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 9월 기준금리 인상설이 잦아들긴 했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한숨 돌렸지만 여전히 연준의 결정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자산 규모 측면에서 중국을 제외한 이머징 시장이 글로벌 채권 수요를 충족시킬 능력이 있는지 여부도 의문이다. 자산관리회사인 젬코프캐피털의 아타나스 보스탄디지에브 대표는 “전 세계 연기금 자산 2~3%가 신흥국 채권에 투자된다 하더라도 자산 수익률은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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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leverage) ‘지렛대’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금융에서는 남의 돈을 빌려 투자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기업경영에서는 자기자본에 장기 부채로 남아있는 타인자본의 비율을 뜻한다.
부실채권 금융기관 대출금 가운데 회수가 불확실한 돈. 대출금은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분류되는데 부실채권은 정상을 제외한 나머지 4개를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