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전경. 올해 3분기까지 전세계 M&A시장 규모는 2조 3700억달러를 기록, 전년 대비 2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 블룸버그>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전경. 올해 3분기까지 전세계 M&A시장 규모는 2조 3700억달러를 기록, 전년 대비 2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 블룸버그>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글로벌 투자은행 수수료 수입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 중앙정부 주도의 국유기업 재편으로 중국 내 기업 간 인수합병(M&A)이 급증한 영향이 크다.

반대로 같은 기간 전 세계 투자은행 수수료 수입은 전년 대비 15%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미주 지역이 22% 줄어들어 감소폭이 가장 컸고, 유럽(-18%)과 일본(-10%)이 그 뒤를 이었다. 글로벌 M&A 시장에서는 미주와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이 나머지 지역보다 훨씬 크다.

올해도 벌써 4분의 3이 지나갔다. 4분기를 시작하면서 글로벌 통계 업체들이 자료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3분기까지 합의된 전 세계 M&A 시장은 2조3700억달러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3년내 가장 작은 규모다. 지역별로는 미국의 하락폭이 31%로 가장 컸고, 유럽(19%)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일본 제외·20%)도 하락했다.

글로벌 M&A 급감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올 초 중국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거래가 얼어붙었고, 지난 6월 영국의 EU(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를 앞두고 시장이 주춤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자본시장 불확실성이 커졌다. 미국의 법인세 탈루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형 거래(엘러간-화이자)가 무산되기도 했다. 올해 글로벌 M&A 시장 3대 키워드를 정리했다.


트렌드 1 브렉시트 여파로 런던 추락

“런던 증시 상장을 앞둔 기업들이 기업 규제와 세금 리스크 등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여파를 우려하고 있다.” (윌리엄 슐츠 시티그룹 유럽·중동·아프리카 본부장)

올해 글로벌 M&A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유럽 지역 기업 상장의 수도였던 영국 런던의 쇠락이다. 글로벌 금융정보업체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M&A 시장에서 영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로 떨어졌다. 지금까지 글로벌 M&A 시장에서 영국은 늘 10~20%의 비중을 차지해 왔다.

경제지들은 “일본 소프트뱅크의 암(ARM) 인수 건을 합쳐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우려했다. 슐츠 본부장은 지난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에 앞서 영국의 M&A 시장은 확실히 주춤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브렉시트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글로벌 M&A 시장에서 영국의 지위가 곧 회복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바클레이스의 게리 포스터넥 글로벌 M&A 본부장은 “소프트뱅크의 암 인수와 같은 대규모 거래가 이뤄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기회를 다시 찾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앨러스데어 워런 도이체방크 유럽본부장은 “선진국 경제 성장이 정체된 것은 맞지만, 저금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선진국 기업들은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M&A 대상을 계속 물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불확실성과 미국 시장의 기회가 맞물리면서 영국과 유럽 기업의 미국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트렌드 2 중국의 급부상

영국의 추락과 대조적으로 글로벌 M&A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눈에 띄게 커졌다. 9월까지 중국의 해외 기업 인수 규모는 1590억달러로 지난해(1070억달러)를 넘어섰다. 중국 중앙정부는 그동안 선진 기술 및 자원 확보의 한 방법으로 해외 우수 기업 인수를 적극 장려해왔다.

M&A 자문 등 투자은행 부문에서 중국 금융권의 약진도 눈에 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 지역 투자은행 부문은 월가가 주도권을 쥐고 있었으나 올해 그 자리는 중국 은행들이 대거 차지했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아시아 지역 상위 10대 투자은행 중 7곳이 중국계 은행이 차지했다. 이들 7개사의 시장점유율을 합하면 60%에 이른다. 대표적인 중국계 투자은행으로 중신건투(中信建投), 중신증권(中信證券), 궈타이쥔안(国泰君安)증권 등이 꼽힌다. 수년 동안 1위 자리를 지켰던 골드만삭스의 올해 순위는 11위로 밀려났다.

중신건투와 중신증권은 올해 투자은행 부문에서 각각 3억8500만달러 규모의 수익을 냈다. 궈타이쥔안의 수익은 2억5000만달러다.

다만 하반기 들어 중국 시장 M&A는 주춤한 상태다. 지난 1분기 중국화공(ChemChina)이 스위스 농기업인 신젠타(Syngenta)를 44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한 이후 지금까지 이렇다 할 M&A 발표는 없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중국 국유기업 감독 당국이 최근 무분별한 해외 기업 인수를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인앤드컴퍼니의 키키 양 홍콩 본부장은 “중국 정부가 늘어나는 기업 채무를 우려, 성급한 해외 자산 인수를 억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독일 바이엘은 올 초 세계 최대 농화학기업인 미국 몬산토를 658억달러에 인수했다. 베르너 바우만 바이엘 대표 <사진 : 바이엘>
독일 바이엘은 올 초 세계 최대 농화학기업인 미국 몬산토를 658억달러에 인수했다. 베르너 바우만 바이엘 대표 <사진 : 바이엘>

트렌드 3 농업 기업 인수 활발

바이엘-몬산토, 중국화공의 신젠타 인수 등 농업 관련 기업 M&A도 눈에 띈다. 프랑스 농업식품업체인 다농의 미국 건강음료업체 화이트웨이브 인수(125억달러) 건도 넓게는 농업 기업 M&A에 포함할 수 있다. 특히 독일 제약 기업인 바이엘의 미국 몬산토 M&A는 올해 최대 규모의 M&A로 기록됐다. 몬산토는 세계 최대 농화학 및 종자 기업이다. 베르너 바우만 최고경영자(CEO)의 취임 5개월 만이었다.

바우만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취임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몬산토 인수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농업 분야는 국경을 넘어선 통합이 필요한 시장”이라며 “바이엘에 신시장 진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봤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올 들어 성사된 국제 M&A 규모는 9000억달러(약 1000조원)에 이른다. 이는 올해 전체 M&A(2조3700억달러)의 40%를 차지한다. 농기업은 아니지만 일본 소프트뱅크의 영국 암 인수(243억파운드), 미국 스펙트라에너지의 캐나다 엔브릿지 인수(280억달러)가 주요 거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