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우리나라 농업·농촌 발전을 목표로 출범한 농협은 56년 만에 주요국 농업협동조합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했다. <사진 : 농협>
1961년 우리나라 농업·농촌 발전을 목표로 출범한 농협은 56년 만에 주요국 농업협동조합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했다. <사진 : 농협>

농업협동조합은 대부분 국가에 조직돼 있다. 세계 전역의 농업협동조합은 식량 안보와 빈곤 퇴치를 목표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농업인의 권리 증진과 수입 증대를 지원한다. 우리나라 NH농협중앙회(농협)는 일본 ‘젠노(全農)’, 미국 ‘CHS’와 함께 세계 3대 농업협동조합으로 꼽힌다. 농업 강국으로 꼽히는 독일 농업협동조합 ‘바이바’와 뉴질랜드 ‘폰테라그룹’과 비교해도 우리 농협의 규모가 더 크다.

1961년 출범한 농협이 56년 만에 주요국 농업협동조합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한 비결은 농축산물 판로 확대,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경제 사업과 함께 이를 지원하는 금융 사업을 추진하며 내실을 다진 결과다.


2000년 통합 농협중앙회 출범

농협은 우리나라 농업·농촌 발전을 목표로 출범해 농업이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농촌이 농업인은 물론 국민 삶의 터전이 되도록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농업인이 영농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비료·농약·농기계·면세유 등 영농 자재를 지원하고 시중에 농축산 식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농가 수익이 증대되는 동시에 시중에 안전한 먹거리가 유통되도록 했다.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영농인을 육성하는 한편 농업인 삶의 질이 향상되도록 복지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농협의 역할이다. 이와 함께 농협은 농업 활동에 필요한 자금이 제때 공급되도록 농업 금융 활성화에도 힘쓰고 있다. 농협은 시중 은행 업무 외에도 카드·보험·외국환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농협의 조직도 꾸준히 확대·개편됐다. 기존에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축산업협동조합중앙회, 인삼업협동조합중앙회로 분산돼 있던 중앙 조직을 2000년 통합해 ‘통합 농협중앙회 체제’를 구축했고, 창립 50주년을 맞은 2011년에는 농협법을 개정해 경제 사업과 금융 사업 체제를 전문화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2012년에는 개정된 농협법에 따라 농산물 유통체계 혁신과 금융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 분할이 이뤄져 농협이 수평적 조직으로 바뀌었다.


농촌 일손돕기에 나선 농협중앙회 임직원들. <사진 : 연합뉴스>
농촌 일손돕기에 나선 농협중앙회 임직원들. <사진 : 연합뉴스>

영농비용 절감 위한 사업 진출

농협 조직의 뿌리가 되는 농민조합원은 223만 명에 이른다. 이들의 출자로 지역·품목별 1131개 회원 농협이 중앙회를 구성한다. 농협의 총자산은 중앙회 121조원, 금융지주 367조원을 합쳐 488조원(2016년 말 기준)에 달한다. 국내 재계 1위 삼성그룹(348조원)과 KB국민은행(262조원) 총자산과 비교해도 그 규모가 더 크다.

농협은 또 협동조합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시장 경쟁이 필요한 사업에 대해서는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해 전문성과 효율성을 강화했다. 중앙회는 농·축협 중심의 협동조합 구심체 역할을 하며, NH농협경제와 NH농협금융이라는 주식회사 형태의 지주회사 두 개를 거느린다. 경제지주 산하에는 판매·유통 부문을 배치했고, 금융지주 산하에는 기존 신용 자회사와 은행·보험사를 편입해 종합금융그룹 체계로 재편했다.

농협의 경제 사업 활성화를 위해 설립된 농협경제지주는 독립법인화된 계열사의 경영을 관리하고 있다. 경제 사업은 크게 농업경제 부문과 축산경제 부문으로 나뉘며 각 사업 부문은 농축산물 판로 확대, 농축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농가 소득 증대와 영농 비용 절감을 위한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은행과 증권 서비스를 제공하는 NH농협금융의 복합점포. <사진 : 조선일보 DB>
은행과 증권 서비스를 제공하는 NH농협금융의 복합점포. <사진 : 조선일보 DB>

순수 민간자본으로 구성된 농협금융지주는 은행, 보험(생명·손해), 증권, 자산운용, 캐피털, 저축은행 등 7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1990년대부터 논의된 농협 ‘신경(信經) 분리(금융 부문과 유통 부문 분리)’ 과제가 2011년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 국회 통과로 이어지며 2012년 3월 NH농협금융지주가 설립됐다. 농협금융의 운영 수익은 농업·농촌·농업인 지원 사업에 활용되고 있다.

지난 5년간 종합금융체제를 구축하며 성장한 농협금융은 최근 디지털 금융 전략 확보와 글로벌 시장 확장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농협금융을 디지털 금융 회사로 탈바꿈시키는 한편 농협중앙회를 모(母)회사로 둔 특성을 살려 아시아 농업 국가를 상대로 시장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농협금융은 올해 조직 개편을 통해 지주에 디지털금융단, 은행에 디지털뱅킹본부, 핀테크사업부, 빅데이터전략단을 각각 신설했다. 신(新)성장 동력을 창출할 디지털 금융 부문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머신러닝 등의 신기술을 활용하면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업무 효율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협금융의 디지털 혁신 전략은 일부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농협금융이 지난해 출시한 모바일 융합 플랫폼 ‘올원뱅크’는 출시 5개월 만에 5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금융과 유통을 접목한 비즈니스 모델로 시장 확대를 계획하는 농협금융의 주요 공략 대상은 중국,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아시아 지역이다. 농협금융은 농축산물 수출과 연계해 금융이 실물을 이끄는 형태로 새로운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농협금융은 중국 공소그룹과 합작을 통한 융자리스 지분 투자, 베트남 하노이 지점 개설, 인도 뉴델리 사무소 개설, 미얀마 소액대출 회사 설립 등을 이뤄냈다. 홍콩에는 은행 지점을 신규 개설하고 증권 현지 법인과 협업해 딜·상품 소싱을 확대해 글로벌 기업투자금융(CIB) 허브를 구축할 방침이다.

농협금융 각 자회사의 핵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자산·부채를 전략적으로 운용해 순이자마진(NIM)을 끌어올리고 펀드, 방카, 신탁, 퇴직연금 등 핵심 수수료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보험은 보장성 보험 경쟁력 강화, 증권은 금융 상품 판매 확대를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아울러 농협금융은 은행과 생명, 손해보험, 증권 등 계열사 간 시너지를 확대하기 위해 고객 정보를 공유해 마케팅에 활용하고 CIB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은행과 증권 공동 영업을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중견기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용환(오른쪽) NH농협금융지주회장은 디지털 전략을 강조했다. <사진 : 농협금융지주>
김용환(오른쪽) NH농협금융지주회장은 디지털 전략을 강조했다. <사진 : 농협금융지주>

농업에 사물인터넷·인공지능 활용

농협금융은 지난해 상반기 조선·해운업 부실에 따른 영향으로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비상 경영에 나서며 1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2016년 32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올해는 1조원 규모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은 “내실 경영을 기반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한편 리스크 관리 역량을 더 강화하겠다”며 “디지털금융, 은퇴금융, 글로벌 사업을 중심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고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금융지주만의 과제가 아니다. 농협은 사물인터넷(IoT), AI 기술을 활용하는 ‘스마트팜’을 육성하고, 농축산물 수출을 확대해 농가 소득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팜이란 비닐하우스나 논밭에 온·습도 센서와 CCTV, 무선인터넷 장비 등을 설치해 원격으로 재배 시설을 관리하는 곳이다.

농협은 이를 통해 농가 소득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협은 최근 IoT와 빅데이터 기술이 접목된 식육 무인 판매 기기 ‘IoT 스마트 판매 시스템’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시스템은 스마트폰으로 온도, 재고, 입고, 판매, 가격 등의 정보를 실시간 원격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농협은 올해 초 농식품 수출 컨트롤타워인 ‘농협 수출비상대책위원회’도 설치했다. 수출 전문단지를 육성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한편 수출 주력 품목을 육성해 농축산품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농협은 각 국가에서 수요가 많은 농축산물을 파악해 전략적인 수출 확대를 위한 노력도 추진하고 있다.


Plus Point

“헌법에 농업 가치 반영해야”

농협은 농업의 가치를 헌법에 반영하도록 개헌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 농협>
농협은 농업의 가치를 헌법에 반영하도록 개헌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 농협>

농협이 최근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것 중 하나는 농업의 가치를 헌법에 반영하도록 개헌을 촉구하는 활동이다. 30년 만에 헌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개정 헌법에 농업의 공익적 기능과 중요성을 명시하고 농업 발전을 위한 국가의 책무를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협은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창출하는 농업인에 대한 재정 지원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농협은 중앙회에 ‘농업 가치 헌법 반영 범농협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농업인 단체, 소비자 단체, 학계와 함께 관련 캠페인과 온라인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11월 1일부터 전개한 ‘농업 가치 헌법 반영을 위한 1000만 명 서명운동’에 30일 만에 1000만 명이 참여했다.

농협은 “농업은 농축산물을 생산하는 본원적 기능 외에도 식량 안보, 농촌 경관과 환경 보전, 수자원 확보, 홍수 방지, 지역사회 유지, 전통문화 계승 등 다양한 공익적 역할을 수행한다”며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헌법에 반영돼야 한다”고 했다. 농촌진흥청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업의 환경 보전 기능은 연간 67조6392억원의 가치를 창출하며 농업의 다원적 기능 가치 창출 규모 역시 9조3272억원에 이른다. 농업의 가치는 무궁무진하지만 이에 대한 인식이 낮아지는 추세다. 생산비 증가, 농산물 가격 변동, 농촌 인구 감소 등으로 농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개정 헌법에 담아 농업이 경제 성장의 기반이 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