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은 과도한 빚을 내서 과잉 투자를 벌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200m 이상 초고층빌딩 건설이다. 사진은 중국 베이징의 한 건설 현장. <사진 : 블룸버그>
중국 기업들은 과도한 빚을 내서 과잉 투자를 벌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200m 이상 초고층빌딩 건설이다. 사진은 중국 베이징의 한 건설 현장. <사진 : 블룸버그>

“중국 경제가 앞으로 3년간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위험스러운 부채 수준에 대한 느슨한 통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부채를 정리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중국의 부채가 ‘위험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IMF는 8월 15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막대한 부채를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IMF는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2018∼2020년 연간 6.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보고서에서 내놨던 같은 기간 성장률 전망치인 6.0%보다 높은 수준이다. IMF는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도 당초 6.2%에서 6.7%로 상향 조정했다. 이 전망대로라면 2020년까지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정책 목표인 ‘샤오캉(小康)’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2022년 중국 부채 GDP 대비 300% 육박

하지만 IMF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중국 경제를 ‘빚에 중독된 성장’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샤오캉 사회’ 건설을 위해 2010년에서 2020년 사이 경제 규모를 두 배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빠른 부채 증가를 감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부채는 현재 위험수위에 도달했다. 중국의 가계와 기업, 정부의 부채를 모두 더한 총부채는 2008년 6조달러(약 6700조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말 28조달러(약 3경1500조원)를 넘어서 5배 가까이 급증했다.

IMF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235%였던 중국의 가계, 기업, 정부의 부채가 오는 2022년까지 GDP의 290%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IMF는 당초 중국의 부채 수준이 앞으로 5년 동안 GDP의 270% 선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번에 이 수치를 수정했다.

중국의 부채를 우려하는 것은 IMF만은 아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GDP 대비 지난해 중국의 부채 비율을 258%로 본다. IMF의 분석보다 훨씬 높다. BIS에 따르면 2008년 GDP의 160%에 불과하던 중국의 부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파르게 상승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더 나쁘게 본다. IIF는 지난 5월 기준 중국의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304%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등 서구 경제학자들은 급증하는 부채가 중국의 경제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지난 5월 중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28년 만에 강등한 이유도 부채 위험 때문이다. FT는 “중국 경제가 단기적으로 중국 정부의 대출 확대에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대출에 의존하고 자산에 낀 거품으로 고통받는 경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IMF는 “국가 부채 수준이 높아지면 중국 금융 당국은 금융회사들이 판매하는 고금리 투자 상품 등의 신뢰 하락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게 된다”며 “이 경우 헤지펀드나 투자은행 등에 몰렸던 돈이 급격하게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기업 부채 비율, 미국의 두 배 넘어

특히 전문가들은 19조달러(약 2경1400조원)에 육박하는 중국 기업들의 과도한 부채가 중국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BIS에 따르면 GDP 대비 기업 부채 비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167%에 달한다. 이는 선진국 평균 89%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세계 1위다. 미국(72%), 일본(98%) 등보다 훨씬 높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년간 중국 기업들이 빚에 의존해 연명해 왔다고 본다. 특히 국유기업이 군림하는 산업에 과잉 공급을 불러왔다고 지적한다. 중국 기업 부채 중 75%는 제조업과 같은 전통 산업군의 국유기업이 차지하고 있는데, 중국 정부는 성장세가 멈춘 전통 제조업 등에 저리로 자금을 수혈하고 생산 제한 조치로 생명을 연장시켜 왔다.

또 중국 기업들은 빚을 내서 과잉 투자도 벌여왔다. 대표적 사례가 초고층빌딩 건설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건설 중인 200m 이상 초고층빌딩은 총 130여채인데, 이 가운데 중국이 80여채를 차지해 압도적인 1위다.

문제는 이들 기업 중 일부가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국유기업에서 국유은행으로 자금 압박이 확산되면서 은행 시스템 전체에 위기가 전염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 내부에서는 급박한 위기가 닥치면 중국 정부가 돈을 찍어내서라도 부채를 떠안을 것이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고 평가하지만, 외부의 시선은 다르다.

IMF는 중국 정부가 성장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버려야 하며 특히 국유기업에 대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립턴 IMF 수석부총재는 “중국의 급증하는 기업 부채는 여전히 심각하며,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며 “중국이 금융위기에 빠지지 않으려면 정부가 하루빨리 기업 부채 문제 해결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IMF는 중국 당국에 금융 불안 리스크 관리, 감독 기능 강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재정 통합 관리 등을 주문했다.


Plus Point

좀비 기업 연명시키는 中 1년 새 132조원 쏟아부어

중국 정부는 최근 기업 부채를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돼온 중국 기업들의 과잉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출자전환이 당초 의도와는 달리 부실기업이 퇴출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분기까지 중국 금융권이 기업 대출을 출자전환한 규모는 7760억위안(약 132조원)에 달한다. 이 중 55%가 공급 과잉에 시달리는 석탄 및 철강산업에서 이뤄졌다.

중국은 지난해 10월부터 기업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자전환 정책을 본격 시행했다. 기업 대출을 자본으로 바꿔주면 부채 비율을 낮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08년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00%에 그쳤던 기업 부채는 지난해 167%까지 뛰었다.

심각한 자금난으로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직면했던 국유 철강기업 중강그룹과 대형 금광업체 산둥황진이 최근 출자전환에 성공한 것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치로(Chi Lo) BNP파리바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출자전환 조치가 자금줄을 찾는 부실 기업에 구세주로 떠오르고 있다”며 “좀비 기업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뒤흔드는 암세포가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