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다 에르무트 터키투자청장이 지난 16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를 갖고 터키 투자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이경호>
아르다 에르무트 터키투자청장이 지난 16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를 갖고 터키 투자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이경호>

지난 9일 미국 달러화 대비 터키 리라화 환율이 급등했다. 전 거래일 종가보다 6.6% 오른 달러당 3.8533리라를 기록했는데, 터키에서 쿠데타 시도가 있었던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이었다. 리라화 환율이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리라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이날 리라화 환율이 오른 것은 미국과의 외교 갈등 때문이다. 최근 터키 이스탄불 주재 미국 영사관 직원이 간첩 행위로 체포되면서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환율은 기업의 이익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다. 정치적인 문제로 외환시장이 출렁거리는 건 터키 투자를 고민하고 있는 한국 기업에 좋은 소식이 아니다. 지난 16일 한국을 방문한 아르다 에르무트(Arda Ermut) 터키투자청장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만나 외환시장에 대한 터키 정부의 대책을 물었다.


터키의 정치 상황은 어떤가.
“투자 유치 활동을 하면 기업인들이 터키의 정치적인 상황에 대해 많이 묻는다. 확실한 건 터키는 민주주의적으로 안정된 국가라는 사실이다. 터키는 수천 년 동안 분쟁이 끊이지 않는 불안정한 지역에 자리잡았다. 시리아와 인접한 국경이 900㎞에 달하고, 인접한 지역에 여섯 명의 독재자와 테러리스트 단체들이 산재해 있다. 터키가 정치적,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았다면 이미 와해됐을 것이다. 서구 언론에서는 위기론을 말하지만 우리에게는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

미국과의 갈등으로 외환시장이 불안하다.
“다른 개발도상국에 비하면 사실 터키의 외환시장은 안정적인 편이다. 리라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어려움은 있지만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터키의 금융 부문과 은행들이 환율을 조정하기 위해 많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한다. 국가평가를 좋게 만들려고 하고, 투자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과의 관계는 정치적이고 일시적인 문제라고 본다. 거시적인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보면 개선될 것이다.”

유럽연합(EU) 가입 문제는.
“터키는 EU 멤버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EU의 규정에 맞춰서 헌법을 개정하는 등 여러 가지를 조정하고 있다. 터키가 EU 멤버가 된다면 EU 내에서 두 번째로 큰 국가(면적 기준)가 된다. 그만큼 잠재적인 힘이 크다는 의미다.”

한국과 터키의 경제협력은.
“자동차, 전자제품, 철강, 에너지,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터키에 진출해 있다. 현재 한국 기업 326곳이 터키에 진출해 있고, 터키에 사무소를 세운 기업도 36곳에 달한다. 하지만 한국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인 가능성에 비하면 아직까지 투자 규모가 충분하지는 않다고 본다. 한국 기업이 전 세계에 투자하는 규모가 3000억달러에 달하는데 터키에 직접투자하는 규모는 22억달러에 불과하다. 1%도 채 되지 않는 셈이다. 터키 정부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한국 기업의 투자액에서 터키가 차지하는 비율을 1%로 높이고, 중기적으로 2~5%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터키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이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는.
“외국인직접투자(FDI)는 터키 경제발전의 중요한 요소다. 터키는 외국인 투자기업을 내국 기업과 동등하게 대우한다. 2003년 외국인 직접투자법을 개정한 이후 투자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 20%인 법인세의 경우 프로젝트 종류에 따라 최대 2%까지 낮춰주고 있다. LG를 비롯한 여러 한국 기업도 다양한 인센티브를 받았다.”

터키가 유치한 FDI 규모는 연간 120억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15년 175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정치적인 불안이 겹치면서 123억달러로 줄었다. 터키 정부는 FDI 규모를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비(非)유럽 국가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터키 FDI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5년 75%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66%까지 낮아졌다.

한국 건설사들이 터키 인프라 공사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보스포러스 해협 해저를 관통하는 5.4㎞ 길이의 복층 유라시아 해저터널이 지난해 12월 개통했다. SK건설과 터키 기업인 야피메르케지가 함께 진행한 사업이었다. SK건설은 2041년까지 해저터널의 유지보수와 시설운영을 맡는다. 올해 3월에는 SK건설과 대림산업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3조5000억원 규모의 터키 차나칼레 대교 수주에 성공했다. 이외에도 터키에서는 고속도로, 항만, 공항 등 다양한 인프라 건설이 진행 중이다.”

건설이나 제조업 외에 한국 기업이 관심을 가질 만한 투자 분야는.
“서비스 산업이 있다. CJ그룹이 지난해 터키 최대 영화관을 가지고 있는 마르스엔터테인먼트그룹(MARS)을 인수했다. 넷마블은 터키의 온라인 게임사인 조이게임에 투자했다. 터키는 인구가 8000만명에 달하는 데다 평균 연령은 30세 정도로 굉장히 젊다. 새로운 트렌드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터키를 중심으로 해서 인근 국가들까지 사업을 확장할 여지도 크다. 터키 주변 국가들까지 포함하면 인구 16억명에 경제규모 24조달러의 거대 시장이 된다. 터키에 먼저 진출해 이들 지역을 공략하는 허브로 삼을 수 있다.”

에너지 분야 투자 계획은.
“앞으로 10년간 터키 정부는 에너지 분야에 1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인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신재생에너지가 될 것이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분야가 유망하다. 터키 최대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건설 사업을 한국 기업인 한화큐셀이 수주하기도 했다. 한국은 에너지 관련 장비나 설비에 강점이 있는 기업이 많다. 터키의 에너지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많이 참여하길 바란다.”


▒ 아르다 에르무트(arda ermut)
터키 보스포러스대학 정치학·국제관계학, 터키 국무총리실 언론홍보위원, 세계투자진흥기구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