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선물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이달부터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사진 : 블룸버그>
세계 최대 선물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이달부터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사진 : 블룸버그>

세계적으로 투자 붐이 일고 있는 대표적인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세계 최대 선물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상장된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화폐 가치를 놓고 논란이 많았던 암호화폐가 처음 제도권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CME가 비트코인 상장 계획을 밝힌 후 암호화폐 논란이 더 가열되는 모습이다. 일본 도쿄금융거래소는 CME처럼 비트코인 파생상품 거래가 이뤄지도록 증권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미국 대형 은행들은 암호화폐 거래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시장을 개방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비트코인 파생상품 거래를 반대하고 나섰다.


비트코인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 거래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CME와 CBOE의 비트코인 파생상품 거래를 허용하면서, 두 거래소는 앞다퉈 비트코인 선물·옵션 거래 계획을 발표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미 막대한 자금이 몰린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조치다. 비트코인 파생상품 거래가 시작되면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하락에 모두 베팅할 수 있다. 단순히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거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에 투자해 고수익을 올리거나 헤지(hedge·위험 회피) 상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거래소는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도쿄금융거래소와 나스닥이 비트코인 파생상품 시장 참여 의지를 밝힌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두 달 새 가격이 두 배 수준으로 급등하는 등 이상현상을 보이는 비트코인을 제도권 시장에 수용하려는 결정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미국 선물 산업 로비 단체인 선물산업협회(FIA)는 비트코인 파생상품 거래를 허용하기로 한 CFTC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FIA는 “CFTC가 공공성과 투명성을 고려하지 않고 섣불리 비트코인 파생상품 거래를 허용했다”며 “비트코인의 잠재적인 위험성을 고려해 파생상품 거래 허용 결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FIA는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중앙은행이 보증하는 지폐나 실물자산인 금과 달리, 가격에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비트코인 가격은 투기적 성향의 영향을 받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FIA는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 큰 폭으로 변동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계약을 잘 이행하겠다는, 일종의 담보로 내는 증거금이 터무니없이 커질 수 있고, 최악의 경우 거래소가 파산할 수도 있어 비트코인 파생상품을 판매하는 회원사나 그러지 않는 회원사 모두가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 은행과 증권사 등 거래소 회원사도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 출시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가격이 급변하는 암호화폐의 거래 시스템에 대한 불신 때문에 세계 최대 은행들이 비트코인 파생상품 도입을 미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도한 투기 움직임에 제동

파생상품 거래까지 시작되며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비트코인 투자 열풍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투기 광풍이 불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12월 7일 현재 1비트코인 가격은 1만4000달러(약 1540만원)를 넘어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비트코인 투자 열풍이 1990년대 발생한 ‘미국 닷컴 버블(거품)’을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각국 금융 당국도 과도한 투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있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지난 9월 ‘암호화폐에 투자하려면 반드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인식해야 한다’는 내용의 투자 안내문을 발표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증권법을 통해 ‘화폐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 등 암호화폐를 활용한 금융 행위를 규제하겠다고 했다. ICO는 기업이나 단체가 주식 대신 특정 암호화폐로 교환할 수 있는 토큰을 발행해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해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것으로, 기업공개(IPO)와 유사한 방식이다. 앞서 중국 인민은행은 ICO를 금지했다. ICO가 금융사기나 불법 자금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에 자금이 쏠리는 상황을 단순히 투기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비트코인을 거래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점차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회계법인 PwC가 비트코인 거래를 허용한 데 이어 영국 로이즈은행과 마스터카드로부터 지원받는 핀테크 업체 레볼루트도 이달부터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거래를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레볼루트 이용자들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25개 국가 법정화폐로 사고팔 수 있다. 영국 로펌 애셔스트의 규제 담당 파트너 제이크 그린은 “우리는 암호화폐 경제를 이해할 수 있는 과거 데이터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며 “세계 각국 금융 당국은 지금 일어나는 금융 혁명을 따라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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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cryptocurrency) 비트코인·이더리움 같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복제·위조 가능성을 차단하고, 중앙관리 주체 없이 참여자 모두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디지털 화폐다. 개발자가 발행해 관리하며 특정한 가상 공간에서 통용되는 가상화폐와는 다르다.

Plus Point

韓, 비트코인 파생상품 불허

CME와 CBOE에서는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을 거래할 수 있게 됐지만 국내에서는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할 수 없다. 증권사 역시 비트코인 파생상품을 만들어 팔 수 없다. 금융위원회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유권해석을 내려 증권사에 전달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은 금융투자상품, 통화, 농축산물 가공품 등이라고 규정한 자본시장법을 근거로 들었다.

또 우리 정부는 암호화폐에 대한 투기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판단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최근 “비트코인 거래량이 코스닥을 능가하는 맹위를 떨치고 있다”며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법무부 등 관계 부처가 이 문제를 들여다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