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7월 13일 파리에서 열린 독일과의 합동 내각 회의에서 노동 개혁과 경제 개혁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7월 13일 파리에서 열린 독일과의 합동 내각 회의에서 노동 개혁과 경제 개혁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위대한 프랑스의 부활’을 기치로 내걸고 지난 5월 당선됐다. 그리고 취임 두 달도 안 돼 노동 개혁은 물론 부자 감세까지 추진하며 친(親)기업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친기업 환경 조성과 감세(減稅) 정책을 통해 국내 투자와 고용, 소비를 촉진하고 해외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이라는 ‘프랑스 병’ 치유를 위해 노조의 거센 반발과 지지층의 이탈도 감수하겠다는 각오다.

프랑스의 경제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뒤이은 유럽 재정위기 이후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유럽연합(EU) 28개국의 평균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9%까지 회복됐는데 프랑스 경제는 1.2% 성장에 그쳤다. 프랑스의 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은 2008년 이래 줄곧 EU가 제시한 상한선(3%)을 넘어설 정도로 국가 부채가 위기 수준이기도 하다.

특히 프랑스의 실업률은 2013년 10%를 넘어선 이래 4년 연속 두 자릿수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실업률은 10.1%였다. 25세 미만 청년실업률은 24.6%에 달했다. 프랑스 청년 넷 중에 한 명은 실업 상태라는 의미다. 반면 프랑스와 함께 EU의 양대 축으로 꼽히는 독일의 지난해 전체 실업률은 4.1%, 청년실업률은 7.0%에 그쳤다.


내년부터 17억원 이상 자산가 감세

마크롱 대통령은 이르면 내년부터 고소득자들의 세금 부담을 낮추는 ‘부자 감세’ 정책을 실시할 계획이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진 인터뷰에서 “130만유로(약 17억원) 이상 자산을 가진 개인에게 부과하는 부유세 세율을 구간별 50~60%에서 30%로 일괄해 낮추고, 금융 투자로 얻은 소득은 부유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세제 개편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자산에 대해서만 부유세를 물리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마크롱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법인세율도 낮춘다는 계획이다. 필리프 총리는 지난 4일 의회 첫 시정연설에서 “프랑스가 세금 분야의 챔피언으로 남아선 안 된다”며 현재 33.3%인 법인세율을 오는 2022년까지 25%로 낮추겠다고 했다.

마크롱 정부는 투자 유치 유인책도 발 빠르게 내놓고 있다. 필리프 총리는 금융업 종사자에게 최고 과세 구간을 적용하지 않고, 내년으로 예정돼 있던 금융거래세 확대 계획도 취소하겠다고 밝히는 등 영국을 떠나는 은행들을 겨냥한 정책들을 최근 잇따라 발표했다. 연간 15만유로(약 2억원) 이상을 버는 금융업계 임직원에 대한 근로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없애 세금 부담을 줄이고, 금융거래에 부과되는 0.3%의 세율을 2018년부터 더 높이려던 전 정부의 계획도 폐기하겠다는 것이다.

마크롱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또 다른 분야는 ‘노동 개혁’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초강성인 노동계를 개혁해야 한다고 보고 산별 단위 노사협상권을 개별 기업이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노동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막강한 산별 노조의 힘은 약화시키면서 노조 협상력이 약한 곳에서는 사측이 상대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근무시간 유연화도 추진 중이다. 현행 법정 노동시간(주당 35시간)은 유지하되 초과근무 수당을 대폭 줄이는 등 기업에 유리한 내용으로 노동법을 손질할 방침이다.

또 공무원 수 12만명 감축도 추진할 계획이다. 상당한 저항이 예상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일반 법률이 아닌 행정명령 형태로 입법을 추진해 오는 9월 21일까지 개혁을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제왕적 리더십 논란에 정치적 시험대 올라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첫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국방예산 삭감을 놓고 자신과 대립하던 피에르 드빌리에 합참의장이 19일 ‘항의성’ 사임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이 대통령의 방침에 반발해 물러난 것은 제5공화국(1958년) 출범 이후 처음이다.

따져보면 합참의장이 항명한 모양새지만 정치권과 언론의 비판의 화살은 대통령에게 향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개혁 추진 과정에서 보였던 일방적인 ‘제왕적 리더십’에 비판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60%를 훌쩍 넘던 지지율도 어느새 50%대 초반까지 내려왔다. 특히 이번 감세 결정으로 지방 정부 예산이 줄어들면서 지방 공무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대학에 투입될 예정이었던 3억3000만유로(약 4300억원)를 삭감하자 대학교수 노조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Plus Point

IMF “올해 佛 성장률 1.6%” 전망

“마크롱 대통령의 경제 계획은 심오하다. 프랑스의 부담스러운 노동 규칙을 재점검하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개선시키려는 그의 계획은 포괄적이며 동시에 야망이 넘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경제 회복 노력이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17일(현지 시각) “마크롱의 경제 개혁 계획이 IMF의 칭찬을 이끌어 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IMF는 마크롱 대통령 당선 이후 첫 번째로 내놓은 프랑스 연례 보고서에서 프랑스의 노동 개혁 등 경제정책 방향을 호평했다. 특히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높은 수치다. IMF는 내년에는 성장세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프랑스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6%, 내년은 1.7%다.

IMF는 “마크롱 정부가 성장·고용·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노동시장 개혁과 세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경제 활력을 불어넣고 재정을 안정화하는 방향의 경제정책이 의욕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IMF는 마크롱 대통령의 재정지출 감축 구상 역시 시의적절하다면서 고질적인 재정 적자와 국가 채무를 점진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마크롱 정부는 올해 재정 적자 규모를 유럽연합(EU)이 권고한 상한선인 국내총생산(GDP)의 3% 안쪽으로 묶어둔다는 목표로 총 450억유로(약 58조원)의 예산을 절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