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의 감산 합의와 세계적 한파 영향으로 석유, 석탄,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산유국의 감산 합의와 세계적 한파 영향으로 석유, 석탄,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에 이어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이 감산에 합의하면서 국제 유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다. OPEC과 비OPEC이 합의대로 감산하면 전체 석유 감산 규모는 175만8000배럴에 이른다. 최근 국제 유가는 고공행진이다. 2016년 2월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국제 유가는 12월 56달러까지 치솟았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석유를 제외한 천연가스, 석탄 등 기타 화석연료 가격도 덩달아 급등세다. 동절기 북극의 차가운 공기 유입으로 북미 지역 기온이 급락하면서 가스 수요가 늘어났다. 국제 유가 상승세로 에너지 시장에 낙관론이 퍼진 것도 가격 상승세에 한몫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천연가스 가격은 2016년 12월 들어 급등세다. 에너지 투자 시장 전반에 낙관론이 흐르면서 투자자들이 매수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2016년 12월 미 동부 지역 기온이 영하 27도까지 떨어지는 등 기록적인 한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산유국 감산합의로 유가 상승세

12월 29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017년 1월 인도분 천연가스 가격은 MMBtu(천연가스 부피단위)당 16.9센트(4.49%) 급등한 3.93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최근 2년 내 가장 높은 가격이다. 이날 2월 인도분 가격은 MMBtu당 3.89달러를 기록했다. 중동산 천연가스 가격은 국제 유가에 연동돼 2016년 초 MMBtu당 4달러에서 최근 8달러대로 급등했다.

분석가들은 이 같은 가격 상승에 대해 올겨울 날씨가 예상 밖으로 춥고, 미국 천연가스 재고량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7년 1월 이후 날씨 정보에 귀기울이던 투자자들이 연말 장 마감을 앞두고 매수로 포지션을 바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터내셔널 FC스톤의 톰 사알 중개인은 “에너지 시장 전체에 낙관적 정서가 흐르다 보니, 매도보다는 매수 쪽에 사람들이 몰린 것 같다”며 “이번 겨울 천연가스 가격이 4달러가 넘을지 시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한 해 동안 배 이상 급등했던 국제 석탄 가격은 12월 들어 주춤한 분위기다. 석탄 가격이 급등하자 중국에서 석탄 생산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12월 기준 국제 석탄 가격은 톤당 255달러로 한 달 동안 17%가량 하락했다. 중국은 글로벌 석탄 수입 시장의 50%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 가격은 평년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국제 석탄 가격은 2016년 11월 18일 톤당 310달러(호주산 프리미엄급 강점결탄 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2016년 석탄값 상승세는 중국 정부의 석탄 생산량 감축 정책의 영향이 컸다. 중국 시진핑 정부는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화석연료 축소 정책을 펴고 있다. 중국 석탄 가격은 2016년 1월 톤당 60달러에서 11월 톤당 122달러로, 11개월 만에 100% 이상 올랐다.

중국 정부의 석탄 생산량 감축 정책의 영향으로 2016년 1월부터 11월까지 11개월 동안 국제 석탄 가격은 100% 넘게 올랐다. 중국 석탄 광산 채굴 현장.
중국 정부의 석탄 생산량 감축 정책의 영향으로 2016년 1월부터 11월까지 11개월 동안 국제 석탄 가격은 100% 넘게 올랐다. 중국 석탄 광산 채굴 현장.


석탄·석유 관련 화학제품 가격도 들썩

중국 석탄 가격이 오르면서 벤젠, PVC, 에틸렌, 스티렌모노머(SM) 등 석탄, 석유 관련 화학제품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중국은 석탄을 원료로 한 석탄분해방식(CTO)으로 석유화학제품의 기본재료를 만든다. 국제 벤젠 가격은 2016년 10월 톤당 600달러 선에서 12월 750달러 수준까지 상승했다. 중국 내 사정은 더 심각하다. 중국에서 벤젠 선물(2017년 1월 인도분) 가격은 톤당 7530위안(약 126만7524원)으로 2016년 9~10월과 비교해 약 40% 올랐다. OPEC 감산 합의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기도 했지만, 춘제(春節·설)를 앞두고 업체들이 물량 확보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

다만 2016년 11월 1205달러까지 치솟았던 에틸렌 가격은 최근 톤당 980달러 수준으로 급감했고, 파라자일렌(PX) 가격도 800달러 중반대에서 790달러 선으로 낮아졌다.

한편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오른 것은 유가가 단기적으로 급등한 데 따른 시차효과도 있다. 정유사들이 해외에서 원유를 들여올 때 보통 40일가량 걸린다. 이 과정에서 유가가 오르면 정유업체들은 낮은 가격에 들여온 원유를 정제해 비싼 값에 석유화학제품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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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Btu(Million Metric British thermal unit) 천연가스의 부피단위. Btu는 전통적으로 에너지 단위로 1055 주울(joule)에 해당한다. 이는 질량 1파운드(0.454 Kg)의 액체 상태의 물을 화씨로 1도(1°F = 0.56°C) 올리거나 낮추는 데 필요한 에너지양이다. 1MMBtu는 100만 Btu이며, 천연가스는 구성 성분에 따라 발열 에너지양이 달라지므로 일률적으로 Btu를 변환할 수는 없지만, 보통 천연가스 1 입방피트는 약 1030 Btu의 열량을 낸다.

Plus Point

석유 시추 투자도 활기

2017년 국제 유가가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자, 주요 신흥국 석유 시추 사업 투자가 재개되는 분위기다.
2017년 국제 유가가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자, 주요 신흥국 석유 시추 사업 투자가 재개되는 분위기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그동안 중단됐던 신흥 시장 석유 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재개될 조짐이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는 프랑스 생산업체 토털과 멕시코 수역 심해 공동 시추를 하는 데 2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 정부는 스위스 자원 대기업인 글렌코어와 카타르 투자청에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 지분 20%를 매각했다. 매각가치는 100억달러에 이른다.

멕시코 석유회사인 페멕스(PEMEX)의 석유 시추 사업 경매 분위기도 달라졌다. 페멕스는 국제 유가가 급락했던 2015년부터 석유 시추 경매에 외국인 투자의 문호를 개방했으나, 그동안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2016년 12월 입찰에선 토털과 셰브론, 엑손모빌,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가 참여하며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일부 투자자들은 최근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를 여전히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OPEC과 러시아가 약속을 지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가 감축 협약에 포함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미국 셰일가스가 유가 상승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이유에도 석유 시장 전문가들은 2017년 국제 유가가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