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진 신임 IBK기업은행장은 지난해 12월 28일 취임 이후 기업은행을 환골탈태시킬 혁신의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김도진 신임 IBK기업은행장은 지난해 12월 28일 취임 이후 기업은행을
환골탈태시킬 혁신의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현재의 금융환경은 풍전등화(風前燈火)입니다. 불합리한 것,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은 즉시 버려야 합니다.” 김도진 신임 IBK기업은행장(58)의 취임 일성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28일 취임 후 기업은행을 환골탈태(換骨奪胎)시킬 혁신의 로드맵을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내고 있다.

김 행장이 지목한 풍전등화의 금융환경은 저금리·저성장의 장기화, 급증하는 가계부채, 보호무역 확산, 제4차 산업혁명, 새로운 금융플랫폼의 도입 등이다. 그중에서도 그가 지적한 ‘불합리하고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은 바로 국내에 편중된 수익 구조다.

그는 더 이상 은행이 이자 수익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김 행장은 취임식에서 “은행 수익의 90%가 국내에 편중된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기업은행의 수익 구조를 대대적으로 손보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자 수익에만 기대서는 미래가 없다. 외환과 투자은행(IB), 신탁 부문을 확실하게 키우겠다”고 했다.

김 행장은 저성장·저금리와 핀테크 시대 등 금융환경이 급격히 바뀌는 만큼 ‘국내’에 국한된 ‘은행’ 중심의 ‘이자 수익’ 위주 수익모델을 바꾸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최우선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포화상태인 만큼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통해 해외 이익 비중을 20%로 높이겠다고 했다.

김 행장은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현지 M&A(인수·합병)와 지점 설립, 지분 투자 등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非)은행 이익 비중도 20%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적자 점포는 과감하게 조정하고 인터넷·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도 편리하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역대 4번째 내부 출신 행장

김 행장은 기업은행 역대 4번째 내부 출신 수장이다. 23대 조준희 전 행장, 24대 권선주 전 행장에 이어 세 차례 연속 내부 승진 사례이기도 하다. 1985년 기업은행에 입사한 그는 전략기획부장, 카드마케팅부장, 기업금융센터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4년부터는 경영전략그룹장(부행장)을 맡았다. 내부에서는 “영업 현장을 잘 알고, 조직관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기업은행맨 김 행장은 조직 운영과 관련해서 “내부 줄서기와 처신, 연줄로 승진했다는 말이 절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보여주기식 업무 추진, 형식적인 회의, 격식에 얽매인 보고, 지나친 의전도 모두 없애겠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내부에서는 특정 부서에서만 승승장구하는 고질병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하며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노사 관계에 대해서는 유연함을 선보였다. 그는 “어떤 경우에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화하고, 타협하겠다”고 했다. 금융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싸고 노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점을 감안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 행장은 성과연봉제에 대해서도 “성과연봉제는 현재 한국 사회의 가장 민감한 이슈 중 하나”라며 “기업은행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법원의 결정에 따라 노조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원칙을 유지하되 대화에도 나서겠다는 유연한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