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가스 냄새를 맡고 탄광 붕괴의 위험을 먼저 알리는 카나리아처럼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세계 경제 불황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이견을 제시한다. 미국에서는 경기 저점 논쟁이 한창이다. $$ 벤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그리고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월가의 투자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올 상반기(혹은 1분기) 저점을 형성한 뒤 하반기부터는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탄광 속의 카나리아?

IMF 세계금융안정보고서가 주는 메시지는 ‘위험’

 IMF는 이와 관련, 지난 6개월 동안 금융시장에서 발생한 사건들은 세계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지적하고, 민간과 공공기관이 취한 대응조치의 효과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IMF는 잠재적 부실 규모 추산이 정확한 여신과 평가 정보에 기초하지는 않았지만 은행의 자본 잠식 부담과 추가 상각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점을 부각시켰다. 특히 자본 완충장치의 감소와 은행 손실 규모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과거 신용위기보다 심각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현재 금융 혼란은 단순한 유동성 위기가 아니라 재무구조의 취약성을 적나라 하게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금융 불안이 광범위하고 오랜 기간 지속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를 처음으로 불러온 미국은 여전히 위기의 진앙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현재까지 은행과 증권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투자 손실로 상각 처리한 규모가 2320억달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의 불안이 실물 부문에까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세계 경제의 성장을 둔화시킬 위험이 높다는 우려다.

 이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상품 이외에 예상치 못한 부문으로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 1월 CDS(신용스왑계약)에 따라 원리금을 대신 갚아야 할 채권보증회사(모노라인)들로 부실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물론, 일반 채권시장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의 확산 경로가 비우량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이자율이 높은 학자금대출, 자동차대출,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러한 대출 상품을 유동화 했던 투자은행과 지급보증을 했던 보험사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한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촉발된 부실이 2008년 중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부실 규모도 워낙 커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해결하는 데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위기의 구원투수 ‘아시아계 국부펀드’

  현재 금융권의 최대 관심은 미국 경제의 불안이 세계 경제에 어느 정도 파동을 줄 것인가에 쏠려 있다. 원칙적으로는 미국 경기 위험을 흡수할 수 있는 안전판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 낙관적인 전망을 낳게 한다. IMF에서 여전히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부족함을 지적하고 있지만 금융기관의 가장 큰 위기인 유동성 위기를 막을 만한 거대한 큰 손들이 미국 외에도 많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2007년말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인 씨티은행과 메릴린치, 스위스계 은행인 UBS가 대형 손실을 발표하면서 유동성 문제의 해결사로 떠오른 게 바로 아시아계 국부펀드다. 금융부실 직후 금융회사들은 단기간에 1800억달러 등을 상각처리하고 유동성 문제를 유상증자나 하이브리드 채권 발행 등을 통해 해결하려했다. 이때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한 곳이 아시아 및 중동 지역의 국부펀드들이다. 특히 싱가포르 투자청(GIC), 중국(CIC) 및 한국(KIC) 투자청들은 엄청난 투자 물량을 소화했다. 그 결과 미국과 유럽계 투자은행의 지분이 상당부분 아시아계 국부펀드의 소유로 넘어왔다. 이에 대해 세계 금융계에서는 금융 중심이 미국에서 아시아로 바뀌는 기념비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한편 아시아 자금의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해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금융위기는 오지 않더라도 실물경제에 대한 위기는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 인하로 환율 하락이 지속되고,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도 상실이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 러시로 이어지면서 원자재 가격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승을 부추긴다. 가뜩이나 중국, 인도 등 인구가 많은 신흥 국가들의 경제성장으로인한 대규모 수요 요인으로 원유, 곡물 등 각종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추세에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은 실물경제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에는 상당히 부정적인 외부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한국 실물경제에는 영향 크지 않다

 미국 경기 둔화는 교역, 환율, 주식시장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미국의 수입수요 감소는 한국 수출에 직접적인 충격을 줄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전영재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GDP성장률이 1% 감소하는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 증가율은 3.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고무적인 사실은 1990년대 초반 30%를 상회하던 대미 수출 비중이 2006년 현재 13%대로 하락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의 대미 수출 비중 역시 1986년 28%에서 2006년 17%로 줄어들고 있다. 대미 수출 비중 하락의 상당 부분은 아시아 국가들 간의 역내 교역 비중으로 메워지는 추세다. 아시아 국가들 간 역내 비중은 44%에 이르며 미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현저히 떨어뜨린다.

 전영재 연구원은 “이는 과거 미국 경기의 침체가 예외 없이 세계 경제의 침체를 가져왔다는 가정을 바꿀 수 있는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그 결과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경제의 약세와 아시아를 비롯한 개도국 경제의 호조라는 디커플링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긍정적인 분석을 내놨다.

 금융 불안으로 야기된 미국계 금융기관의 유동성 위기와 미국의 실물경기 침체로 일어나는 실물 시장의 위기는 이제 글로벌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적다는 얘기다. 미국 경기침체가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뿐만 아니라 최근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남미, 동유럽 국가들의 경기 호황에 의해 그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 전망이다.

시나리오별 현명한 투자전략

미국의 경기 저점 논쟁은 결국 투자자의 관점에서 보면 주식을 언제 매입할 것인가라는 문제와 직결된다. 보다 중장기적인 입장에서 보면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포트폴리오나 자산배분전략을 위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최근 미국 경제침체로 촉발된 세계 경기의 동반 침체 여부에 관한 논쟁은 투자자의 입장에서 분석하면 크게 3가지의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시나리오 1   올 하반기 회복 …  “지금이 기회!” 공격적 투자

 올해 상반기 바닥을 찍고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회복된다는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지금부터는 공격적인 투자를 할 시점이다. 주가는 경기에 6개월에서 1년까지 선행하기 때문이다.

 최근 각 증권사의 리서치 센터장들이 경기회복을 앞두고 추천하는 종목들은 수출 관련주와 IT 관련주들이 가장 눈에띈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해외 펀드에 투자하려면 주로 BRICs 중심의 국가들에 투자하라고 권한다. 개별 주식들은 IT 업종 중에서는 디스플레이를 그리고 수출 업종 중에서는 자동차를 추천종목으로 꼽았다.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의 경우 글로벌 경기 변동과 관계없이 고령화산업의 진입에 따라 최대 수혜주가 될 헬스케어 관련 주식에 장기적으로 투자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밖에도 지난해 부실자산 때문에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던 글로벌 투자은행들에 투자하는 것도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다소 공격적인 투자 제언을 하는 애널리스트들도 있다.

시나리오 2   단기 침체 시나리오… 회복 시점 2010년, 적립식 유리

 두 번째 가능한 시나리오는 2010년 이후에나 경기 회복이 가능하다는 단기 침체 시나리오다. 이는 여전히 투자은행들의 실적이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과 일치한다. 4월까지 발표되는 주요 투자은행의 올 1분기 EPS(주당순이익) 추정치가 3주 연속 하락하고 있는 점은 향후 국내 증시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재만 동양종합금융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용위기 악재에 대한 반응이 과거보다 민감하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섣부른 투자가 자칫 더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데이터상 씨티그룹과 메릴린치의 분기별 실적 발표 시점에서 결국 금융주가 큰 폭으로 하락세를 시현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실적 발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자신의 주장을 피력했다.

 단기 침체 시나리오에서 유효한 투자전략은 개인 포트폴리오의 재구성이다. 채권이나 은행예금 위주의 보수적인 전략보다는 30% 정도의 금융자산에 대해서는 글로벌 펀드나 개별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유효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인응 우리은행 PB센터장은 “특히 적립식 펀드의 경우 장기수익률이 여전히 은행 금리보다는 높은 점을 감안할 때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비교적 안전하다”면서 “단기적으로 기대 수익률이 떨어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장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지금까지 여러 경로를 통해 검증돼 왔다”고 조언했다.

시나리오 3   세계 경제 장기불황… “비이성적 희망 버리고 현실을 직시하라”

 여전히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세계 경제기 동반 하락하고 장기불황으로 간다는 시나리오다. 이는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모두가 가장 가정하기 싫은 시나리오지만 여전히 현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여지가 남아있다. 특히 아직까지도 미국 주식시장의 투매 현상이 벌어지고 있지만 버냉키 의장이 미국 의회에서 여전히 눈물 흘리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관론자들의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을 갖는다. 게다가 미국 실물경제도 한몫을 하고 있다.

 불확실한 시장 상황이 계속되고 투자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을 때 주식과 부동산을 정리하고, 안정자산인 채권이나 금과 같은 실물자산에 투자하라는 전문가들의 전통적 조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004년 유일하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해 경고한 미국 경제 전문가 개리 실링은 약세장에서 살아남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그는 포브스 칼러미스트이자 금융 뉴스레터인 <인사이트>의 편집주간으로 칼럼을 통해 이런 주장을 내놓고 있다. 약세장에서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지키기 위해서는 기존 포지션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관성과 비이성적인 희망감을 버리고,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현재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경기침체가 2010년 혹은 2011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데, 이는 다우지수가 1만1722에서 4436까지 폭락한 2000~2002년 침체보다 긴 기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