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침체되었던 부동산 시장이 조금씩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소폭 상승하고 있고 무엇보다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어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하고 있다. 주택 시장의 경우 4월 전국 평균 주택 가격은 2007년 4월에 비해 3.8% 상승했으며, 거래량도 11.7% 증가했다. 토지 시장의 경우에도 작년에 비해 전국 평균 지가는 4.17%, 거래량은 11.6% 증가했다. 부동산 시장의 회복세가 주택 시장 및 토지 시장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회복세가 장기적인 부동산 시장의 회복으로 연결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가격 상승이나 거래량의 증가도 호재가 있었던 특정 지역에 국한되었으며, 전국적인 미분양 물량이 계속 증가세를 보이는 등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었다고 보기에 어려운 측면들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일시적 회복 꿈틀…

     장기 전망은 비관적

4월 주택 가격 상승세는 수도권의 주택 가격 상승에 힘입은 바 컸다. 수도권의 주택 가격은 전년 동월에 비해 7.5% 상승하였는데 이는 전국 평균 상승률인 3.8%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가격 상승폭이 컸던 수도권 중에서도 강북 지역의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강북 지역의 주택 가격은 강북구, 노원구, 도봉구 등이 전년 동월에 비해 각각 13.2%, 23.8%, 15.1% 상승하는 등 전체적으로 11.8% 상승해 수도권 평균 상승률을 크게 상회했다.

버블세븐 지역 주택 가격 상승 기대 난망

이 지역의 가격 상승폭이 이렇듯 컸던 이유는 가격 급등기에 비교적 가격 상승폭이 저조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택이 많다는 점과 봄 이사철 등 계절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실수요 위주의 수요 증대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비교적 유사한 상황이었던 성북구(13.5%), 은평구(10.1%), 중랑구(11.8%), 의정부시(16.6%) 등도 비슷한 수준의 상승률을 보였다.(그림 1)

반면, 그 동안 소위 ‘버블세븐’이라 불렸던 지역의 주택 가격 상승폭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강남구가 1.4% 상승해 상승폭이 버블세븐 지역 중 가장 컸으나 수도권의 평균 상승률에 한참 못 미쳤으며, 분당(-3.5%), 과천시(-5.2%) 등은 오히려 가격이 하락했다. 가격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어 더 이상 수요 증가가 어렵기 때문이다. 강남구의 경우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제외할 경우 3.3㎡당 3500만원 선으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 다른 지역의 경우에도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일반인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 완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한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그림 2)

지방 주택 시장은 여전히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방 경제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는 6대 광역시의 경우 인천을 제외한 나머지 5개 광역시의 가격 상승률이 채 1%가 되지 못했다. 인천광역시의 경우 BRT(Bus Rapid Transit) 정류장 사업 및 서부 간선수로 생태공원 조성 사업 등의 개발호재가 있었던 계양구(4.0%), 동인천 북광장 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동구(3.4%)의 가격 상승률이 높게 나타났다.

인천 이외의 광역시의 경우 주택 가격 상승폭이 미미했다. 지방 광역시들은 대부분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는 등 이미 충분한 주택이 공급되어 있는데다가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가 10만 호를 넘어서는 등 초과공급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가 작년 7월과 올해 1월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의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해제해 각종 규제를 완화했음에도 가격 변화 방향에 큰 변화를 발견할 수 없었다. 따라서 지방 부동산 시장의 가격 안정세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강북 지역의 주택경기 활성화는 전세 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4월 전국 평균 전세 가격은 전년 동월에 비해 2.7% 상승했다.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 지역은 역시 서울 강북 지역이었다. 이 지역의 전년 동월 대비 전세 가격 상승률은 6.5%로 수도권 평균 상승률인 3.7%에 비해서는 두 배 가까이, 서울의 평균 상승률인 4.4%에 비해서는 47.7% 더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강북 지역 매매 가격 상승세를 이끌었던 강북구(10.4%), 노원구(7.1%), 도봉구(7.1%)의 경우 전세 가격 상승률이 강북 지역 평균보다도 높게 나타났다. 반면, 비수도권 지역의 전세 가격 상승률은 전국 평균 상승률을 하회했다. 특히 대구광역시의 경우 지방 광역시 중에서도 유일하게 전세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1.5% 감소했다.

주택 가격과 더불어 부동산 시장의 전체적인 변화 방향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 주택 거래량이다. 2008년 3월 전국의 아파트 거래량은 총 8만7665호로 전년 동월에 비해 25.5% 증가했다. 아파트 거래량은 2월(11.7%)에 이어 2개월 연속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증가폭도 커졌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에 비해 비수도권의 증가폭이 더 컸다. 3월의 비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총 5만264호로 전년 동월 대비 29.4%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2008년 1월부터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총 2만7401호가 거래되었는데 이는 전년 동기간에 비해 20.6% 상승한 수치다.

한편, 미분양 아파트는 매월 최고치를 갱신하면서 쌓이고 있다. 2008년 2월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총 12만9652호로 1월에 비해 5.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2월 증가율은 1월(9.9%)에 비해 줄어든 수치다. 지역별로는 비수도권이 10만6199호로 집계됐으며 수도권은 2만3453호로 집계됐다. 최근의 미분양 아파트 물량추이를 살펴보면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 증가가 눈에 띄게 증가한 점을 들 수 있다. 2007년 10월부터 2008년 2월까지의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의 월평균 증가율은 16.1%로 동기간 비수도권의 월평균 증가율(3.6%)에 비해 무려 5배에 가까운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12월, 1월의 증가율이 큰 영향을 미쳤는데 이 기간의 미분양 물량은 전월에 비해 각각 34.9%, 48.6%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안정세

2008년 3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총 224조3000억원으로 2월에 비해 약 1조원(0.45%)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그간 주택 경기의 침체에도 2007년 6월 이후 꾸준히 상승해 왔다. 그러나 증가폭은 크게 둔화됐다. 2008년 3월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전년 동월에 비해 5조9000억원이 증가했는데 이는 2007년 3월의 증가 규모(26조1000억원)에 비하면 22.6%에 불과한 금액이다. 이는 주택 시장이 안정되어 주택 수요가 감소한데다 감독기관의 리스크 관리 강화,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판단된다.

한편, 주택담보대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 중의 하나인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근 들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3월 평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6.72%로 2월의 금리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월 7.08%로 최고점에 도달한 이후 안정세를 찾고 있다. 그러나 기준금리인 CD(negotiable certificate of deposit; 양도성예금증서) 금리가 상승에 따라 소폭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CD 금리는 지난 2개월 동안 하락세를 보이다 소폭 반등한 것으로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금리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겠다는 발표를 하는 등 금융당국이 물가안정 등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상당기간 동안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2007년 말의 CD 금리 상승을 유발했던 금융기관의 자금 부족 현상도 상당부분 해소되어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 한 금리 수준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토지 시장 거래량과 가격 모두 상승

3월의 토지 시장은 거래량과 가격이 모두 상승하여 회복세를 보였다. 한국토지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3월의 토지 거래량은 총 23만7019필지(2억2541만㎡)로 2월에 비해 24.5%, 2007년 3월에 비해서는 11.6% 증가했다. 토지 거래량은 2007년 12월 전년 동월 대비 38.7% 감소한 이래 꾸준히 회복세를 보여 왔다. 그러나 이 같은 토지 거래량의 증가는 지역별 편차가 크게 나타나 토지 시장의 전반적인 회복세를 기대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토지 거래량(필지 수 기준)이 2월에 비해 증가한 지역은 서울(23.0%), 대구(30.9%), 인천(21.9%), 충남(36.9%) 등이었다. 그러나 경북(-7.7%), 제주(-13.7%)의 경우에는 거래량이 오히려 감소했다.

지가는 전반적인 안정세를 보인 가운데 소폭 상승했다. 한국토지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3월의 지가지수는 116.6으로 전월에 비해 0.46% 상승했으며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4.17% 상승했다. 지가는 2007년 4월 이후 꾸준한 상승세에 있다. 전국적으로 3월 한 달간의 지가 상승이 가장 높았던 지역은 군산시로 7.04%의 상승률을 보였다. 그 외에 전북 지역(1.27%), 서울시(0.70%0, 경기도(0.47%) 등의 상승률이 비교적 높았다. 군산시의 경우 경제자유구역 지정, 현대중공업 조선소 유치 등의 호재가 지가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는 용산구와 성동구의 지가 상승세가 눈에 띈다. 이들 지역의 지가는 2007년 이후 전국 평균 지가 상승률보다 높았다. 용산구의 지가는 3월 한 달간 1.10% 상승했는데 용산국제업무단지의 개발 및 구시가지 재개발 계획 등이 꾸준히 지가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 성동구의 지가는 3월 한 달간 1.04% 상승했는데 왕십리 뉴타운 개발 사업 등 구시가 재개발 사업 활성화가 지가 상승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외에 노원구(1.22%)가 경전철 유치 및 개발제한구역 해제 등의 호재에 힙 입어 큰 폭의 지가 상승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