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선씨(가명)는 지난 5월6일 상장된 주식선물이 무척 반갑다. 그동안 현물(주식)에 투자하면서 하락장에서 별다른 방어수단이 없는 것을 무척 아쉽게 생각했다. 또한 상승장에서 레버리지(손익확대 효과)를 일으키면 ‘적은 금액으로 큰돈을 벌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주식선물은 김씨의 이 같은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해 주고 있다.

최대 매력은 레버리지… 주가 방향성 예측 따라선 ‘양날의 칼’

이번에 상장된 주식선물은 모두 15개 종목. 삼성전자, 포스코, 국민은행, 한국전력, 우리금융지주, SK텔레콤,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KT, LG디스플레이, LG전자, 신세계,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KT&G이다. 모두 내로라하는 국내 증시의 간판급 스타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다.

김인수 증권선물거래소 선물시장본부 이사는 주식선물 선정기준에 대해 “기초자산에 대해 인위적인 주가 조작이 불가능하도록 시가총액 대형주 중에서 ELW(주식워런트증권) 거래대금과 ELS(주가연계증권) 기초자산 채택 빈도 등을 감안해서 정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원금 대비 최대 5.6배까지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어 기초자산에 대한 주가 조작이 어려운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 증권업계가 ELW나 ELS에 활용하는 빈도를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는 “향후 주식선물 시장이 활성화될 경우 주식선물 상장 종목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15개 주식선물이 상장되면서 개인들의 시장 대응 수단도 다양해졌다. 개인들도 소액으로 헤지 거래와 투기적 거래 등 다양한 매매전략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주식 보유+주식선물 매도로 주가 조정이 두렵지 않다 

김씨는 삼성전자 20주를 갖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 55만원에 매수한 삼성전자가 6월 중순 70만원까지 올랐다. 6개월 만에 27% 상승했다. 김씨는 차익 물량 출회로 삼성전자의 주가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4분기 이후 재차 상승세로 전환, 올 연말까지 90만원까지는 무난히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그대로 보유하고 싶다.

주식선물은 김씨의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해준다. 김씨는 9월물(최종거래일은 9월 두 번째 목요일인 11일) 삼성전자 선물 2계약(1계약=10주)을 매도했다. 매도가격은 70만원.

김씨의 예상대로 삼성전자 주가는 9월 만기일에 60만원으로 하락했다. 삼성전자 20주를 보유중인 김씨는 현물에서 200만원[(20주×(60만원-70만원)]의 손실을 입었다. 반면 기초자산이 하락해야 수익을 올리는 주식선물 매도를 통해 200만원[(70만원-60만원)×2계약×10주]을 벌었다.

결과적으로 김씨는 현물에서 잃은 손실을 선물에서 벌어 만회했다. 9월까지 삼성전자 조정에 대비하고자 했던 김씨의 의도는 적중한 셈이다. 9월 만기일 이후 삼성전자가 재차 반등에 나선다면 김씨는 보유 주식에서 기대했던 차익을 얻게 된다. 

김인수 이사는 “주식선물 시장이 개장되면서 우량주를 장기 보유하고 있는 개인들이 하락장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을 확보하게 됐다”며 “결과적으로 우량주의 장기 보유와 불필요한 매매를 줄일 수 있게 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주식선물은 원금 대비 최대 5.6배의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다. 방향성만 잘 맞춘다면 소액으로 목돈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방향성 예측이 틀릴 경우 손실은 더 커진다.

김선물씨는 하반기 SK텔레콤의 주가 전망을 좋게 보고 있다.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압력과 마케팅비용 부담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이들 악재는 현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마케팅 경쟁 약화와 신미디어 등장으로 하반기부터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6월 중순 SK텔레콤 선물 9월물을 3계약(1계약=10주) 매수했다. 매수단가는 19만원으로 총 매입금액은 570만원. 하지만 18%의 개시증거금제도 덕분에 실제 투자액수는 102만6000원에 불과했다.

김씨의 예상대로 SK텔레콤은 상승세로 돌아섰다. 주식선물 9월물 만기일인 9월11일 25만원까지 상승했다. SK텔레콤 선물 3계약을 매수한 김씨는 만기일에 180만원의 차익[(25만원×3계약×10주)―(570만원)]을 올렸다. 두 달 보름 만에 투자원금(102만6000원) 대비 1.8배가량의 고수익을 올렸다.

이처럼 방향성만 맞출 수 있다면 주식선물은 적은 금액으로 큰돈을 벌게 해준다. 물론 예측과 달리 SK텔레콤이 하락했다면 김씨는 주식보다 훨씬 큰 손실을 입는다. 가령 김씨의 예상과 달리 SK텔레콤이 9월 만기일에 15만원으로 하락했다고 하자. 김씨는 120만원[(15만원×3계약×10주)―570만원]의 손실을 기록하게 된다.

차익거래, 교차헤지 등 매매전략 다양

주식선물과 기초자산간 가격 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도 가능하다. 주식선물이 고평가 상태가 되면 ‘주식선물 매도 - 주식 매수’, 반대로 주식선물이 저평가 상태면 ‘주식선물 매수 - 주식 매도’라는 차익거래가 가능하다. 주식선물이 최종거래일에 현물가격으로 결제되는 특성을 이용한 거래다.

6월 중순 삼성전자 주가는 70만원, 삼성전자 선물 9월물 가격은 72만원이라고 가정하자. 김선물씨는 양자의 가격 차이를 이용하기 위해 ‘삼성전자 10주 매수, 삼성전자 주식선물 1계약 매도’ 포지션을 취한다. 9월 만기일 삼성전자 종가는 10% 오른 77만원을 기록했다.

이 경우 김씨는 주식에서 70만원(10주×7만원)을 번다. 대신 주식선물에서는 50만원[(72만원-77만원)×1계약×10주]의 손실을 입는다. 결과적으로 20만원의 차익을 거둔 셈이다.

삼성전자가 10% 하락한 63만원을 기록해도 마찬가지다. 주식에서 70만원의 손실을 입지만 반대로 주식선물에서 90만원[(72만원-63만원)×1계약×10주]의 이익을 벌어 결과적으로 김씨는 20만원을 벌게 된다.

이 같은 현선물간 가격 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는 코스피200지수선물 시장에서는 이미 보편화돼 있다. 프로그램을 이용한 양자간의 가격 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개인들은 자금과 시스템 부족으로 프로그램 차익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주식선물시장에서 소액으로 차익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

옥진호 선물시장본부 상품개발1팀장은 “주식선물 시장이 개장한 지 1개월밖에 안 돼 차익거래에 필요한 유동성은 아직 많이 부족한 상태”라고 인정하면서도 “주식선물의 유동성이 지금보다 좀 더 풍부해지면 현선물간 베이시스를 이용한 차익거래는 일상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식선물과 이와 유사하게 움직이는 주식을 이용한 교차헤지(Cross Hedge)전략도 있다. 예를 들어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이닉스를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투자자 A씨는 반도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삼성전자 선물을 매도해서 하이닉스의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 반도체 가격이 반등할 경우 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으로 삼성전자 선물매도 포지션의 손실을 줄인다. 이밖에도 9월물과 12월물 등 차근월물과 최근월물의 가격 차이를 활용하는 '스프레드 거래'도 활용 가능하다. 하지만 개인보다는 기관이 선호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레버리지 잘못 사용할 경우 ‘마진콜’ 받아

주식선물의 가장 큰 매력은 레버리지. 원금보다 최대 5.6배를 더 매수할 수 있어 방향성만 적중한다면 단기간에 큰 이익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주가 방향성 예측이 틀릴 경우 손실이 5.6배 더 급증한다. 이처럼 주식선물의 장점인 레버리지는 언제든지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다.

방향성을 잘못 예측해서 증거금이 투자원금 대비 12% 이하로 내려갈 때 고객에게 걸려오는 전화를 마진콜이라고 한다. 마진콜이 발생하면 투자자는 다음날 12시까지 추가로 계좌에 현금을 입금, 증거금을 18% 이상으로 채워 놓아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12시를 기준 가격으로 반대매매가 발생하게 된다.

   tip  선물은 미래 가격방향에 베팅

선물(Futures)이란 미래의 일정한 시기에 특정 자산을 미리 일정한 가격에 매매하는 거래계약을 말한다. 언론에서 자주 접하는 원유, 농산물, 목재 등 상품선물과 코스피200지수선물, 원/달러선물, 삼성전자선물 등 금융선물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선물은 거래소에서 만기거래일 가격제한폭 등 통일된 기준 아래 상장, 매매된다. 이들 선물 시장은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에 힘입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2007년 세계 파생상품 거래량은 152억5000만 계약으로 2006년 대비 28.6% 성장했다.

증권선물거래소도 ▲개별 주식의 위험을 쉽게 관리할 수 있는 헤지 수단 ▲투자자의 거래비용 감소 ▲국내 파생상품 시장의 다양성 등을 위해 지난 5월6일 주식선물 시장을 열었다.

이들 주식선물의 최종거래일은 코스피200지수선물/옵션과 연계거래 등을 고려해 이들과 동일한 결제월(3, 6, 9, 12월)의 두 번째 목요일로 정했다. 6월12일이 주식선물의 첫 번째 결제일이 되는 셈이다. 두 번째 만기일은 9월11일이다.

이번 6월12일은 코스피200지수선물/옵션과 주식선물, 주식옵션 등 주식 관련 4개 파생상품의 만기일이 겹치는 최초의 ‘쿼더러플 위칭데이’다. 기존 ‘트리플 위칭데이’에서 ‘네 명의 마녀’가 심술을 부려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더욱 확대됐다.

증권선물거래소는 미결제약정 보유한도수량은 급격한 가격 변동 및 불공정거래, 결제불이행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는 차원에서 상장주식 수의 0.3% 이내로 종목별로 차등 적용하고 있다. 특정 기관이 주식선물을 대량 보유, 가격 왜곡을 일으킬 수 있는 여지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얘기다.

가격제한폭은 유가증권 시장의 가격변동폭과 동일한 15%이다. 그 외 대부분의 거래제도는 코스피200선물과 동일하다. 주식선물의 증거금율은 거래증거금률 12%, 위탁증거금률 18%로 차등 적용된다.

한편 주식보다 수익금을 빨리 찾을 수 있다는 것도 주식선물의 또 다른 매력이다. 주식선물은 보유하고 있던 포지션을 정리하면 다음날 바로 수익금이 입금된다. 또한 현물을 사거나 팔 때는 0.3%의 거래세가 붙지만 주식선물 거래에는 세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