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펀드 많이 올랐는데 지금이라도 투자해야 할까요?” 요즘 증권사나 은행 영업창구에서 심심찮게 들리는 질문이다. 원인은 원유에서 농산물에 이르기까지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상승해 글로벌 경기 둔화라는 악재에 휘말려 마땅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이다.

적립식 투자 또는

원금보장 구조화 상품 투자가 바람직

흔히 원자재라 함은 원유, 금, 광물 등과 같이 산업 생산의 1차 원료로 사용되는 원재료를 통칭하는 용어다. 더 넓게는 공업용 기초재 외에 쌀, 밀가루 등과 같은 식료품의 원재료 등을 포함시킨 용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최근 들어 원자재 펀드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일까?

사실 투자 대상으로서의 원자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쉽게 투자할 수 있는 원자재 펀드가 국내에 출시된 것은 불과 2년여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게 된 배경은 글로벌 주식시장의 조정과 최근 몇 년간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수익률 차별화라 할 수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글로벌 주식시장은 선진국, 이머징 국가를 막론하고 작년 10월을 고점으로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에서 비롯된 금융위기 그리고 이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로 인해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일례로 작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전 세계 주요 주식시장의 수익률을 살펴보면, 고점을 기록했던 작년 10월18일 이후 원유 가격 상승으로 수혜를 보고 있는 브라질과 러시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원자재 가격은 2000년 이후 지속적인 급등 랠리를 이어가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수익률 차별화를 보이고 있다.

특히, 글로벌 주식시장의 조정 기간 중 원유 섹터를 중심으로 비교적 큰 폭의 상승을 보인다. 주식과 더불어 관심을 가져야 하는 대체투자 영역으로서 자리 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원자재 펀드에 대한 이해가 우선

원자재 펀드 투자가 기존의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 수단에 비해 어려운 점 중 하나가 투자 대상의 범위가 넓고 실생활에서 접하기 어려운 원자재가 많다는 점이다. 때문에 판매자나 투자자 모두 충분한 이해 없이 투자가 이뤄지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원자재 펀드에서 투자되는 원자재 종류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원자재 펀드에서 투자하는 원자재는 크게 에너지, 농산물, 금속 3가지로 나뉜다. 또한 원자재 종류 별로 거래되는 시장이 제각각 다르다는 것을 알아둬야 한다.

최근 들어 원자재 가격은 실수요 외에 투기적 수요가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기 마련이지만, 실제 이보다 훨씬 복잡한 요인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현실이다. 종류별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인 요인은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지정학적 요인, 기후 변화, 달러화 약세, 투기적 수요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특히, 최근의 원자재 가격 급등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단순히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인한 가격 급등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을 나타내 실수요가 아닌 투기적 자금의 유입을 비정상적 원자재 가격 급등의 원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같이 투기적 수요가 가세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원자재 가격 형성이 현물이 아닌 선물 시장에서 가격이 산정되기 때문이다. 선물 거래 시 계약 당시에는 증거금만 내고 나머지 금액은 만기 때 결제하는 점이 레버리지 효과를 내 이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조정을 틈탄 헤지 펀드 및 일부 원자재에 투자하는 펀드로부터의 자금 유입이 늘어나면서 이 같은 가격 강세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투기적 수요는 기본적으로 원자재별 수급 요인을 감안한 합리적 가격 전망을 근거로 하고 있지만, 그 결과 면에서 비정상적인 가격과 변동성을 초래해 글로벌 경제에는 대단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정 원자재보다는 분산된 원자재 인덱스에 투자해야

원자재는 그 종류별로 수익률 차이가 대단히 큰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의 원자재 가격은 2002년 이후 대세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원유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국내에서 원자재 관련 펀드로 자금이 집중된 시점은 이미 원유를 제외한 나머지 원자재들이 고점을 찍은 지난 3월이었으며 그 후 현재까지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만큼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펀드 자금의 후행성을 감안하면 집중투자보다는 3가지 원자재 섹터에 고루 분산된 인덱스에 투자하는 펀드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이다.

어떤 원자재에 투자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는지 역시 중요하다. 펀드가 ‘주식’에 투자하는지 아니면 선물과 같은 ‘파생상품’에 투자하는지를 명확히 알아야 할 것이다.

현재 국내에 소개된 원자재 펀드는 크게 원자재 관련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과 특정 원자재 또는 다양한 원자재를 하나의 지수화한 인덱스에 투자하는 파생상품형으로 나뉜다. 주식형 펀드는 단순히 원자재 가격뿐 아니라 주식시장, 기업 실적 등의 영향을 복합적으로 반영해 원자재 가격의 높은 변동성에의 노출도가 낮은 것이 특징이다. 파생상품형은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보다 상품 가격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해 가격 상승 시에는 유리하나 하락 시에는 높은 변동성에 그대로 노출된다.

사실 투자 방식별로 어느 쪽이 절대적으로 우월하다를 말하기는 어렵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원자재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의 경우 기본적으로 원자재 가격에 따라 주가가 오르내릴 수 있지만 단순히 원자재 가격에 연동해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주식시장이 강세냐 약세냐에 따라서도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의 하락에 따른 펀드 수익률의 충격이 감소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반면, 파생상품형은 기초자산인 원자재 가격의 오르내림에 따라 직접적으로 펀드 수익률이 영향을 받는 구조다. 따라서 원자재 가격의 상승장에서는 유리하지만 반대로 단기적인 변동성에는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

아래 표에서 보듯 시중에 나와 있는 파생상품형 펀드와 주식형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을 비교하면 우선 원자재 가격의 대세 상승기에는 파생상품형의 수익률이 월등하지만, 지난 3월 원유를 제외한 원자재 값 조정기에는 오히려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높았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주식형이나 파생상품형의 선택은 향후 원자재 가격이 어떻게 될지에 따른 예측이 선행돼야 하지만 중장기 적립식 투자자라면 두 가지 유형 모두 큰 차이는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단, 명심해야 할 점은 2009년 말까지 적용되는 해외 펀드 비과세 조치가 원자재 관련 주식형 펀드에는 적용되지만 파생상품형의 경우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향후 원자재 가격은 단기적 변동성에도 불구, 장기적으론

대세 상승 전망이 우세

최근의 원자재 가격 급등은 중국 등 이머징 국가의 실수요에 의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FRB의장 시절부터 이어진 저금리와 과도한 유동성이 투기성 수요로 변질돼 지난 몇 년간 원자재 가격 상승에 한몫했다. 경기 둔화에서 비롯된 원자재 수요 감소가 계속적으로 고점을 갱신하는 것은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많아 단기적인 원자재 가격 변동이 예상된다. 하지만 장기적 전망은 단기적 전망과는 달리 전문가들 사이에도 상승 추세가 지속되리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국가의 고성장세가 지속되면서 금, 옥수수, 밀, 철광석, 원유를 막론하고 수요는 늘고 있지만 공급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에서의 수요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다. 철광석의 예를 들면 전 세계 소비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30% 수준이었으나 2007년에는 50%를 훨씬 넘어섰다. 반면 공급 측면에서는 인프라 부족, 기상이변, 자원민족주의 등으로 글로벌 공급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 원자재 가격의 장기적인 상승은 지속되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따라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접근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되 적립식 투자 또는 원금이 보장되는 구조화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