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법칙 : 중국집에 가면 자장면만 먹는다

 직장인이 가장 많이 가는 점심식사 장소는 어디일까? 금방 머릿속에 떠오르는 곳은 중국집이다. 특이하게 점심시간 중국집에서만 벌어지는 풍경이 있다. 바로 ‘뭘 먹을까’에 대한 고민이 심하다는 것이다. 자장면도 맛있어 보이고 짬뽕, 볶음밥도 맛있어 보이고. 설렁탕 집이나 김치찌개 집을 가면 덜 하게 되는 ‘선택의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늘 먹어왔던 자장면이나 짬뽕의 추억(?)은 잠시 잊어버리고, 새로운 메뉴에 도전장을 던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도전자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의 목소리를 내뱉는다. “에이 차라리 그냥 자장면 먹을걸. 에이 그냥 짬뽕 시킬걸.”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비슷한 후회를 투자자들에게도 많이 듣는다.

 펀드시장에서 그 예를 찾아보자. 국내 펀드시장은 최근 2년간 급속도로 팽창했다. 1가구 1펀드 시대를 넘어 얼마 전 발표된 세계 펀드 산업 동향에 따르면 한국의 펀드 수는 세계 1위라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종류가 많아서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반면에 투자자들의 ‘뭘 먹을까’에 대한 고민이 더욱 커졌다는 얘기도 된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펀드 홍수 속에서 펀드 투자에 성공한 사람은 어떤 펀드를 선호할까? 뭔가 특이한 펀드나 새롭게 출시된 펀드를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그들은 대부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고, 또한 잘 알고 있는 펀드시장에서 ‘자장면 같은 펀드’에 투자한다. 중국집에 갔으면 고민하지 말고 자장면을 먹고, 펀드시장에 투자했다면 가장 일반적인 펀드에 투자한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억지 같은 얘기지만 자장면이 먹기 싫으면 아예 중국집을 가지 말라고 주장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자장면 같은 펀드는 다름 아닌 주식시장 흐름에 순응하는 펀드다.

 그럼 그 반대는 무엇일까? 바로 시장과 무관하게 때로는 주식시장을 역행하는 펀드일 것이다. 펀드시장에 뛰어드는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이 하락해도 손실이 적고, 주식시장이 올라가면 더욱 높은 수익을 내는 펀드를 열망한다. 하지만 고수들은 그런 펀드는 없다는 걸 전제로 깔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주식시장의 추세만큼만 움직이면 된다고 생각한다. 전문용어로 벤치마크(Benchmark)지수만 따라가면 된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이 불안해 추세 움직임과 다른 펀드를 찾는다면 차라리 펀드시장을 잠시 벗어나 있으면 된다. 특이한 펀드를 하나 예를 들어보자. 일명 ‘청개구리 펀드’라는 것인데 공식적인 명칭은 리버스 펀드다. 이 펀드는 특이하게 코스피지수, 선물 및 옵션 거래를 통해 주가지수가 내릴수록 수익률이 높아지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주식시장이 급락하자 관심을 불러일으킨 상품이다. 물론 주식시장이 하락하면서 수익률도 좋아지자 투자 문의도 증가했다. 하지만 정작 고수들은 관심 밖이었다. 아직 상승 추세가 아닌 조정 국면이라면 무리하게 하락에 베팅을 하지 않고 상승 추세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투자해도 늦지 않다는 ‘느긋함’이 숨어있는 것이다. 주식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식시장에는 메뉴가 더욱 많다. 이 주식도 오를 것 같고, 저 주식도 오를 것 같고. 주식이 오를 것 같아 주식 투자를 결심한 투자자도 시장의 흔들림과 각종 유혹에 투자 종목을 자주 바꾸게 된다. 특히 올해처럼 주식시장이 조정기일 때는 시장의 움직임과는 전혀 무관한 종목에 투자를 하기도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주식 투자자는 크게 두 부류. 하나는 종목을 찾아 분주하게 움직이는 개미형이고 다른 하나는 길목을 지키는 베짱이형이다. 주식 투자에서는 베짱이형이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극단적으로 1년에 두 번만 투자하는 고수도 있다. 현금으로 오래 가지고 있다가 주가가 외부 충격 때문에 과도하게 급락할 때 본인이 잘 아는 자장면 같은 주식에만 투자한다. 주식시장에서 자장면 값이 과도하게 쌀 때를 기다렸다가 매수하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두 마리 토끼를 쫓으려다 두 마리 모두 놓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주식시장이 하락하거나 조정 국면일 때는 하락 쪽에 배팅을 걸어 수익을 노리기보다는 기다리는 지혜도 필요하다. 때로는 쉬는 것도 절묘한 투자전략이 될 수 있다. 고수들은 추세에 역행하는 투자는 절대 사양한다.

제2법칙 : 그래도 자장면 곱빼기는 절대 사절

 고수들의 자장면 법칙 두 번째는 아무리 자장면이 맛있어 보여도 곱빼기를 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만큼 투자에 있어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투자의 가장 큰 적은 ‘탐욕(Greed)과 공포(Fear)’라는 얘기가 있다. 그래서 펀드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은 투자하기 전에 미리 목표 수익률을 정하고 자신만의 목표 수익률이나 목표 지수에 도달하면 주저 없이 환매에 나서기도 한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도 미수거래와 신용거래는 금물이다. 투자자들의 기대수익률이 과거에 비해 매우 높아져 있고 빚내서 투자하는 문화가 어느덧 보편화되어 버렸다. 특히 2001년부터 이어진 자산가치의 지속적인 상승에 편승해 적극적인 대출을 이용해 부동산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은 ‘레버리지 투자’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어느덧 이러한 레버리지 투자가 주식시장에도 만연해졌다.

 주식 투자 지침서에서 한결 같이 제1원칙으로 내세우는 것은 ‘여유자금으로 투자하라’다. 너무나 진부한 얘기 같지만 최근 들어 이런 이야기를 자주한다. 과거 빚내서 투자하는 대표적인 것은 부동산 투자였다. 주식 투자와는 큰 차이가 있다. 부동산 대출은 단기간에 투자수익을 거두기보다는 장기간 투자를 목표에 두고 있으며 대부분 대출금을 꾸준히 갚아 나간다. 즉,부채 비율을 줄여나간다. 하지만 주식 투자에서 신용 이나 미수는 단기간에 높은 투자수익을 노리는 투기에 가깝고, 탐욕과 공포가 동시에 내재되어 있어 결국 심리싸움에서 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는 빚에 대해 ‘낙관적인 학습효과’를 습득한 것 같다. 레버리지 투자로 성공한 사람들의 뒷얘기가 무성한 탓일 게다. 그러나 빚에 대한 내성이 생겨 실제로 닥칠 위기에 대비하지 못하면 ‘빚의 학습효과’는 두려움으로 돌변해 숨통을 조여 올 수밖에 없다. 주식 투자는 공격적인 투자의 대표인데 여기에 빚을 내서 투자한다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선택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부채를 통한 자산 증식의 욕망은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저해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2008년도 벌써 3분의 1이 지나가 버렸다. 필자는 2008년 재테크 시장을 전망하면서 키워드로 ‘分(나눌분)’을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인지라 분산투자를 통한 위험 관리를 강조한 것이다. 이는 투자 고수들의 ‘자장면 법칙’과도 일맥상통한다. 투자의 문화가 부동산에서 금융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금 비중을 유지하면서 기다리던 조정의 폭이 온다면 시장의 트렌드에 편승하는 주식이나 펀드를 매수하되, 무리하게 몰빵이나 빚을 내서 투자하는 습관은 버려야 한다.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자장면도 좋지만 짬짜면(짬뽕+자장면)을 통한 분산투자로 위험을 관리하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