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의 접촉 시도 끝에 10월2일 간신히 전화 인터뷰가 가능했던 홍석주 사장은 이전과는 확 달라져 있었다. KIC 경영과 외화자산 운용 계획 등 인터뷰를 위해 찾아뵙겠다는 말에 그는 “프라이빗한 만남이면 모르겠지만…. 당분간 전화로만 이야기하자”며 딱 잘라 거절했다.
조흥은행장이나 증권금융 사장 시절, 그는 대언론정책에서 개방적이었다. 어떤 문제나 이슈가 발생하면 기자를 직접 만나 상황을 이해시키는 직접 돌파형 CEO에 가까웠다. 대외적으로 깨끗한 이미지로 정평이 나 있는 것도 그의 이 같은 성격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돌파형 CEO에서 은둔자로 변신
하지만 KIC 취임 이후 그는 ‘언론 기피증에 걸린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자들과의 접촉을 자제하고 있다. 취임 이후 너무 바빴던 것일까. 아니면 자리가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걸까. 이유를 묻자 그는 “업무 파악 때문에 바쁘기도 했지만 자리가 자리인 만큼 이제는 변해야 될 것 같다. 앞으로 언론과는 될 수 있는 한 멀리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갑자기 신비주의로 돌아선 것은 왜일까.
KIC는 투명성과 함께 철저한 보완도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얼마 전 만해도 외환보유액 때문에 큰 곤욕(IMF)을 겪었잖아요. KIC가 ‘잘 되냐 못 되냐’는 그만큼 심각한 문제입니다. 근데 게임도 하기 전에 패를 보여주면 어떻게 이기겠어요. KIC와 비슷한 성격인 싱가포르 투자청을 보세요. 싱가포르 투자청은 25년 만에 운용 내역을 처음 공개했습니다.”
얼마 전 재정경제부가 한 언론에 ‘KIC가 연말에 62억달러를 운용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그는 편치 않은 심기를 드러냈다.
“보여줄 것 다 보여주고 시장에서 이길 수 없잖아요. 국제적인 M&A에서 우리나라가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즉 언론뿐만 아니라 정부(재정경제부)나 한국은행에서도 KIC에 대해 거론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업계에서도 홍 사장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고개를 끄덕인다. KIC의 자금 성격이나 운용 결과에 따른 경제적 파장을 감안하면 독립적인 지위와 보완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경쟁력 강화와 수익 창출이 주력”
홍 사장은 세세한 자산운용 계획을 밝힐 순 없지만 앞으로 시장 경쟁력 확보와 이를 통한 수익 창출에 주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전문운용 인력 확충, 투자 시스템 개발 등 조직과 자산운용 시스템을 보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실 KIC는 외화자산 운용에 앞서 조직 정비가 가장 시급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자산운용 조직은 출범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일반 자산운용사와 비교해도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KIC의 직원은 44명으로 이중 투자운용본부 인력은 13명이다. 이는 삼성투신운용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시장에서 ‘KIC에 연내에 돈이 들어와도 운용이 가능하겠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 자산운용업계에서는 KIC가 외화자산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하면서도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직접운용이 가능할 정도의 우수 인력을 갖춰야 할 뿐만 아니라 투자 시스템도 직접 개발 및 관리할 정도의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