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기 KB자산운용 대표이사는 지난 3월 리서치센터장으로는 처음으로 자산운용사 CEO가 돼 화제가 됐다. 메릴린치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국내 대표 이코노미스트 중 한 명이던 그가 자산운용시장에 출사표를 던지자, 업계에서는 기대보다는 “과연~?”이라는 의문을 던졌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이 대표는 전문 CEO로 인정받고 있다. 9월27일 여의도 KB자산운용 사장실에서 만난 그는 고된 업무로 피곤에 지친 모습이지만, 취임 당시의 자신감에 찬 눈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 국내 대표 이코노미스트에서 자산운용사 CEO가 된 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

 벌써 그렇게 됐네요(웃음).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시간 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리서치센터장으로 있을 때에도 잦은 해외출장과 미팅으로 바빴지만, 자산운용사 CEO는 회사와 고객 돈(펀드)을 관리하고 시장도 돌아봐야 하는 등 더 바쁜 것 같아요. 머리 쓸 일도 더  많고요. 그래도 한푼 두푼 모은 소중한 고객 돈을 불리는 게 재밌습니다.



 - 취임 이후 KB자산운용이 달라졌다는 말들이 많은데요.

 그래요? 특별히 달라진 건 없는데요. 저 말고는 직원이나 시스템 등 모두 달라진 건 없습니다. 다만 자신감이 생겼다고 할까요. 지난 7월 전 임직원이 고심끝에 내놓은 ‘광개토 펀드’가 시장에 큰 호응을 얻으면서 모두들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국내 대표 자산운용사로 시장을 미리 내다보고 고객이 요구하는 상품을 만들어 제대로 운용하는 능력을 인정받은 거죠. 



 이코노미스트 시절, 대표적인 증시 강세론자였던 이원기 대표가 KB자산운용의 지휘봉을 잡은 것은 지난 3월20일. 불과 취임 6개월이 조금 지났지만, 그는 KB자산운용을 ‘덩치(수탁고)만 큰 회사’에서 ‘주식펀드 전문회사’로 탈바꿈시켰다.

 국민은행의 자회사인 KB자산운용은 외형상 13조4000억원의(9월28일) 수탁고로 업계 4위인 대형사지만, 모(母)은행의 그늘로 펀드 운용 등 내실에서는 그다지 인정받지 못했다. 금융권 최고의 자산과 판매능력을 보유한 국민은행의 지원이 없었다면, 대형사로 올라설 수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던 것.

 하지만 이 대표가 취임한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그가 취임한 이후 KB자산운용의 수탁고는 오히려 2조원가량 줄어들었다. 수탁고 2조원은 여타 중소형 자산운용사의 전체 수탁고 규모와 맞먹는 수준. 이처럼 살림살이는 크게 줄었지만, 체질은 더욱 강해졌다. 주식형 간판 펀드인 ‘광개토 펀드’가 생기면서 국내 대표 자산운용사로서의 능력을 인정받게 된 것. 지난 7월1일 판매된 ‘광개토 펀드’는 판매 3개월 만에 4000억원을 돌파하면서 말 그대로 주식펀드시장을 정벌했다. 10월8일 현재 이 펀드의 총 설정액은 4089억원을 기록, 단시간 내 가장 많이 팔린 펀드로 꼽히고 있다. 수익률도 좋다. 이 펀드의 3개월 누적수익률은 15% 정도로 시장수익률(종합주가지수 상승률)과 비슷하다. 이 같은 성과는 이코노미스트로서 시황을 판별하는 그의 능력이 펀드 개발 및 운용, 마케팅으로 이어진 결과라는 평가다.



 - 취임 이후 수탁고가 갑자기 줄어서 말들이 많았는데요.

 맞습니다. 2조원가량이 빠져나갔죠. 모회사인 국민은행에서 그동안 위탁했던 운용자금을 회수하면서 줄어든 것입니다. 사람을 데려다 앉혔으면 더 도와줘야 하는데, 오히려 자금을 빼니까 섭섭하더라고요(웃음).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 부분을 제외하면 오히려 수탁고는 늘었으니까요. 또 은행계 자산운용사는 은행들이 키운다는 인식도 불식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대표는 1988년 뱅커스트러스트(BTC) 펀드매니저 시절, 당시 BTC 대표였던 강정원 국민은행장과 인연을 맺었다. 이 때문에 KB자산운용 대표 선임 때 업계 일각에서는 그를 두고 ‘낙하산’이라고 치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평가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정확한 평가는 실력과 실적에서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아시다시피 국민은행은 자회사라고 신경 써 주지 않아요. 콘셉트나 수익률이 좋지 않은 펀드는 취급도 않죠. 실제로 우리 상품보다 오히려 미래에셋 등 경쟁사 상품을 더 많이 팔았을 겁니다. 공은 공, 사는 사죠. 저도 그게 더 편해요. 그래야 잘하면 큰 소리도 치죠.(웃음)”



 - 광개토 펀드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시장(증시) 방향을 예측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내놓았던 것이 가장 주요했다고 봅니다. 최근 종합주가지수가 1200포인트를 넘어서 주식형 펀드가 대세인 것처럼 여겨지지만, 광개토 펀드가 출시될 당시만 해도 신중론이 우세해 순수 주식형 펀드 판매는 뜸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시장 방향에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죠. 이것이 먹혀들어간 것 같습니다.



 - 광개토 펀드 개발에 역할이 컸다고 들었습니다.

역할이 크긴요. 전적으로 임직원들의 노고가 컸죠. 제가 리서치 출신이잖아요. 그러니 시장 분석 등에 조언한 정도죠.



 ‘광개토 펀드’의 개발 및 성공에는 이 대표의 시장예측 능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주식형 펀드 개발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장전망과 투자종목 선택. 무엇보다 시장을 보는 ‘눈’이 중요하다. 이 대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대세상승장을 주장해 온 인물로 업계에서 그는 ‘천돌파’로 통한다. 매번 인터뷰마다 1000포인트 돌파가 가능하다고 주장해 얻은 별명. 시장에 대한 이 같은 자신감이 ‘광개토 펀드’를 만드는 밑바탕이 된 것이다.  펀드 편입 종목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이 펀드의 편입 종목은 자동차·철강·조선·해운 등 경기민감 주가 대부분. 경기회복과 대세상승에 대한 그의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다. 단기간에도 펀드 수익률이 좋은 것도 이 때문.



 - 주식 펀드에서 홈런을 치셨는데, 앞으로 어떻게 상품 라인업을 가져 가실 생각입니까.

 아직까지 부동산 등 일부 자산에 묶여 있는 가계자산을 유인할 수 있는 상품들을 내놓을 생각입니다. 우선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주식 펀드를 늘려갈 예정이죠. 절대금리가 오르면 채권 펀드도 적극 출시할 계획입니다. 특히 올 하반기엔 대안상품도 내놓을 예정입니다.

 업계에서는 최초로 1조원에 달하는 SOC(사회간접투자) 펀드를 선보일 계획이죠. 이미 기관 등을 대상으로 자금 모집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대안상품은 과당경쟁으로 몸살을 앓는 자산운용시장에 블루오션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개척지로 이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 펀드 판매 보수가 높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데요.

 저도 펀드 판매 보수가 높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이제는 심도 있게 수수료 체계에 대해 논의할 때가 됐죠. 그렇다고 무작위로 보수를 낮추는 것은 산업을 피폐하게 할 수 있는 만큼 적절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 앞으로 자산운용시장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시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금리와 고령화, 투자문화의 변화 등 환경적으로 자산운용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죠.  올 연말 퇴직연금이 도입되면 시장규모는 더욱 급팽창할 겁니다. 따라서 경쟁도 심화되겠죠.



 - 예측하셨던 대로 종합주가지수가 1200을 넘어 1300포인트까지 육박했는데요. 최근 신중론도 제기되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보십니까.

 지금은 여기저기서 대세상승을 말하지만 불과 3개월 전에만 해도 누구도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넘어 1300포인트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죠. 모두들 신중론, 비관론을 제시하는데 혼자서만 좋다고 하니 ‘천돌파’라며 ‘비아냥’거리는 사람마저 생기더군요. 하지만 외국인들은 오히려 좋아했습니다. 시장분석을 통한 저의 자신감에 장기 투자자인 외국인들은 공감한 것이죠.

 저는 앞으로 2~3년 동안은 지속적으로 장이 오를 것으로 봅니다. 한국증시가 구조적으로 변했기 때문이죠. 특히 그동안 매매 개념이 강했던 주식은 이제 저금리, 고령화의 영향으로 보유의 개념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큰 변화죠. 이 변화의 성공이 한국의 증시를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임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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