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만 펀드 가입자는 과연 봉인가? 최근 금감원과 금융권에서는 적정 판매보수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금감원과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판매보수가 지나치게 높아 선진국에 비해 국내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반면, 은행·증권사 등 주요 펀드 판매사들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반박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금감원은 펀드 판매보수를 인하하는 보수체계 개편 작업을 추진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판매보수 인하는 펀드 판매사의 손익은 물론 펀드 투자자들의 투자비용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펀드 판매보수 논란의 배경과 추이에 대해 알아본다.
 드 판매보수 인하가 감독당국 및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거론된 것은 지난 9월부터다. 자산운용 업계와 펀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저금리로 펀드 투자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지만, 판매사들이 담당 업무에 비해 너무 많은 보수를 챙긴다는 지적이 높았다. 특히 수수료 수익 증대를 위해 은행들이 무차별적으로 펀드 판매에 나서면서 “판매사가 돈 벌이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실제로 펀드 총 보수에서 판매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육박한다.  간접투자 바람을 몰고 온 주식형 적립식 펀드의 경우 총 보수가 평균 2.5%로, 이 중 판매보수는 1.8%지만 운용보수 0.6%, 수탁 등 기타 보수 0.1%에 불과하다. 연간 펀드 평균 잔액(이하 평잔)이 2000만원이라면 총 보수는 50만원이고, 이 중 36만원을 판매사가 가져가는 것이다.

 지난 8월 적립식 펀드에 가입한 A씨는 “판매사들은 단순히 펀드를 판매만 하지 실질적으로 돈을 굴리는 곳은 자산운용사라는데, 왜 판매보수가 더 높 은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판매사가 펀드 시장 장악

 그렇다면 펀드 운용보수보다 판매보수가 높은 이유는 뭘까? 유통시장의 소비자가를 생각하면 답은 간단하다.

 농·수산물을 예로 들어보자. 농·수산물의 소비자 가격은 농산물을 재배하고 고기를 잡는 농·어민이 결정짓는 것이 아니다. 수요 및 공급 법칙 등 소비자가를 결정짓는 요소는 많지만, 실제로 최종 가격은 대부분의 경우 소비자와 농·어민 사이에서 유통을 책임지는 유통업자들이 결정한다.

 펀드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펀드를 개발·운용하는 자산운용사는 펀드 판매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펀드 판매는 은행·증권·보험사 등 관련법상 자격을 갖춘 금융기관에게만 허용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자산운용사가 상품을 개발·운용하기 위해서는 판매사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특히 펀드는 어느 정도 자금을 모아야 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판매사의 네트워크(판매망)가 큰 역할을 한다.

 자산운용업계에서 국민은행이 최대 판매사로 뽑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전국에 1104개(6월 말 기준)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증권업계 전체 지점 수(1527개)와 맞먹는 규모다. 지점당 1억원만 팔아도 1000억원의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셈이다. 심지어 자산운용사 마케팅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국민은행만 잡으면 90% 성공한 펀드”라는 말마저 나오고 있다.

 자산운용사 한 대표이사는 “펀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운용해 어떤 결과를 보이냐지만, 실상 운용을 해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싶어도 판매가 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며, “현재 판매사와 운용사의 역학구도 아래에서는 판매사의 손아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품개발은 물론 보수 책정에서도 자산운용사는 ‘을’의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다. 펀드 보수 책정은 자산운용사의 몫이지만, 대부분 판매사가 결정짓는 게 보통이다.

 펀드 보수를 책정하는 권한은 자산운용사에게 있지만, 누가 얼마나 가져가야 하는지는 판매사, 운용사 당사자간 협의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관련법상 펀드의 보수 한도는 제한이 없다. 단 판매보수만 5% 내에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한 펀드 마케팅 담당자는 “펀드 보수율에서 판매 부분은 전체 보수의 70% 정도로 이미 정해져 있다고 보면 된다”며, “종종 판매 촉진을 위해 보수율을 낮추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자산운용사의 몫에서 떼는 경우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펀드시장의 이 같은 역학구도는 자산운용사의 수익성 악화 등 경영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운용보수가 낮아지면서 경영실적도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악화되는 것이다. 최근 펀드 시장 규모가 200조원을 넘어섰지만, 지난 1분기(2005년 4월~6월) 46개 자산운용사 중 9개사가 적자를 기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CEO는 “운용보수가 낮아진 것은 자산운용사 난립과 과당경쟁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상하고 싶어도 올릴 수 없는 역학구도도 문제”라며, “운용보수를 올린다고 하면 팔아 주는 판매사는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 보수체계 전면 개편

 펀드 판매보수가 “너무 높다”, “너무 비싸다”라는 자산운용 업계와 펀드 투자자들의 지적에 따라 감독당국인 금감원은 판매보수를 인하하는 쪽으로 보수체계를 전면 개편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감원 자산운용감독국 한 관계자는 “펀드 판매보수 개편에 대해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라며, “선취수수료 도입 등 여러 가지 방식을 감안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보수체계 개편안은 단순히 판매보수만을 인하는 것이 아니며, 간접투자시장 활성화 및 펀드 대형화, 장기투자 문화 유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이 구상하고 있는 판매보수 개편안은 현재 대부분의 판매사가 택하고 있는 펀드 평잔 기준으로 받아가는 보수율을 현재 5% 내에서 1% 내로 제한하는 것과 고객이 펀드 투자시 판매보수를 미리 내는 선취수수료 방식을 활성하는 것이다. 선취수수료 방식의 경우 지금과 같이 수수료율을 5% 내로 제한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금감원은 내년부터 시작되는 자산운용사의 직접 판매를 대비해 계좌관리수수료(0.25%) 신설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보수체계는 60년대에 만들어져 한 번도 개편된 적이 없죠. 펀드 판매사들은 그동안 고객의 투자원금뿐만 아니라 운용기간에 발생한 수익까지 합쳐서 보수를 가져갔습니다. 즉 성과연동형 보수인 셈이죠. 과거 판매보수가 성과연동형으로 만들어진 것은 증권사들이 대량 환매 리스크를 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실적배당형 상품에 대한 환매가 법적으로 금지되면서 리스크 자체가 없어졌습니다. 따라서 보수체계도 바꿔야지요. 단순히 판매만 하는데 운용수익까지 챙겨간다면 고객이 어떻게 이해하겠습니까.”(금감원 자산운용감독국 고위 관계자)

 금감원은 펀드 판매 원가계산과 업계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이르면 연말이나 내년부터 보수체계 개편안을 적용할 방침이다. 판매보수 개편안이 도입·시행될 경우, 펀드 투자자들은 펀드 보수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투자비용도 현재보다 최소 40%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펀드 평균 잔액이 1억원인 고객은 현재 250만원을 보수로 지불해야 하지만, 개편안이 적용될 경우 150만원 가량만 내면 된다. 단, 선취를 택한 고객이라면 판매보수가 얼마인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보수율에 따라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한 펀드매니저는 “금감원의 판매보수 개편안이 도입될 경우, 고객들은 투자비용이 줄어드는 반면 기대수익률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간접투자를 촉진하는 계기로 국내 자산운용시장을 한 단계 성숙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판매사 수익 감소 우려 ‘반발’

 금감원의 펀드 판매보수 인하 방침에 대해 자산운용 업계나 펀드 투자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은행, 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들은 당장 손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증권사 상품개발팀 한 관계자는 “금감원의 방침대로라면 펀드 판매 수익이 25%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 않아도 수익성 악화로 증권산업이 뒷걸음치는 판에 금감원이 영업규제에만 혈안이 돼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펀드 판매사들은 오히려 현 보수 수준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또 펀드 판매보수를 인하할 경우, 판매서비스의 질적 저하 및 회전매매 등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펀드 판매보수 인하는 지점 직원이 펀드 하나를 팔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하는지 몰라서 하는 이야기예요. 자체 원가계산 결과, 지점에서 펀드를 판매하는 자산관리 직원 한 명에게 드는 연간 비용은 인건비 등 직·간접 비용을 모두 합쳐 2억2300만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한 직원이 손익분기를 맞추기 위해 펀드를 몇 계좌나 팔아야 하는 줄 아세요? 매월 20만원씩 붇는 주식형 적립식 펀드로 따진다면 무려 3453계좌를 팔아야 합니다. 근데 지금 직원 한 명당 계좌 수는 200개도 되지 않아요.”(B증권사 리테일 담당 임원)

 지난 8월 말 현재 펀드 전체 계좌 수는 731만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절반 정도인 350만계좌가 적립식 펀드다. 증권업계 전체 임직원 수가 2만9000명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1인당 252계좌에 불과한 것이다. 더욱이 은행 판매분까지 감안하면, 판매사 1인당 펀드 계좌 수는 100개에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투자신탁부 고위 관계자는 “판매보수를 내리거나 선취수수료를 활성하라고 하는데, 그건 영업현실을 잘 모르기 때문에 하는 말”이라며, “선취수수료는 투자자들의 거부감이 클 뿐만 아니라 자칫 ‘회전매매’(펀드 갈아타기)로 인한 고객 손실 등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취수수료 제도가 일반적인 일본의 경우 직원들의 잦은 ‘회전매매’로 고객 손실이 커지고 시장 왜곡 현상이 발생하면서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비난했다.

 펀드 판매사들은 또 내년부터 판매 채널이 대폭 늘어나면서 시장경쟁에 따라 자연스럽게 판매보수가 인하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금감원이 인위적으로 판매보수를 제한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내년부터는 투신사 직접 판매, 보험설계사의 판매, 온라인 판매 등을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판매 채널이 다변하면서 시장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이에 따라 보수 인하는 피할 수 없습니다. 금감원이 나서지 않아도 시장에서 알아서 조절할 수 있다는 겁니다.”(C증권사 대표이사)



 전문가 기고



투자문화가 변하면 보수체계도 바꿔야

임종복 도이치자산응용 상품개발 담당 이사 jong-bok.lim@db.com



 근 펀드 판매보수 인하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펀드 판매보수 인하는 투자자뿐만 아니라 펀드 판매사 등 모두에게 매우 민감한 문제다. 펀드 투자자에게는 보수 인하가 투자비용 인하 및 수익증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반면, 판매사는 수익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최근 공론되고 있는 펀드 판매보수 인하 논의의 핵심은 무엇일까? 핵심논점은 판매사가 취득하는 판매보수가 판매활동 및 서비스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판매보수는 많은가?  판매보수가 과도하다면 어느 정도가 적정한가?

 해답을 찾으려면 국내 펀드 보수체계와 해외 사례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간접투자문화가 정착된 해외 선진국의 펀드 보수 및 수수료 형태를 비교하면 바람직한 보수체계가 어떤 것인지 고찰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펀드 산업이 가장 활발한 미국의 경우, 펀드 비용은 투자자에게 부과하는 수수료(Shareholder fees)와 펀드 자산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보수(Annual Fund Operating Expense)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Shareholder fee’는 일반적으로 ‘Load’(수수료)라고 부르며, 선취수수료, 후취수수료, 무수수료(최대 0.25%을 받는 경우에도 No Load 펀드라고 한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전환수수료(Exchange fee), 환매수수료(Redemption fee), 최저계좌유지수수료(Annual Account Maintenance fee)가 있다. 펀드 자산에 부과하는 보수로는 운용보수, 마케팅, 광고비용 등을 위한 판매보수 개념인 ‘12b-1 fee’, 그리고 기타 비용 등이 있다.

 우리나라도 일부 항목(최저계좌유지수수료)을 제외하곤 대개 비슷한 보수체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적용하는 데에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차이가 크다. 미국의 경우에는 펀드 판매보수가 판매시점에서 서비스를 받는 대가로 지불하는 선취수수료 형태가 일반적이다. 규정상 판매시점에서 한 번만 부과하는 선취수수료는 최대 8.5% 이내에서 부과할 수 있으나 실제로는 훨씬 적다. 미국과는 반대로 국내에서는 선취수수료 형태가 아닌 판매보수 방식으로 투자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떼어 간다. 이런 차이는 펀드 투자자 입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선진국의 선취수수료 방식은 투자가 입장에서는 장기투자하면 할수록 유리하다. 즉 펀드 투자 시점에 한 번만 판매수수료를 내면 더 이상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장기투자하면 그만큼 수익률에 보탬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단기투자자 입장에서는 불리하다.

 그러나 국내 판매보수 형태는 연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판매보수 형태가 일반적이라서 장기투자하면 할수록 비용이 커진다. 더욱이 신탁재산 순자산 총액에서 매일매일 보수가 발생되므로 투자금액과는 상관없이 투자에 따른 수익도 동시에 보수의 대상이 된다. 투자자가 장기투자하면 할수록 투자비용 부담도 더욱 커지는 것이다. 따라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투자가 유리하다.

 최근 펀드 판매보수 인하 논쟁은 이 같은 한-미 간 투자문화의 차이가 핵심이다. 감독당국과 금융소비자들은 판매보수 인하와 보수체계 개편을 통해 펀드 대형화와 장기화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펀드 판매사들이 단기투자가 성행하는 국내 실정상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어느 것이 합리적인가? 이 문제는 당사자간 이해타산보다는 자산운용 산업이 장기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 명확한 답은 없지만 펀드 투자자 스스로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펀드 투자자들이 좀더 펀드 구조를 이해하고 장기투자 문화가 정착되면 판매보수 역시 시장의 필요에 따라 변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임상연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