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기업들이 몸짓을 키우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하는 경영전략 중 하나가 인수합병(M&A)이다. 하지만 기업 인수에 성공했다고 해서 모두 시너지가 있는 건 아니다. 기업 인수 이후 어떻게 합병하느냐에 따라 ‘1+1’이 2가 되기도 하지만, 1에 머무는 경우도 허다하다. 랜드마크투신은 자산운용업계에서 대표적인 성공 M&A 사례로 꼽힌다. M&A 이후 몰라보게 달라진 최홍(44) 랜드마크투신 사장을 만나 M&A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난 2005년 3월 랜드마크투신이 외환코메르츠투신을 인수할 때까지만 해도 업계에서는 ‘과연 M&A가 성공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가 많았다. 은행, 증권사 등 계열사 의존도가 높은 자산운용업계의 특성상 M&A 기대효과는 매우 작았기 때문. 당시 업계에서는 랜드마크투신의 최대주주인 모건스탠리가 최대 실수를 저질렀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실례로 푸르덴셜은 지난 2004년 2월 수탁고 13조원, 업계 4위 규모인 현대투신운용을 인수했지만, 지금은 수탁고가 4조원가량 빠져나가 업계 7위로 주저앉은 상태다. 인수합병 과정에서 주요 인력과 현대그룹 관련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몸짓이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M&A 10개월이 지난 지금 세간의 우려와는 달리 랜드마크투신은 대표 자산운용사로 자리잡았다. 랜드마크투신은 은행, 증권, 보험사 등 계열사가 없는 전업 자산운용사 중에서 유일하게 업계 10위권에 드는 알짜회사가 됐다. 합병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구조조정엔 내 사람도 예외 없어

 “인수합병이 결정되면서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따가운 지적들이 많았습니다. 자산운용사간 합병이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죠. 실제로 외환코메르츠투신을 인수한 후 합병작업에는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죠.”

 최홍 랜드마크 사장은 M&A 이후 체중이 무려 10kg이나 빠졌다고 말했다. 10개월 동안 매달 1kg씩 체중이 줄어든 것. 합병작업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합병 과정에서 스트레스로 인해 체중이 5kg나 빠졌죠. 이러다가 합병 전에 내가 먼저 쓰러지겠다는 두려움마저 들더군요. 그래서 생활패턴을 180도 바꿨습니다. 전문 트레이너를 두고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보디빌딩을 시작했죠. 하루에 윗몸 일으키기를 300개씩 했습니다. 스트레스를 이기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채찍이 필요했던 거죠.”

 최 사장은 인수합병에서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것이 합병 시너지를 위한 구조조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적 구조조정은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CEO는 구조조정에서 ‘인정’을 두면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질적인 문화를 가진 두 회사가 합쳐져 시너지를 발휘하려면 충돌의 원인을 제공해선 안 됩니다. 이것이 구조조정이 원칙이죠. 실적이 좋은 팀이나 일 잘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조직을 재구성해야 합니다. 집안사람이라도 실적이나 능력이 뒤지면 구조조정이 되는 거죠.”

 최 사장의 원칙에 따라 조직이 재구성되면서 외환코메르츠 임직원은 물론 랜드마크투신 직원들도 상당수 직장을 떠나야 했다. 업계 일각에서 최 사장에 대해 ‘냉혈한’, ‘독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 하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최 사장이 극심한 스트레스와 과로로 ‘우황청심원’까지 먹어 가며 버텨야 했다는 것을 아는 직원은 극소수다. 이에 최 사장은 “이미 마음먹은 일”이라며, “당시 떠난 직원들 중에서는 CEO의 결정을 이해하고 지금도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조직 재구성 이후 최 사장이 가장 주력했던 것은 새로운 조직문화 형성이다. 이를 위해 지금도 하루일과 중 70%를 임직원들과의 회의와 대화로 보내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식사도 직원들과 같이 한다고 말했다.



 리테일 중심의 대표 운용사로 우뚝

 합병 이후 랜드마크투신은 그야말로 초고속 성장을 지속했다. 펀드 수탁고는 합병 이후 무려 2조원 이상 늘어, 조흥, CJ자산운용을 제치고 업계 8위로 올라섰다.

 “조직이 제대로 갖춰지면 시너지는 금방 나타납니다. 조직 규모가 커진 만큼 생산성도 높아지면서 수탁고도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거죠.”

 최 사장은 앞으로 랜드마크투신이 리테일(개인투자자) 중심의 대표 운용사가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랜드마크투신의 전체 펀드 수탁고에서 개인투자자 비중은 45% 정도. 자산운용업계 전체 수탁고에서 개인투자자 비중이 30%에도 못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그는 “간접투자문화가 자리잡고, 퇴직연금, 변액보험 등이 자리잡으면, 앞으로 펀드시장의 중심은 기관 자금이 아닌 개인 자금이 지배할 것”이라며, “랜드마크투신은 리테일에 강한 회사로 앞으로 개인투자자를 위한 다양한 상품개발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랜드마크투신은 퇴직연금과 변액보험 등 2006년 펀드시장의 주요 테마를 선점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미 국민은행, 외환은행 등의 퇴직연금 운용사로 선정된 상태며, 보험사 변액보험 아웃소싱도 잇따라 따 놓은 상태다.

 랜드마크투신이 이처럼 퇴직연금과 변액보험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전업사이면서 펀드 운용실적이 좋기 때문이다. 여타 자산운용사들도 퇴직연금과 변액보험 등 유망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만, 은행, 증권, 보험사 등이 서로 경쟁사의 자산운용사를 견제하고 있어 시장을 뚫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한편 2006년부터 도입되는 ‘보험설계사의 펀드 판매 허용’과 관련, 최 사장은 펀드투자자의 피해를 최소로 줄이고, 시장의 무질서를 막기 위해서라도 ‘펀드 판매인 시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산운용협회 자율규제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그는 ‘펀드 판매인 시험 제도’ 도입을 업계 공동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보험설계사의 펀드 판매 허용은 시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우선 펀드 판매를 위한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며, “현재 규정상 50시간 교육만 이수하면 펀드를 판매할 수 있지만, 이 정도 기준으로는 사실 보험설계사의 펀드 판매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펀드 판매 보수 인하와 관련해서는 수수료 체계는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그동안 펀드시장이 공급자 위주로 움직였지만, 앞으로는 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움직일 것”이라며, “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변하면 자연적으로 펀드 보수도 인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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