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은행의 행보에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환은행과 LG카드 인수전에 HSBC은행이 참여할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한생명 지분을 인수한다는 기사까지 더해져 HSBC가 인수합병(M&A)을 통해 국내 금융권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것이라는 섣부른 추측까지 더해지고 있다. 지난 2005년 12월7일 릭 퍼드너 HSBC은행 한국대표를 만나 진위와 함께 HSBC의 마케팅전략, 그리고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루머는 루머일 뿐이다. M&A 계획은 없다.”

 릭 퍼드너(Rick Pudner) 대표는 의외로 담담한 답변을 내놓는다. 강한 부정도 아니다. 한 번 ‘아니다’고 부정한 사안에 대해 더 이상 대꾸할 가치가 있겠느냐는 반응이다. 배석한 홍보부의 서현진 이사도 불필요한 질문이었다는 표정이다.

 그런데도 인수설, 매각참여설은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는다. 오히려 재생산되면서 증폭까지 되는 상황이다. 다른 질문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HSBC은행의 참모습이 사실과 다르게 전달되고,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차적인 원인은 HSBC은행에게서 찾을 수도 있다. 그만큼 자신들의 참모습을 고객들에게 전달시키지 못했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민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문턱 낮은 은행이라는 인식보다는 부유층과 대기업을 주고객으로 한 높은 문턱의 은행이라는 왜곡된 인식이 자리잡은 게 대표적인 예이다.

 이에 대해 릭 퍼드너 대표는 “기업금융이나 개인금융의 폭이 상당히 넓다”면서,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은 물론 중견, 중소기업에도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1981년 HSBC은행에 입사한 릭 퍼드너 대표는 유럽과 중동을 거쳐 지난 2003년 1월 한국대표로 부임했다.



 - 2004년에는 순이익 규모가 35%에 달했다. 2005년 전망은 어떤가.

 2005년에도 성공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정확한 수치는 연말을 기준으로 최종 집계를 해야 알 수 있겠지만, 2004년과 같이 두 자리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모든 부분에서 성공적인 성장이 이뤄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 한국시장 진출에 대한 HSBC 본사의 평가는 어떠한가.

 본사에서 한국 사무소의 성적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순이익 규모다. 또 순이익 못지않게 중요한 건 우리가 얼마나 한국에 기여하고 있는가, 특히 사회공헌프로그램 같은 것을 통해서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도 중요하다.

 HSBC코리아는 지난 몇 년간 치열한 경쟁과 까다로운 시장 속에서 놀라운 성장을 했고, 한국에 진출한 외국은행 중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면에서 본사에서는 전반적으로 한국에서의 영업에 만족해 하고 있다.

 - HSBC에 대한 금융권의 최대 관심은 외환은행과 LG카드 등 금융기관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냐에 있다. 또 최근에는 대한생명 지분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루머는 루머일 뿐이다. 우리는 아직 M&A 계획이 없다. 알다시피 우리는 기존 조직을 500명에서 900명으로 늘렸고, 지점도 3개를 더 늘려 8개에서 11개로 늘어났다. 또 계속 늘려갈 계획이다. HSBC는 한국의 기존 사업을 확장하는 자생적 성장에 주력할 계획이다.

 성장전략의 핵심은 한국의 주요 도시에서 기업금융과 개인금융의 확대에 있다. HSBC의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의 미드마켓(Mid Market : 중소기업 시장)이 중국, 인도와 미국 등의 시장에 더욱 가깝게 연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개인금융 분야에서 주택담보대출시장과 자산관리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현재 HSBC의 세계적인 자산관리 서비스인 프리미어를 시작했다. 기업금융 분야에서 HSBC는 이미 3개의 기업금융센터를 개설했다. 서울 두 곳, 부산 한 곳과 주요 도시에 3개의 지점을 더 개설할 계획이다(이 가운데 2005년 12월 중순 인천이 개설함). 또한 HSBC의 강점인 무역, 외환, 기업자금 업무도 강화할 예정이다.

 - HSBC는 대기업과 부유층 고객을 위주로 한 은행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사실 우리가 부유층 마케팅에서 변화하고 있다는 말을 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기업금융 쪽이나 일반 개인금융을 대상으로 하는 폭이 상당히 넓다. 개인 같은 경우도 부유층을 포함하고 있지만, 중산층을 대상으로도 영업을 하고 있고, 기업금융에서도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다.

 특히 HSBC는 중견기업시장에서 가장 큰 글로벌기업이다. 잠재력이 큰 중소기업이 미래에 대기업이 된다고 믿고 이들이 성장하는 것을 돕고자 한다.  개인 고객에 대해서도 기존의 3억원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하던 프라이빗뱅킹 서비스를 1억원 이상 고객으로 확대해 보다 많은 고객에게 세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펀드와 대출 분야에서도 다양한 계층의 고객들을 위한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 그렇지만 일반인들에게 그런 이미지가 있다는 건 그만큼 다가가기가 힘든 은행이라는 뜻이 아닌가.

 접근하기 힘들다는 인식을 갖게 된 이유는 HSBC 지점 수가 적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고객들에게 접근성을 더 강화하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점을 더 늘려갈 계획이다.

 - 프라이빗뱅킹 분야에서 국내은행과 외국은행의 경쟁이 치열하다. HSBC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HSBC는 다른 기업이 모방할 수 없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글로벌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인 ‘프리미어’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미 33개국에 120만명의 고객이 이용하고 있으며, 한국은 프리미어를 시작한 34번째 국가다. 또 다른 은행에 비해 전 세계에 가장 고르게 분포된 네트워크를 갖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시대에 부응하는 국제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큰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 한국에서 실시해 온 마케팅이 그동안 HSBC가 다른 국가에서 행해 왔던 마케팅과 차이가 있는가.

 HSBC라는 브랜드는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상품에서는 각 나라별로 각자의 요구에 맞도록 다르게 운영을 하고 있다. HSBC 광고에서도 나타나지만, 그 나라에 맞는 상품을 올바르게 적용하는 마케팅을 구사하고 있다.

 HSBC는 1982년 한국에 들어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에게 인지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 HSBC 기업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며, 한국 고객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꾸준히 개발해 제공할 것이다.

 나를 위한 세계적인 은행이라는 슬로건에 맞게, 보다 현지 고객의 요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한국 고객의 성향에 대한 시장조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 외국자본의 급격한 시장 확대로 인한 자본유출에 대해 한국민의 반감이 강하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부 한국인들이 외국인투자를 환영한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외국인 투자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이는 감정을 갖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한다. 한국이 동북아의 금융허브가 되고자 한다면 외국인 투자가들이 환영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많다. 한국경제를 견인하지 못하는 가장 커다란 요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한국경제는 지난 2~3년 동안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신용카드 위기를 겪었지만, 지금은 최악의 시기에서 벗어났다고 보인다. 천천히 회복하고 있다고 보이는데, 수출 부문은 긍정적이다. 사실 수출 부문은 서서히 상승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증가속도가 무척 빠르다. 개인소비 부문에서도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그 속도가 조금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중국이라는 외부적 요인에 의한 변수가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한국의 경제전망은 긍정적이다. 현재 한국경제는 회복 신호를 보이고 있다. 산업생산성이 향상되고 있고, 공장과 설비 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수출, 수입 모두 잘 되고 있다. 다만 한국이 절대 의존하는 석유가격이 오르는 것이 문제다.

 - 향후 한국 금융시장의 미래에 대해 어떤 전망을 할 수 있는가.

 한국정부는 한국을 금융허브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갖고 많은 일을 했다. 최근 ‘제로베이스 규제개혁’을 발표하는 등 여러 개혁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에서 11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한국은 동북아의 금융허브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히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HSBC도 한국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다.

 - 그러나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해 외국 언론에서는 지나친 규제를 하고 있다며 비판하기도 한다.

 한국 금융정책에 대한 외국 언론의 비판은 한국에 직접투자하고 있는 투자가들보다는 간접투자하고 있는 포트폴리오 투자가들에게서 나온 것으로, 공정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한다. 한국에서 직접투자하고 있는 HSBC나 시티은행 등은 한국의 금융시장과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한국정부의 노력도 높게 평가하고 있다.

 - 투자처로서 한국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가.

 한국은 투자지로 최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매력적인 것만은 사실이다. 비록 모든 다국적기업이 투자를 원하는 중국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한국은 선진금융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한국의 뛰어난 인력과 세계 최고의 IT 기술은 한국 투자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외국인의 생활환경은 아직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다.

한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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