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미국인 사업가 프랭크 맥나마라가 뉴욕의 한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다 지갑을 호텔에 두고 와 낭패를 겪은 것이 신용카드 탄생의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맥나마라는 많은 동료들이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는 사실을 알고 친구인 랄프 슈나이더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1949년 세계 최초의 신용카드인 ‘다이너스카드’를 만들었다. ‘식사하는 사람들(diners)’에서 유래한 다이너스카드는 회원 200명과 뉴욕 내 14개 식당 가맹점으로 출발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9년 신세계백화점에 의해 처음으로 도입된 이후 1978년 외환은행이 일반 해외여행자 등을 대상으로 해외 사용 목적의 비자(VISA)카드를 발행했고 1980년 국민은행, 1982년에는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신탁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이 공동으로 비씨카드사를 설립하면서 신용카드 시장을 형성했다.

이 당시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카드 발급이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현금거래 관행이 뿌리 깊은 우리나라에서 신용카드 거래가 통용될 범위가 작아 그 만큼 소비자 신용의 활성화를 기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신용카드 활성화

그러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나라의 신용카드 산업은 그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외환위기 직후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의 신용카드 사용 활성화정책에 힘입어 국내 카드 이용이 급증하면서, 과거 일부 계층에 한정돼 발급되던 신용카드는 일반 소비자의 가장 보편적인 결제수단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또 신용카드 사용액이 과세 근거자료로 활용되면서 과표 양성화를 통한 사회 전반의 투명성 제고는 신용사회 기반확충의 주역으로서 신용카드 산업의 중요한 기능을 인식시키게 됐다.

이는 최근 신용카드 사용과 관련한 수치에서 잘 나타나는데, 2007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경제활동인구 1인당 3.7매의 신용카드를 보유하고 있고, 민간소비지출 대비 신용카드 사용비중이 50%에 육박하는 등 카드 사용이 보편화돼 있다. 장례식장에서도 조의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을 만큼 사용처도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으며, 올해 10월부터는 국세도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고 하니 우리나라는 가히 ‘카드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국내 신용카드 산업은 외형적 성장뿐만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 30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미국 등의 신용카드 선진국에서는 볼 수 없는 할부제도와 같은 독특한 결제 방식의 도입이나 다양한 신상품 및 서비스 개발을 통해 국내 소비자금융 시장의 영역을 확대해 기업금융 위주로 운영되던 국내 금융산업에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됐다.

최근에는 신용카드가 다양한 재테크의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소비자들의 생활필수품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다양한 신용카드의 기능 중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로 신용카드는 할인 혜택 및 부가서비스 기능을 제공한다. 이런 혜택들은 카드사들의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더욱 다양하고 풍부해지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고유가·고물가 시대에 서민가계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혜택들은 서민들에게는 가뭄 속의 단비임에 틀림없다.

둘째로 신용카드는 일종의 보험 역할도 한다. 지난 4월14일 회원수가 4만5000여 명이나 되는 유명 헬스클럽 체인점이 부도가 나서 문을 닫았다. 현금으로 수백만원씩 내고 평생회원권을 구입한 사람들은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헬스클럽 등이 부도가 나서 문을 닫을 경우, 신용카드로 결제했다면 일단은 안심이다. 현행 할부거래법상, 소비자가 20만원 넘는 고액을 3개월 이상 카드 할부로 결제하면,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경우 할부금 잔액은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를 ‘카드 항변권’이라고 하는데, 모두 현금으로 지불했다면 문제가 생겼을 경우 되찾기가 쉽지 않은데, 신용카드로 결제했다면 일부나마 손해를 줄일 수 있다.

셋째로 신용카드는 부정 사용에 대한 보상 기능도 있다. 현금은 분실이나 도난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고, 수표나 어음은 주로 본인의 주 활동 지역에서만 통용되지만, 신용카드는 전국 어디에서나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고, 분실 및 도난 시 즉시 신고만 하면 회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 경우 부정 사용액에 대해 보상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넷째로 신용카드는 외국에서도 국내처럼 사용이 편리하고 다양한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해외에서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외환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즉, 해외여행 시 현금이나 여행자수표를 표시통화 이외의 국가에서 이용하려면 그 국가의 통화로 교환해야 하지만 신용카드는 사용국의 통화로 구매한 이후에 원화로 결제하면 된다. 또 비자나 마스터카드 등의 해외 브랜드가 주는 우대혜택도 함께 향유할 수 있다.

정보기술 발전으로 기능 진화

60년 전 단지 현금보다 편리한 지급결제 수단으로서 개발됐던 신용카드는 경제구조나 정보기술의 발달로 기능적인 면에서 수 없이 변화하고 발전해 왔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신용카드를 통한 유비쿼터스(언제 어디서나 결제 가능한) 지급결제뿐 아니라 다양한 부가서비스 개발 등으로 신용카드 산업이 소비자금융 및 결제 시스템의 핵심 축으로서의 기능을 더욱 진화시켜 나갈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