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외국 자본의 대항마”



최근 금융권에서는 LBO(leveraged buy out, 후불제 인수)를 통해 브릿지증권을 인수하는 리딩투자증권의 박대혁 사장을 두고 “자본 회수에 열을 올리는 외국 자본의 대리인”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프론티어” 등 말들이 많다. 외국 자본에 대한 의혹과 경계심이 높은 시점에서 과연 그의 선택은 무엇이며, 또 성공 가능성은 있는지 직접 알아봤다.





 “논란 싫어 인수 대금 지불 계획 수정”

 “브릿지증권의 대주주인 브릿지인베스트먼트홀딩스(BIH)가 일각에서 말하는 투기 자본이라고 한다면 나는 외국 자본의 대항마인 것 아니냐. 청산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고 300여명의 직원을 거리로 내몰려는 투기 자본으로부터 회사를 인수해 새로운 중견 증권사로 거듭나게 하려는 것이 외국 자본의 대리인인가.”

 LBO를 통한 브릿지증권 인수 계약 이후 일각에서 일고 있는 외국 자본의 대리인이라는 비난에 대해 리딩투자증권 박대혁 사장은 “무엇이 합리적이고 누가 외국 자본의 대항마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주길 바란다”며 이렇게 말했다.

 리딩투자증권은 지난 2월16일 BIH와 LBO 방식으로 1310억원에 브릿지증권을 인수키로 계약했다. 우선 인수 대금으로 20억원을 주고 1290억원은 향후 브릿지증권과의 합병 후 15영업일 이내에 지불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

 이번 M&A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LBO란 후불제 인수 방식을 뜻한다. 즉 인수 대금이 부족한 회사가 피인수 회사의 대주주와 합의해 우선 합병한 후 합병 회사의 자산을 매각해 인수 대금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합병 회사의 자산을 매각해 인수 대금을 지불하기 때문에 합병에 드는 비용 마련이 쉽고 피인수 회사의 대주주는 쉽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 LBO의 장점이다. 따라서 LBO 방식의 M&A는 주로 피인수 회사의 자산 가치가 높을 경우 발생한다.

 LBO는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M&A 방식이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기업 구조 조정 활성화를 위해 보편화된 M&A 기법이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도 LBO를 통한 횡령 등 각종 금융 사기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부정적 인식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브릿지증권의 대주주인 BIH는 지난 2000년 11월 ‘진승현게이트’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던 리젠트퍼시픽그룹의 후신이다. BIH는 세 차례에 걸친 브릿지증권 유상 감자와 빌딩 매각, 구조 조정 등을 통해 투자 자금을 회수하면서 대표적인 투기 자본이라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일각에선 BIH가 브릿지증권 매각 방식으로 LBO를 선택한 것도 손쉽게 마지막 투자 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것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박사장은 “BIH를 투기 자본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잘라 말하면서 “회사를 청산하면 BIH는 1500억원을 갖고 나갈 수 있지만 1310억원에 매각키로 함에 따라 200억원 가까이 손해를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외국 자본이 국내에서 돈을 벌면 모두 투기 자본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이는 우리나라 연기금이나 투자자들이 외국에서 돈을 벌면 투기 자본이라는 생각과 똑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LBO 방식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박사장은 인수 대금 지불 계획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20억원이던 인수 계약금을 200억원으로 늘린 것. 이에 따라 합병 후 지불해야 할 대금은 1110억원으로 줄어들게 됐다.

 “180억원을 국내 은행에서 차입해 인수 대금으로 활용키로 했습니다. 차입에 드는 이자 비용은 BIH측이 전액 지불하기로 했어요. 계획을 변경한 것은 시장의 비난이 무서웠던 게 아니라 LBO에 대한 논란이 커져 자칫 일부 세력이 원하는 M&A 무산으로 이어질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외국 자본과 겨루는 투자 은행 만들겠다”

 박사장은 합병 후 골드만삭스와 같은 세계적인 투자 은행으로 거듭나겠다는 게 포부다. 10년 이상 영국 런던에서 투자금융가로 활동해 온 그는 투자 금융 노하우를 살려 국내에도 중소기업을 위한 채권시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영국에서 10년간 영업을 해오면서 나름대로 탄탄한 기반을 갖췄음에도 한국에 돌아온 것은 세계적인 외국 자본과 겨룰 수 있는 투자 은행이 국내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해외에서 경험한 투자 금융 노하우를 살려 국내 중소기업들을 위한 채권시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그는 합병 증권사를 기업 금융과 자기 매매 중심의 전문화된 증권사로 키워 나갈 계획이다. 특히 시가총액 1000억원 미만인 중소기업들에게 자금 조달은 물론 선진 재무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또 PEF 설립 등을 통해 기업 구조 조정 시장에도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박사장은 “전환사채 등의 활성화를 통해 중소기업들에게 새로운 자금 조달 방법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국내 대기업들이 받는 재무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면서 “투자 금융 부문에서는 나름대로 세계적인 전문가라고 자부할 만큼 많은 노하우를 가졌고 이미 다양한 투자금융 툴(시스템)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LBO 논란과 함께 가장 큰 시험대인 브릿지증권 노조와의 관계도 지속적인 대화로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합병 후 특별한 인력 구조 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 관리직 비중을 줄이고 영업직 비중을 늘릴 방침이다.

 “합병 이후 투자 은행화를 위해선 오히려 직원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또 직원들의 성과 보상도 개선시켜 나갈 예정입니다.”

 한편 박사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국증권 인수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 관련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인수설을 부정했다. 그는 “12% 넘게 부국증권 지분을 사들인 것은 단순히 투자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지 M&A를 목적으로 진행한 것이 아니다”며 “시장이 관심을 끌만한 이야깃거리를 만들려는 언론이 사실을 와전시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브릿지증권 인수 대금 마련을 위해 부국증권 주식을 매각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이에 그는 “부국증권의 자산 가치를 따져볼 때 적정 주가는 2만원 정도로 본다”며 “합병을 위해 부국증권 주식을 매각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리딩투자증권은 현재 부국증권 지분 12.18%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25억원의 평가 차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딩투자증권의 브릿지증권 M&A는 4월 중순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현재로선 BIH에 대한 의혹과 박사장에 대한 비난 여론을 우선적으로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적인 외국 자본과 겨룰 수 있는 투자 은행을 만들겠다는 그의 꿈이 과연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