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권에 복합금융상품 개발 붐이 일고 있다. 복합금융상품이란 은행·증권·보험·카드 등 각 금융권의 고유상품 장점만을 결합한 것으로, 일명 ‘퓨전형’ 상품으로 불린다. 과거 단순 부가서비스 개념으로 시작된 복합금융상품이 퓨전형으로 재탄생하면서 마케팅 대상 고객층마저 세분하는 추세이다. 금융권별 뜨거운 상품개발 열전 속으로 들어가 보자.

 융권에서 가장 먼저 복합금융상품을 선보인 곳은 은행이다. 금리 위주의 단순 예금상품을 주로 취급했던 은행들은 저금리로 접어들면서 지난 2002년 후반부터 수익성이 결합된 예금상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상품이 바로 ELD(주가지수연동정기예금). ELD는 원금이 보장되면서 주가지수에 연동해 금리가 달라지는 상품이다. 이 상품은 본격적으로 판매된 2002년 11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6조원가량이 팔려나가는 등 큰 인기를 끌면서 지금도 은행의 주력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은행들은 최근 ELD의 또 다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ELD를 종합주가지수 외에 특정 종목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도록 하거나 아예 정기예금 기능과 결합시킨 상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김기섭 기업은행 팀장은 “ELD는 일종의 파생상품으로 다양한 형태의 수익구조를 가질 수 있어 상품개발자 입장에서는 편리하고 고객 입장에서는 다양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게 특징”이라며, “최근에는 단순히 ELD로만 판매하던 시기는 지났고, 정기예금 기능과 결합한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LD와 정기예금 기능이 결합된 대표적인 상품은 국민은행의 ‘리더스정기예금’, 우리은행의 ‘레저복합예금’ 및 ‘이챔프(E-Champ)1호’ 등이다. 이 상품들은 고객의 가입금액을 정기예금과 ELD에 각각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실례로 지난 8월29일 우리은행이 선보인 주가지수 연동 복합예금 ‘이챔프1호’는 예금액의 70%는 연 4.5%(6개월 연 4.2%)의 확정금리 정기예금으로, 30%는 원금이 100% 보장되는 ELD에 가입된다. 따라서 ELD의 수익률에 따라 정기예금 금리 이상의 수익도 가능하다. 또 레포츠 활동 및 콘도예약 할인, 레포츠 관련보험 무료 가입 등의 보너스도 있다.

 이 상품들은 ELD에만 투자하는 것보다 수익성은 낮지만 안정성은 높고 종합주가지수 변동에 상관없이 일정 금리(정기예금)를 보장해 고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챔프1호’까지 7개의 복합예금을 선보인 우리은행의 총 판매액은 2조3000억원에 달한다.

 한 시중은행 상품개발 담당자는 “은행 고객들은 안정성과 일정 수익을 추구하는 보수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자칫 증시 변동성에 따라 원금만 찾아갈 수 있는 ELD보다 정기예금 기능이 결합된 복합예금을 선호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 은행권의 ELD 복합예금 개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상품도 다양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러 금융상품의 장점만 모아

 은행들은 예금과 보험이 결합된 복합금융상품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그동안 예금 가입자 모두에게 부가서비스 차원에서 제공됐던 보험서비스는 최근에는 마케팅 대상 고객군에 따라 제공하면서 세분되고 있는 추세다. 기업은행이 내놓은 ‘2030통장’과 ‘계약금보장형적금’ 등이 대표적인 상품.   ‘2030통장’은 자녀 또는 본인이 군복무하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며, ‘계약금보장형적금’은 적금 가입자가 목표 계약금을 채우지 못하고 사망할 경우 계약한 적금액을 그대로 지급하는 상품이다.

 은행의 예금과 보험을 결합한 상품과 마찬가지로 증권이나 보험업계에서는 펀드와 보험을 결합한 상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증권사의 보험 펀드와 보험사의 변액보험. 특히 변액보험은 현재 보험사의 주력상품으로 떠오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 2001년 7월 변액종신보험을 시작으로 국내에 첫선을 보인 변액보험은 8월29일 현재 12조원가량이 팔렸으며, 상품종류도 변액연금, 변액유니버설, 변액CI보험 등으로 풍부해졌다.   변액보험 판매가 이처럼 매년 급증한 것은 보험사들이 수익중심의 영업을 위해 공격적으로 판매에 나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험 보장에다 주식 및 채권투자를 통한 수익추구도 가능하다는 점이 고객에게 큰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동석 대한생명 상품개발팀 차장은 “변액보험은 저금리·고령화 시대의 대안상품이며, 변액보험 판매 초기에는 상품의 특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불완전판매 등 부작용도 따랐지만, 최근에는 고객들의 상품 선택 안목이 높아져 오히려 변액보험이 새롭게 변신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의 펀드도 보험과 결합해 교육 펀드, 어린이 펀드, 상해보험 펀드 등으로 새롭게 재탄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교육 및 학자금 서비스와 상해보험 등이 가미된 어린이 펀드가 가장 각광받고 있으며,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한 개 이상의 상품을 팔고 있는 상태다. 대표적인 상품은 우리자산운용의 ‘우리 쥬니어네이버 적립식 펀드’와 대우증권의 ‘마스터랩 자녀사랑 메신저’이다. 8월17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우리 쥬니어네이버 적립식 펀드’는 체계적인 경제·금융교육을 바탕으로 어릴 때부터 펀드투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성인이 된 뒤 경제적 자립기반을 준비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게 장점. 또한 국내 최대인 400만명의 회원을 가진 NHN의 어린이 전용 포털사이트인 ‘쥬니어네이버’와 금융교육 협약을 체결한 이후 내놓은 첫 공동작품이기도 하다.

부가서비스도 화려하다. 먼저 쥬니어네이버의 ‘우리 쥬니어펀드관(woori.

naver.com)’에서는 퀴즈대회와 생활경제수기 공모, 경제도서 독후감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며, 금융·경제 캠프와 꼬마주주 기업방문 등 실용적인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만 5~19세 가입자에게는 상해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혜택도 주어진다.

 ‘마스터랩 자녀사랑 메신저’는 투자자별 평가금액의 200%를 보험금으로 지급하고, 자녀양육시 발생할 수 있는 유괴, 교통사고, 전신피해, 식중독 등 불의의 사고에 대비한 상해보험에 가입해 준다. 이 상품의 최저 월 적립금액은 20만원이며, 3년 이상 가입하는 고객의 경우 생일, 졸업일 등 특정 기념일을 만기로 지정할 수도 있다.

 박정훈 기은SG투신 마케팅팀장은 “저금리·고령화로 인해 간접투자 상품인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업계에서는 전통적인 펀드보다는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다양한 부가서비스가 가미된 복합금융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주식 투자자는 물론 은행이나 보험 고객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상품은 대부분 복합금융상품”이라고 말했다.



 적립식 펀드 이용객의 70% 주부

 펀드와 카드가 결합한 상품도 첫선을 보였다. 도이치자산운용이 개발한 ‘VISA Spend&Save 펀드’가 바로 그것. 이 상품은 고객이 펀드 가입시 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할 경우 월 사용액의 1%를 펀드에 적립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즉 카드로 100만원을 사용했을 경우 1만원이 펀드에 입금, 운용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카드 포인트율이 0.2~0.3%인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제도다. ‘VISA Spend&Save 펀드’는 고객의 투자성향에 따라 안정형(ELS 펀드), 안정성장형(글로벌투자 펀드), 성장형(주식형 펀드) 등 세 가지로 나뉘고, 만기는 안정형이 7년, 안정성장형과 성장형이 3년이다. 도이치자산운용은 이 상품의 구조를 특허출원한 상태다.

 지난 9월12일부터 제일은행에서 판매한 ‘VISA Spend&Save 펀드’는 이달 말에는 국민은행, 외환은행 등에서도 판매할 예정이다. 신용일 도이치자산운용 사장은 “‘VISA Spend&Save 펀드’는 기존 펀드 복합금융상품과는 달리 처음으로 카드와 결합시킨 상품으로 고객의 소비에 따라 일정 부분 저축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라며, “적립식 펀드와 카드 사용의 주요 고객층을 감안해 여성 중심의 마케팅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도이치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적립식 펀드의 70%가 주부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비자카드 사용액의 62%가 여성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금융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본격적으로 금융통합법이 마련되면 앞으로 2~3년 안에는 퓨전형 상품이 금융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통합법으로 인해 금융권역별간 장벽이 무너지고 완전 겸업체제로 전환될 경우 복합금융상품이 봇물처럼 쏟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고객 입장에서는 궁극적으로 한 가지 금융상품에 가입하고 은행·증권·보험·카드 등 모든 금융기관과 거래가 가능한 원스톱 금융서비스가 실현될 것으로 예상한다.

 김희주 대우증권 상품개발팀장은 “펀드에 보험, 카드 등이 결합하면서 증권이나 투신사들은 다양한 상품을 제시하는 게 가능하고, 고객들도 보다 풍부해진 서비스를 맛볼 수 있게 됐다”며, “겸업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이 같은 퓨전형 상품구조는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이고, 궁극적으로는 한 가지 상품으로 모든 거래가 가능한 금융상품이 출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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