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내 3대 국책은행이 최근 화려하게 변신하고 있다. 만년 적자에 허덕이던 국책은행이 국가정책 수행이라는 공공성과 함께 최근에는 조직개편과 체질개선으로 수익성까지 겸비하면서 시중은행을 긴장시키고 있다. 국책은행의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유지창 총재, 강권석·신동규 행장 등 3인의 국책은행장들이 있다. 화려한 날갯짓을 준비하는 국책은행장들의 조용하지만 치열한 경쟁을 살펴봤다.
 내 3대 국책은행을 맡고 있는 유지창(57) 산업은행 총재, 강권석(56) 기업은행장, 신동규(55) 수출입은행장은 모두 행정고시 14회 동기로 은행권에서는 ‘행시 3인방’으로 불린다. 과거 재무부 시절에 이어 국책은행에서도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 이들은 경쟁 관계에 있지만 가능한 한 해외출장이나 세미나에 같이 참석할 정도로 동기애 또한 깊다는 소문이다.



 ‘덕장·지장·맹장’ 경영스타일 제각각

 3인방의 맏형으로는 연배로 보나 은행의 비중 면에서 보나 유지창 총재가 꼽히고 있다. 3인방이 모인 사석에서는 주로 유 총재가 방향을 권하고 결정하는 일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재경부 금융정책과장과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낸 바 있는 유 총재는 은행 안팎에서 전문성을 겸비한 덕장(德將)으로 알려져 있다. 포용력과 리더십이 강하고 업무 조율 및 리스크 관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이다. 실제로 지난해 발생한 LG카드 부실과 관련, 채권단 간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하면서 포용력과 조율 능력을 높게 평가받았다. 취임 당시 산업은행을 세계적 투자은행으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힌 유 총재는 최근 국책은행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 시중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3인방 중 중간에 위치한 강권석 행장은 지장(智將)에 비유된다. 시장을 읽는 능력과 이에 따른 기획력 및 인재활용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국내 은행 최초로 ‘네트워크론’이라는 중소기업 여신시스템을 만들어 낸 것과 중소기업 전문은행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고구려지킴이통장’, ‘독도지킴이통장’ 등 공공성이 강한 개인 수신상품을 출시한 것 등이 강 행장의 기획력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 사례다.

 기업은행은 네트워크론과 공공성이 가미된 수신상품을 통해 중소기업과 개인 고객,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평가는 기업은행 주가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기업은행은 국책은행 중 유일한 거래소상장 은행. 강 행장 취임 당시(2004년 3월) 7800원이었던 주가는 8월10일 현재 1만1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취임 1년5개월 만에 주가를 50% 가량 끌어올린 것.

 취임 2년째를 맞은 신동규 수출입은행장은 강한 추진력으로 맹장(猛將)이라 불린다. 신 행장은 경쟁의식이 강하고 공격적인 업무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해 수출입은행이 창립 이래 사상 최대의 대출실적을 기록한 것도 신 행장의 이 같은 업무 스타일 때문에 가능했다는 지적이다. 행 내에서는 신 행장의 강한 추진력을 놓고 “의욕이 너무 강해 오히려 직원들이 피곤하다”는 일부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수출입은행으로서 공익에 충실하면서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강한 추진력을 가진 신 행장이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올 상반기 사상 최고 순익 경신

 국책은행의 수익성은 이미 시중은행과 맞먹는 수준에 다다랐다. 오히려 기업금융, 자산운용 등 일부 부문에서는 시중은행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올 상반기 1조3000억원의 순익을 올려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시중은행 중 최대 이익을 낸 국민은행(9099억원)보다도 무려 5000억원 가량 많은 수치다. 기업은행도 올 상반기 전년 동기대비(2036억원) 105% 증가한 4224억원의 순익을 기록,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순익으로만 따지면 시중은행 3위인 하나은행(4663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수출입은행도 1179억원에 달하는 순익을 기록, 사상 최초로 1000억원대에 올라섰다.

 국책은행이 이처럼 대규모 순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제도적 지원도 있지만, 은행장들이 ‘국책’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 조직을 개편하고 업무영역을 확대하는 등 내실 다지기에 주력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성과주의 제도 도입. 성과주의 도입은 ‘철밥통’으로 대변되던 국책 은행 내 문화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일례로 기업은행은 지난해부터 성과중심의 책임경영 체제를 단계별로 도입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지역본부장을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실시했고, 행장이 본부장들과 경영이행각서(MOU)를 체결, 경영목표를 직접 관리, 감독하고 있다. 또 영업점장의 호칭도 지점장에서 ‘지행장’으로 변경하는 등 수익 중심의 영업 체제를 만들어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수출입은행도 지난 6월 성과주의 책임경영 체제의 일환으로 신 행장과 본부장들이 ‘경영성과 계약’을 체결했다. ‘경영성과 계약’이란 각 본부장(이사급)이 본부별로 올해의 경영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은행장과 합의하에 계약한 뒤 그 결과에 대해 본부장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으로, 경영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본부장들의 연봉이 달라진다. 신 행장은 또 경영성과 계약 효과가 은행 업무 전반에 실질적으로 파급될 수 있도록 개별 본부장과 부장, 실장, 지점장 사이에도 ‘업무목표 협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산업은행도 직무성과제 및 직위 정원제 등 성과주의 인사제를 시험적으로 채택, 활용하고 있다.

 이에 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성과주의가 도입되면서 내외부적인 경쟁의식이 강화됐고, 이는 곧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파격적인 인사나 연봉제도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직원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변화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3개 국책은행은 지금 혁신 중

 국책은행장들의 최근 최대 과제는 경영혁신이다. 급변하는 금융환경과 ‘뱅크워(Bank War)’로 대변되는 무한경쟁 속에서 국책은행이라는 간판은 더 이상 보호막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책은행장들은 혁신을 통한 조직의 경쟁력 강화와 안정적인 장기 수익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안정적인 장기 수익원 확보는 향후 민영화 초석을 다지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미션으로 부각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 거듭난다는 목표 아래 다양한 혁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 ‘경영혁신지원단’을 독립부서로 발족시킨 데 이어 ‘혁신위원회’와 5개 ‘혁신분과위원회’를 신설하고 ‘혁신리더 및 도우미 제도’를 도입하는 등 경영 전면에 혁신을 내세우고 있다. 산업은행은 내부 혁신과 함께 외부 이미지 개선에도 노력하고 있다. 전국 지점 간판 교체작업이 대표적인 예다. 산업은행은 올 하반기 전국 지점 간판을 ‘한국산업은행’에서 ‘산업은행’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현재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가장 반응이 높은 간판을 선정해 본격적인 교체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간판 교체작업은 과거의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고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다.

 증시 상장으로 어느 정도 국책은행 이미지에서 탈피한 기업은행은 종합금융그룹화를 위한 프로젝트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기업은행이 세계적인 투자은행 쏘시에떼제너럴과 함께 SG기은자산운용사를 설립하고 올 상반기 한국투자증권과 포괄적 업무 제휴를 추진한 것도 소매금융 부문의 업무영역 다각화와 종합금융 그룹화를 위한 포석이다.   

 국책은행 중에서 업무영역이 가장 제한적인 수출입은행은 수출기업 금융지원이라는 현재의 업무영역을 확대하는 데 전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내 지역 거점도시 위주로 지방 영업망을 확충하는 한편 브릭스(BRIC’s) 국가에 사무소 개설 등 해외 영업망도 확대하고 있다. 또 대북경제협력사업 등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류현하 수출입은행 팀장은 “최근 연수원을 리모델링해 ‘인재개발원’으로 새로 개원했으며, 지난 7월부터는 29년 만에 새로운 기업이미지 통합(CI) 작업을 마무리하는 등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수출입은행으로서의 공익 기능을 강화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나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임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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