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의 보장 범위 축소, 의료보험 암 치료비 지급 확대로 생보사의 주력상품이던 암보험이 위기를 맞고 있다. 암 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고액 치료비가 늘어 보험사가 부담하는 손실 규모가 커지고 있으며, 의료보험의 암 치료비 지급 확대로 보험사와 소비자들은 암보험에 대한 설계를 다시 고려해야 할 상황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암환자가 늘어나면서 암보험은 일반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표적인 보험상품으로 자리잡아 왔다. 실제 보험개발원이 발표한 ‘2005 보험 동향’에 따르면 상반기 생명보험 가입자 중 70.4%가 암을 비롯한 질병치료 관련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터넷 보험포털업체인 ‘보험넷’이 보험가입자 9085명을 대상으로 2005년 상반기 보험 가입 트렌드를 조사한 결과, 전체 보험가입자 중 41%(3785명)가 건강보험 상품에 가입,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으며, 이 가운데 암보험은 17%(1550명)를 차지했다.

 가입 형태도 암 진단시 통원비, 입원비, 방사선치료비, 요양비 등 항목별로 보장받을 수 있는 상품 가입고객이 345명인 것에 비해 암 진단만 확정되면 고액의 보험금을 지급받아 실제 치료비를 비롯, 다양한 부대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의 가입자 수가 1205명으로 3.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암보험에 대한 의료보험의 비용 지급 증가로 과연 암보험을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가 하는 논란이 일고 있다. 보험회사들도 그동안 판매해 왔던 암보험이 손해가 높다고 판단, 보장 내용과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낮은 보험료로 보상 범위 넓어 가격 인상 불가피

 지난 2002년 개정된 새로운 경험생명표(용어 설명 참조)와 올 4월 예정이율 변경으로 이미 암보험의 가격은 많이 높아진 상태지만, 비교적 낮은 보험료로 다양한 위험을 보장하는 경우가 많아 추가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암 치료 기술의 발달로 수술비용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고 있어 생보사들은 사망보험금과 진단보험금은 현 상태를 유지하되 수술 등 치료 부분은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생명은 올해 초부터 암보험에서 수술비 보장 부분을 제외했다. 암보험에서 수술비 보장을 제외한 것은 암 수술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들어가 손실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부분 암 수술이 1~2회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보험금 지급에 문제가 없었지만, 최근에는 의료기술이 발달해 암을 발견하는 시기도 빨라지고 여러 번의 수술을 통해 완치가 되기도 한다”며, “이 같은 현실에서 무제한 수술비 지원이 보장되는 암보험의 적극적인 판매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도 수술 1회당 500만원씩 지급하던 암보험 보장을 최근에는 최초 1회 300만원, 2회 이후 60만원으로 조정했다.

 보장 축소에 이어 보험사의 부담을 경감시킨 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신한생명은 지난 3월 말 암보험 판매를 중단하고 ‘마이플랜 하나로보험’ 중에 암보험이 포함된 상품을 선택하면 비슷한 보장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대한생명도 순수보장형 암보험인 ‘사랑 담은 암보험’을 판매 중이다.

 보험사들이 암보험에 대한 리모델링에 들어가고,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암보험에 대한 보장을 크게 강화한 정책을 발표하면서 암보험 무용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9월부터 암환자와 수술을 하는 심장 및 뇌혈관 질환자에 대한 의료보험을 확대 적용하고, 그동안 제한해 온 항암제의 보험 적용을 대폭 늘렸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암환자 진료비 부담은 약 25~30%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항암제의 경우 그간 수술이 불가능한 3기암 이상에만 사용하는 걸로 제한해 왔던 각종 규정들이 대폭 완화돼 식약청 허가사항 범위 안이라면 대부분 보험을 적용받는다.

 복지부는 암 전문의를 중심으로 암진료심의위원회를 구성, 허가 초과 사항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할 예정이다. 또 앞으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계속 강화해서 추진할 계획이며, 집중지원하는 중증질환을 현재 암 등 3개 상병군(常病群)에서 2008년 9~10개 상병군까지 늘려나갈 방침이다. 암의 경우에도 보험 적용을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2007년 이후에는 진료비 부담이 절반 이상 감소할 것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건강보험 특약 귀속 등 암보험 입지 축소 전망  

 이에 따라 벌써부터 보험업계에는 앞으로 암보험이 필요 없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계약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생명보험사(이하 생보사)들은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아직까지 의료보험에서 보장하는 범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암보험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액의 치료비가 드는 질병에 걸릴 경우나 병에 걸렸을 때 치료비 이외 가족이 부담해야 할 생활고 등을 고려하면 민영 건강보험 가입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복지부가 지속적으로 암 치료비에 대한 보장을 강화할 예정이기 때문에 암보험에 대한 수요는 점차 감소할 전망이다.

 치료비 부담이 적어지면서 향후 출시되는 암보험의 보장내용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현재 진단·치료·사망 보상 중심 체계에서 진단과 사망 보장은 강화하고, 치료비와 수술비 보상부분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 저축성 상품의 성격이 강했던 암보험이 점차 보장성 위주로 전환되고, CI보험 등 새로운 건강보험 상품에 암특약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암보험의 비중이 점차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저축성보험이 종신보험의 열풍 속에 쇠퇴했듯이, 새로운 의료보험 체계와 의학의 발달로 생보사들의 주력상품인 암보험이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암보험은 상품 구성이 간단하고 가입율도 높지만 의외로 보험료 절약법을 모르는 계약자가 많다. 꾸준히 보험료는 오르고 있지만 암보험 가입자가 늘고 있어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암보험은 보장이 다양한 종합형 상품과 진단금만 지급하는 진단형 상품으로 나누어진다. 종합형 상품은 진단금이 낮은 대신 수술비, 입원비, 방사선치료비 등 보장이 다양하다고 주장하지만 가입자에겐 실속이 없다. 종합형은 꼭 수술해야만 수술비를 지급하고, 방사선치료를 받아야만 방사선치료비를 지급하며, 입원해야만 입원비를 지급하기 때문에 보상 총액이 줄어드는 데다가 자칫 수술비, 방사선치료비 등의 보장 항목을 활용하려다가 치료 방법이 왜곡될 수도 있다. 똑같은 보험료를 내고 더 많은 보상을 받는 것도 절약법에 해당하므로 암보험은 진단형 상품으로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진단형 상품은 치료 여부를 묻지 않고 암으로 진단되면 보험금을 일시에 지급받을 수 있어서 돈이 많이 드는 식이요법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 뿐더러 통원비, 간병비, 생활비도 충당할 수 있다.

 만약 환급형 상품에 가입할 예정이라면 꼭 만기환급율을 확인해야 한다. 만기환급율이 100%인 보험사가 대부분이지만, 일부 보험사는 50%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만기환급율이 50%인 보험사는 매월 보험료에 두 배를 곱해야만 만기환급율이 100%인 보험사와 동등한 조건으로 보험료가 비교될 수 있다.

 보험료의 절대 금액만 비교하고 만기환급율을 비교하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본다. 암보험의 만기환급금은 대부분 주계약의 보험료에만 적용되고 특약의 보험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특약에 가입해야만 주요 보장을 받는 상품은 만기환급금이 적을 수밖에 없다.

 일부 상품은 주계약에 낮은 금액의 암 진단금을 배치하고 수술비, 입원비, 방사선치료비 등을 특약 형태로 판매된다. 이런 상품을 잘못 선택하면 특약 보험료를 환급받지 못하므로 결국 비싼 보험료를 내게 된다.

박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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