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들어 은행 서비스는 더욱 나빠지는 것 같아요. 합병이다 구조 조정이다 해서 시끄럽더니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는 별로 달라진 것은 없고, 오히려 은행 이용 수수료만 부담스러울 정도로 높아졌습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더니...” 

 지난 2월2일 여의도 국민은행을 찾은 한 중년 고객은 최근 은행 서비스가 과거보다 오히려 질적으로 낮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구조 조정과 금융대전으로 금융권이 안팎으로 시끄럽지만 정작 금융 시장의 작은 주체들인 금융 소비자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는 시중은행들이 주주를 위해 또는 생존을 위해 과거 고객 중심 경영에서 수익 중심 또는 주주 중심 경영으로 탈바꿈하면서 일어나는 부작용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특히 최근 효율화를 위한 은행들의 ‘몸집 줄이기’ 등 침울한 분위기가 잇따르면서 고객들을 대면하는 직원들의 의지나 태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 돈벌이에만 ‘혈안’ 

 국내 은행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이익을 거뒀지만 고객만족도는 바닥권에 머물렀다. 특히 시중 은행들의 평균 고객만족도는 여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의 평균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19개 국내 은행의 지난해 영업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당기 순이익만 8조 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년도 국내 은행 당기 순이익 1조7000억 원의 5배에 달하는 규모다. 또 지금까지 가장 큰 이익을 냈던 지난 2001년의 5조3000억 원보다도 3조 원가량 많은 수치다. 

 이 같은 순익 급증으로 우리금융·신한지주·하나은행 3곳은 연간 순이익이 1조 원을 돌파하는 기업들만 가입하는 ‘트릴리온(Trilliion)클럽’에 올라서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높은 순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부실 여신이 대폭 줄어들고, 주가 상승으로 투자 이익이 느는 등 영업 외적인 부분이 호전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원천적으로는 주요 수익원인 예대 마진이 큰 폭으로 향상되고 각종 수수료 수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현재 국민은행 등 8개 시중 은행들이 돈을 꿔주고 받는 대출 평균 이자율에서 고객이 맡긴 돈에 되돌려주는 예금 평균 이자율을 뺀 예대 금리차가 평균 3.59%포인트로 나타났다. 이는 2003년(3.36%포인트)보다 0.23%포인트 높은 것이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예대 금리차 4.39%포인트로 가장 높았다. 이어 조흥은행과 외환은행이 각각 3.84%포인트와 3.71%포인트로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우리(3.48%포인트), 제일(3.13%포인트), 하나(2.91%포인트), 한미(2.75%포인트), 신한(2.59%포인트) 순으로 조사됐다. 

 시중 은행의 예대 마진이 4%대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3년 3.84%포인트에서 무려 0.55%포인트나 급등한 것이다. 특히 정기예금의 특판 금리마저 3.9%대에 머무는 상태에서 4%대 예대 금리차는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두 차례나 콜금리가 인하됐지만 결국 은행들만 이자 놀이로 배를 불린 꼴이 된 것이다. 

 이처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은행들의 고객만족도는 어떨까? 한마디로 형편없다. 

 한국생산성본부가 조사한 2004년 4분기 국가고객만족지수(NCSI)에 따르면 은행의 고객만족도는 67개 업종 중 37위에 머무는 데 그쳤다. 또 한국능률협회가 조사한 한국산업의 고객만족지수(KCSI)에서는 33개 서비스업종 중 26위에 그쳤다. KCSI에서 은행의 고객만족지수는 47.9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비재(제조업) 산업과 비교할 경우 최하위에 그치는 수준이다. 

 은행이 여타 양판점이나 할인점과는 다르게 소중한 고객의 돈을 다루는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제조업보다 못한 국내 은행들의 서비스 수준은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 금융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금융 서비스에 대한 고객 불만족이 최근 들어 더욱 높아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은행권의 고객만족도는 2000년 이후 내리막길을 걷다 2003년 잠시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지만 지난해 다시 크게 하락했다. 

 이처럼 은행들의 고객만족도가 바닥 수준임에도 신한은행 등 일부 은행들은 자사가 고객만족도 1위를 했다는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도토리 키재기식으로 1위를 한 것을 은행 홍보와 마케팅으로 사용한 것. 

 한국능률협회가 발표한 2004년 각 은행의 고객만족도를 살펴보면 하나은행 52.9, 신한은행 51.6, 농협 50 등이다. 외환 우리 국민 제일 기업 조흥 한미 등은 50점 이하였다. 특히 국내 최대 은행이라는 국민은행은 45.5를 기록했다. 이는 현재는 물론 과거 2000년 산업 전체 평균 고객만족도에도 못 미치는 극히 미진한 수치다. 

 이에 금융권 관계자는 “실상 은행의 고객만족도가 여타 제조업보다 낮게 나온 것은 이례적인 것이 아니다”며 “고객만족도 1위를 광고하는 은행들이야 은행 업종 내에서 1위 한 것만을 홍보하는 것이고, 고객들이야 그냥 ‘아 1위 했구나’ 하지 누가 여타 업종과 비교할 줄 알겠냐”고 설명했다.



 “금융대전에 소비자만 피해자” 

 은행의 고객만족도는 현재 보험사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지난 1998년~2001년 당시에는 금융권 맏형인 은행의 고객만족도가 1위였지만 이후 생명보험사에 이어 지난 2003년 이후에는 손해보험사에마저 뒤지고 만다. 

 한국능률협회 김태량 팀장은 “지난 2001년부터 은행권에 합병과 구조 조정 등이 진행되면서 고객만족도가 2년 연속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전년에 비해 2004년 은행의 고객만족도가 낮아진 것은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도 은행들이 금융대전을 위해 구조 조정을 본격화하고 수익사업에 주력하면서 금융 소비자들만 또 다시 피해를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은행들이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수익 기여도가 높은 VIP 고객들에게만 보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객 간 이질감과 반목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이 같은 고객 차별화 정책이 그대로 고객만족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지난 2003년 하반기부터 계좌 이체 자동화기가 등 각종 수수료를 무더기로 올렸다. 과거 무료 또는 몇 백 원에 이용했던 은행 서비스가 새로운 수수료 기준이 생겨나고 기존 수수료보다 많게는 30배 이상 높아지면서 은행을 자주 드나드는 고객들의 지갑만 얇아지게 된 것. 특히 은행들이 수익 기여도가 높은 VIP 고객들에게는 수수료를 받지 않은 차별화 정책을 펼치면서 서민들만 수수료 손실을 입는 상황이다. 

 은행들이 수수료를 이용해 고객들의 푼돈을 얼마나 거둬들였는가는 수수료 수입 비중이 얼마나 늘었느냐로 여실히 드러난다. 시중 은행 8곳의 전체 영업 이익에서 수수료 수입 비중(지난 2004년 9월 말 기준)은 35.6%(2조6000억 원)를 차지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8%(4000억 원)나 늘어난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생산성본부 최현국 연구원은 “은행의 고객만족도가 여타 업종보다 매우 낮은 편”이라며 “인적 응대 서비스 자동화 시스템(효율화) 등은 질적으로 개선됐지만 수수료 인상 등 여러 원인이 대다수 고객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량 팀장도 “최근 은행들이 외국계와의 경쟁 등을 위해 또 다시 대규모 구조 조정을 진행하고 수수료 수익에 치중하고 수익 기여도가 높은 고객 중심으로 영업을 하면서 금융 소비자들의 인식이 하락하고 있다”며 “은행들의 경영 방침도 이해가 가지만 현 고객 인식에는 문제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은행마다 CS부서를 두고 직원 교육 등 고객 서비스를 위해 매년 수십억 원을 사용하지만 고객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오히려 역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은행들이 수익 기여도가 높은 고객들에 대해 서비스를 집중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김태량 팀장은 “고객만족도 조사는 은행을 이용하는 보편적 고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현실적인 부분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며 “은행들이 수익 기여도가 높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집중 마케팅을 벌이고 있지만 그 고객 수는 전체 고객 수의 10% 미만으로 극히 미미한 반면 나머지 90%는 일반 고객이기 때문에 대중적인 고객만족도 조사는 나쁘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행권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는 나오고 있지만 현실에 막힌 상태다. 실례로 최근 국민은행은 자사의 고객만족도나 서비스 수준을 감안해 올해에는 고객의 수익 기여도를 따지기보다는 모든 고객에 대해 적극적인 밀착 경영을 실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씨티은행나 SCB 등 국내외 은행 간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경우 또 다시 수익 중심의 경영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이에 시중 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 중심 경영이 화두가 되고 있고 이를 위한 방편으로 수수료 수익 극대화, 수익 기여도가 높은 VIP 고객 유치 등에 모든 은행이 열을 올리고 있다”며 “어떤 은행장이라고 모든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해주고 싶지 않겠냐마는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고 자조 섞인 말을 했다. 

 

  “고객들 다 떠나면 무슨 소용” 

  이처럼 시중 은행들이 고객보다는 수익 중심 경영을 펼치는 것에 대해 금융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위험한 도박을 펼치고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특히 외국계와 금융대전을 준비하는 상황에서는 고객 중심 경영은 필수적인 요소라는 지적이다. 말로만 떠드는 고객 중심 경영보다는 실질적으로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개선 및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충고다.

 이에 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고객들이 다 떠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하물며 일반 제조 상품도 아닌 고객의 소중한 자산을 다루는 금융기관의 고객만족도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선진화된 금융 시장에서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실리를 위주로 하는 외국계 은행의 경우 고객 서비스 측면에서도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국생산성본부가 지난 2004년 조사한 국가고객만족지수에 따르면 최근 한미은행을 인수해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선 씨티은행의 고객만족도는 75점으로 여타 국내 금융기관보다도 훨씬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은행의 국가고객만족도가 69점인 것에 비하면 큰 격차이다. 또 국내 금융기관 중 최고의 점수를 받은 삼성생명보다도 3점이나 높다.

 이에 외국계 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고객 서비스면에서 국내 은행과 외국계 은행 간 차이는 크게 없다”면서도 “다만 외국계 은행의 경우 서비스 비용이 비싼 만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고객 서비스는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따라서 금융 전문가들은 국내 시중 은행들의 고객 서비스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같은 서비스로도 외국계와 다른 비난을 받는 것은 그만큼 서비스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능률협회 김태량 팀장은 “금융기관은 업종 특성상 고객의 서비스 민감도가 아주 예민하고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높은 고객만족도를 얻는다는 것이 힘들다”며 “하지만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서비스되느냐 혹은 얼마나 비용을 제시하느냐 등 고객 관점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기대 이상의 만족도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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