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주식시장은 금리와 환율이라는 두 가지 거시경제 변수를 중심으로 들여다보면 훨씬 이해하기 쉽다. 전체적인 주가 흐름은 이 두 가지 변수에 따라 큰 물줄기가 정해질 전망이다. 주가의 큰 흐름을 가늠한 후에는 배당주와 경기 침체 속에서도 시장 지배력을 키워 가고 있는 주식들을 골라 저금리 시대를 헤쳐 나가 보자.

 2005년 국내 경제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뚜렷한 낙관론을 찾기 힘든 상태다. 먼저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하락(원화 평가 절상)으로 인한 수출 둔화 조짐이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두 차례의 기습적인 금리 인하로 인해 콜금리(금융기관 간 초단기 금리) 목표치는 3.25%까지 크게 낮아졌지만 내수 경기는 꿈쩍도 하지 않고 사상 최악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만만치 않은 국내 경제 상황

 환율 하락은 전통적으로 주가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의 산업 구조를 감안하면, 원-달러 환율이 떨어져 달러 표시 수출 제품의 가격이 올라가면 수출 기업들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주요 기업들의 영업 이익이 7~8%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금리 인하는 경제 교과서에서 보면 주식시장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주식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 비용이 그만큼 줄어드는 데다, 금리 인하로 인한 경기 부양 효과가 주가에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4년 8월의 금리 인하 때 급등했던 국내 주가는 같은 해 11월 금리 인하에는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삼성증권 임춘수 상무(리서치 헤드)는 “금리 인하가 경기 부양을 통해 주가 상승으로 연결되는 고리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며 “2004년 8월의 주가 급등은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를 확인한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뿐, 실제적인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났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결국 최근 들어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환율과 금리의 움직임을 종합해 보면 올해 주가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제적인 환율과 금리는 우호적 효과 기대

 그러나 환율과 금리를 국제적인 범위로 넓혀서 생각하면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은 국제적인 달러화 약세 현상의 한국판에 지나지 않는다. 재정 적자와 무역 수지 적자라는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 경제가 처방으로 받아든 게 바로 달러화 약세다. 달러화가 다른 통화에 비해 약세를 보일 경우 미국의 수입이 줄고, 수출은 늘어 무역 수지 적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원화뿐 아니라 엔화나 유로화도 급격하게 평가 절상(환율 하락)됐다는 점이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했지만 미국이라는 수출시장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일본이나 유럽 각국도 한국과 똑같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물론 가장 강력한 라이벌 중 하나인 중국이 고정 환율제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하락의 충격이 전혀 없을 수는 없지만, 원-달러 환율 하락의 충격은 올해에는 지난해처럼 크지 않을 전망이다. 2004년 4분기의 환율 하락 충격은 다분히 한국 정부의 ‘환방어’에 대한 후유증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금리의 경우 미국이 경기 상황을 보아가며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 금리 인하는 주가에 유리하게, 금리 인상은 주가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미국 주가가 금리 인상 여파로 부진할 경우 두 가지 흐름을 예상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주가가 부진할 것으로 보이는 미국 주식시장에서 돈을 빼서 아시아를 비롯한 다른 나라의 주식을 사는 것이 첫 번째로 예상할 수 있는 움직임이다. 그러나 미국 주식시장이 부진해지면서 아예 주식 투자에 대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돈을 주식에서 빼서 채권이나 다른 투자 대상으로 옮겨 타는 흐름도 두 번째 움직임으로 예상할 수 있다. 전문가에 따라 견해가 다르지만 미국 역시 2000년 이후 10차례가 넘는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저금리로 인한 주식시장의 매력이 아직 살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첫 번째 움직임이 더 강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결국 국제적인 범위에서 환율과 금리의 영향은 국내 주식시장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기금 등 국내 기관의 움직임에 주목

 금리와 환율로 들여다본 전체적인 주가 흐름에 대한 종합적인 결론은 결국 뚜렷한 방향을 정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 하락의 충격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금리 인하와 미국 금리 인상이 어떤 조합을 이뤄내면서 국내 주가에 영향을 미칠지는 명확한 결론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올해에는 전통의 강자인 외국인 투자자보다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주식시장 내 비중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달러화 약세로 인해 달러화 표시 자산(미국 주식)을 팔고, 비달러화 표시 자산(예를 들어 한국 주식)을 사들일 경우 지난 2002년 5월 이후 나타났던 ‘바이 아시아’(아시아 주식 사들이기) 현상이 재현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 그러나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예를 보면 달러화 약세가 외국인 매수세로 이어지는 상관관계가 뚜렷하지 않다”며 “그보다는 글로벌 IT(정보기술) 경기의 하락과 이미 40%(시가 총액 기준)를 넘어서 포화 상태에 가까운 외국인 비중으로 인해 외국인들이 관망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반면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제기돼 온 연기금 주식 투자 제한 철폐와 저금리로 인한 자산 운용의 어려움 등의 영향으로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주식에 대한 관심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단기 투자에 치우쳤던 개인 투자자들이 적립식 펀드 등 장기 투자 상품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주가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배당 투자와 가치 투자로 대응하라

 결국 주식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투자할 만한 기업의 주식을 사서 장기간 보유한다는 교과서적 원칙론을 들먹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투자할 만한 기업의 기준이 비교적 상세하게 제시되고 있다.

  우선 배당 수익률이 높은 배당주들이다. 최근의 저금리 기조와 기업들의 배당 성향(순이익 중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지표 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 수준까지 배당 수익률이 높아진 기업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폭발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깔 경우, 고배당 주식을 연초 배당락(배당금의 가치만큼 인위적으로 주가를 낮추는 것) 직후 사들여 장기 보유하는 전략을 고려할 만하다.

  배당으로만 성이 차지 않는 투자자라면 결국 좋은 실적을 내고 있지만 주가는 아직 덜 오른 우량 기업에 투자하는 길밖에 없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도 꾸준히 매출이 늘고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 되는 기업들에 주목하자. 시장 지배력을 가진 기업은 불황 속에서도 좋은 실적을 내는 경우가 많고, 오히려 어려운 시기를 기회로 삼아 더욱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경우도 많다. 특히 올해 경기가 지난해보다 더 이상 나빠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이라면 경기 회복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통이나 통신 등 경기 민감주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한윤재 조선일보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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