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의 성공적인 토착화는 하 행장의 역할에 달려있다.
그는 금융 전문가로 검증됐다는 평가도 받고 있지만,
앞에 놓인 장애물도 만만치 않다.
"시장 점유율 10% 이상

  끌어올릴 자신 있다”



 한
국씨티은행의 첫 사령탑을 맡은 하영구(河永求·51) 은행장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나섰다. 세계 최대의 금융그룹인 씨티그룹의 장점을 최대한 도입, 국내 금융시장에 뿌리를 내리겠다는 것이다.

 글로벌화와 토착화를 동시에 이루기 위한 첫 발판으로 하 행장은 현재 6~7%에 불과한 한국씨티은행의 시장 점유율을 빠른 시일 내에 1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하 행장은 지난 11월1일 조선호텔에서 가진 공식 출범 기념 기자회견에서 “한국씨티은행으로 합병되기 이전 한미은행과 씨티은행 서울지점은 한국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니치 플레이어’에 불과했다”며 “이젠 당당한 ‘메이저 플레이어’가 돼야 하고, 이를 위해선 시장 점유율을 최소 1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10% 점유율’을 채우기 위해 하 행장은 한국씨티은행의 합병 주체인 한미은행과 씨티그룹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즉 한미은행의 튼튼한 국내 영업 기반에 씨티그룹의 세계 최고 수준의 금융 서비스를 결합, 한국의 개인 고객과 기업에 새로운 형태의 수준 높은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하 행장의 계획이다.

또한 토착화를 위해 하 행장은 ‘기업시민’으로서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과 봉사에도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 행장이 시장 확대 전략을 공식화함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은행들 간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뱅크워즈(은행들의 전쟁)는 이미 국내 주요 은행장들의 입을 통해 예고되고 있다. “은행들의 전쟁이 시작됐다”(국민은행 강정원 행장), “내년에는 우리은행과 국민, 한국씨티, 신한, 하나은행이 제대로 한판 붙어볼 때가 됐다”(우리은행 황영기 행장), “한국씨티은행의 공격적 마케팅이 힘든 (은행) 영업 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고, 우리는 이에 대응해야 한다”(신한은행 신상훈 행장)는 주요 은행장들의 잇따른 경고 발언이 그것이다.

 국내 메이저 은행들이 한국씨티은행의 출범에 대해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한국씨티은행의 뒤에 버티고 있는 ‘씨티그룹’ 때문이다. 씨티그룹은 전 세계적으로 100여 개가 넘는 국가에서 2억 개가 넘는 고객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말 그대로 세계 최고의 금융그룹이다. 일반 소비자와 기업·정부·금융기관을 상대로 신용 서비스·기업 금융·투자 금융·보험·증권 중개업·자산 관리까지 다양한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 씨티그룹이 3조원이란 거액을 들여 한미은행을 사들인 것이다.

 하 행장은 “씨티그룹이 이만한 자금을 들여 전국적 영업망을 갖춘 시중은행을 인수한 것은 아시아에선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씨티그룹이 한국 금융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으며, 따라서 한국씨티은행은 성장 위주의 영업을 펼쳐 나갈 것이란 게 하 행장의 설명이다. 금융권에서는 특히 이번 씨티그룹의 한국 진출이 장차 세계 금융시장의 지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거대시장인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을 앞두고 벌어지는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씨티그룹은 이미 국내에 한국씨티은행 이외에도 CGMK(씨티그룹 글로벌 마켓 코리아) 증 권사, 리스사인 씨티리스, 여신 전문회사인 씨티파이낸셜 등을 진출시킨 상태이다.

 그렇다면 뱅크워즈에서 한국씨티은행을 지휘할 하영구 행장은 어떤 사람인가? 그는 대표적인 ‘외국계 은행’ 출신이다.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하 행장은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에서 MBA를 마친 직후인 1981년 씨티은행의 서울지점에 입사했다. 그는 2001년 한미은행으로 자리를 옮기기 직전까지 20년 동안 씨티은행 서울지점에서만 근무했다. 씨티은행 서울지점에서 하 행장은 자금담당 총괄이사, 투자금융그룹 대표, 기업금융그룹 대표 등을 거쳤다. 말 그대로 승승장구였다. 하 행장은 98년 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그룹 대표로 임명된 것을 계기로 국내 금융계에 본격적으로 데뷔했다. 그 전까지 씨티은행은 67년 한국에서 영업을 시작한 이래 31년 동안 단 한 번도 한국인에게 영업의 양대 축인 기업 금융과 소비자 금융의 최고 책임자 자리를 맡긴 적이 없었다. 그만큼 하 행장의 승진은 씨티은행 내에서는 파격적이었다.

 그러나 3년 뒤인 2001년, 하 행장은 다시 한 번 파격(破格)을 이끌어 냈다. 국내 유수의 은행 중 한 곳인 한미은행의 사령탑을 맡게 된 것이다. 당시 하 행장의 나이는 48세. 금융권 최초로 40대 은행장 시대를 연 것이다. 다시 3년 뒤, 하 행장은 한미은행과 친정인 씨티은행 한국지점의 합병으로 탄생한 한국씨티은행의 사령탑으로 돌아왔다. ‘씨티’라는 세계적 브랜드와 자산 규모 66조원에 직원 4100여 명을 거느린 국내 5위 은행의 미래를 책임지게 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전략가로서의 냉철한 판단력, 목표한 일을 이루기 위한 남다른 추진력, 몸에 밴 끈기와 부지런함이 하 행장의 장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우리은행의 황영기 행장은 공개석상에서 금융 전문가 육성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하영구 행장의 예를 들어 “씨티가 요구하는 정신과 전문성, 그리고 실력에서 검증된 인물”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 행장 앞에 놓인 장애물들 역시 만만치 않다.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는 한미은행과 씨티은행 서울지점 간의 원만하고도 완벽한 합병이다. 올해 초 씨티그룹이 한미은행 인수를 발표한 이래 외형적 통합까지 걸린 시간은 8개월여에 불과했다. 시스템과 전산 작업 등에 대한 통합 작업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하 행장은 “시스템 등에 대한 일반적인 통합 완료 시기는 내년 8월을 목표로 하고 있고, 카드 관련 전산 통합은 내년 11월에 마무리 짓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완벽한 인적 통합까지는 얼마나 시간이 소요될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 행장 스스로도 “통합 후 빠른 시간 내에 두 은행 직원들의 완전한 화학적 통합을 통해 수익면에서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하 행장은 행장 리더십의 핵심으로 합리성, 빠른 의사 결정과 강력한 업무 추진, 통합 후 조직과 직원의 화학적 결합을 꼽았다. 하 행장은 현재 가능한 많은 직원과 직접 대화를 하기 위해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점심·저녁 식사를 직원들과 하고 있으며, 지점 직원들과의 대화를 위해 전국을 순회하며 저녁 미팅을 하고 있다.

 LG투자증권 조병문 연구원은 “한국씨티은행이 뱅크워즈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토착화가 관건이고, 성공적인 토착화는 하 행장이 초대 행장으로서의 역할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수행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결국 2005년에 벌어질 뱅크워즈 승패의 키는 하 행장이 쥐고 있다”고 분석했다.

송동훈 조선일보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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