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4일 대신증권은 9월17일 폐암으로 유명을 달리한 고 양회문 회장을 대신해 양 회장의 부인 이어룡(51)씨를 신임 회장으로 전격 선임했다.

 이 회장의 취임을 두고 전격이란 표현을 쓰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대신증권이 이날 오후 3시 긴급 이사회를 통해 이어룡씨를 회장으로 선임하고, 4시에 취임식을 가졌던 것이다. 이 때문에 보통의 경우 홍보실에서 신임 회장의 약력 등을 마련해 놓는 등 취임과 관련된 의전적인 준비를 해 놓는데, 대신증권 홍보실은 회장의 이력서조차 준비하지 못했다.

 증권가에서도 이어룡 회장의 취임에 대해 뜻밖이란 반응을 보였다. 대신증권의 경우 양 전 회장의 30년 지기인 김대송 사장 중심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7년째 구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창업주인 양재봉 명예회장이 생존해 있기 때문에 굳이 신임 회장을 선임할 이유가 없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이어룡씨를 회장 자리로 급박하게 올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에 대해 업계에서는 두 가지 정도로 추론하고 있다. 하나는 M&A설에 대한 조기 진화다. 양회문 회장이 사망하며 일부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대신증권에 대한 M&A설이 흘러나왔다. 대신증권이 그룹사 계열의 회사가 아닌 독립 증권사라는 것, 그리고 최대주주와 종업원 지분이 낮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또 다른 분석은 고 정몽헌 회장 사후 친인척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던 현대그룹 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것. 고 양회문 회장은 4남4녀 중 차남이다. 하지만 고 양 회장의 형제들은 대신증권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 큰형인 회천씨는 전 광주방송 회장을 지냈고, 동생들인 용호씨와 정현씨는 대신개발금융과 대신정보통신을 경영하고 있다. 이렇듯 창업주인 양재봉 명예회장이 계열 분리를 일찍부터 단행했기 때문에 형제들 사이에는 잡음이 발생할 요소가 없다고 한다. 단지 양 명예회장의 사위들이 대신증권 계열사 사장으로 있다는 점이 껄끄러운 부분이다.

 한편 위와 같은 분석에 대해 대신증권 측에서는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하고 있다. 고 양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8.25%, 우리사주 3.56%, 자사주 6.19%, 계열사 지분 1% 등 공식적인 우호 지분이 22%이고, 여기에 5% 미만이어서 공시할 필요가 없지만 언제든지 자신들의 손을 들어줄 지분이 있기 때문에 M&A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서도 계열 분리가 오래전부터 돼 있던 상황이기 때문에 가족간 분쟁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이어룡 회장은 업계에서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남편 양회문 회장 생존에는 사회활동을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신증권 측에서는 이 회장에 대해 “충북 괴산 출신으로 소탈하고 강단이 있으며 계수에도 밝다”는 정도만 밝히고 있다. 출신학교도 알려지지 않을 정도로 이 회장은 회사와 담을 쌓으며 살았었다고.

 그렇기에 이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해 불안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대신증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어룡 회장의 선임은 양회문 회장 건강이 악화될 때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일이다”라며 “이어룡 회장은 30년 가까이 양 회장을 내조하면서 증권업에 대한 안목을 쌓았고 양 회장 사후에 대비해 최근 3년 동안 집중적인 경영수업을 받아 왔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대신증권이 김대송 사장을 중심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한 데다 시아버지이자 창업자인 양재봉 명예회장이 살아 있어 이 회장의 입지가 밖에서 보는 것보다 단단하다는 게 대신 측의 말이다.

 취임사에서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대신증권의 전통과 명예를 지키고 한 단계 더 발전시키겠다”고 밝힌 이어룡 회장은 취임 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경영에 간섭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현안에 대한 보고는 착실히 받고 있다고 한다.

 이어룡 회장은 고 양 회장과의 사이에 딸 정연(26), 아들 홍석(23), 홍준(21)씨의 1녀 2남을 두고 있다.

최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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