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일본 연기금과 세계 최대 재보험사 스위스리도 ESG 투자 계획을 밝혔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딩룸. <사진 : 블룸버그>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일본 연기금과 세계 최대 재보험사 스위스리도 ESG 투자 계획을 밝혔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딩룸. <사진 : 블룸버그>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정부투자연기금(GPIF)은 지난 6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3개 ‘ESG 인덱스’를 선택해 1조엔(약 1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카하시 노리히로(高橋則廣) GPIF 사장은 “이번 결정을 시작으로 GPIF가 앞으로 ESG 인덱스에 투자하는 금액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달 세계 최대 재보험사 ‘스위스리’도 ESG 인덱스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구이도 퓌러(Guido Fürer) 스위스리 최고투자책임자는 “ESG 투자는 좋은 일을 하려는 것만이 아니라 투자 수익을 높이려는 경제적인 접근”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 다하면 재무 성과 개선”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드는 이른바 ‘착한 기업’에 투자하는 ‘ESG 투자’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관련 펀드에 유입된 자금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지속가능투자연합(GSIA)는 ESG 관련 투자가 2016년 104억달러(약 11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글로벌 투자 회사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15년 ESG 투자에 집중하는 자산운용사 ‘임프린트 캐피털 어드바이저’를 인수했고, 블랙록과 피델리티는 ESG 투자를 위한 상품을 출시했다.

투자자들이 ESG에 주목하는 이유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투자했을 때 그러지 않은 기업에 투자한 것보다 성과가 좋다는 근거가 계속 축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옥스퍼드대는 2014년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영 관행과 경제적 성과 사이에 주목할 만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환경과 사회 책임, 지배구조 부문 지표가 우수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운영 성과가 좋았고 이는 기업의 현금 흐름 개선으로 이어졌다. 기업의 ESG 실천은 투자 성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지속 가능성을 위한 기업의 노력은 수익성과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고 결론지었다.

ESG 전략이 비교적 높은 수익을 내는 것은 주요 지수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FTSE러셀은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기업과 수처리 기술을 보유한 업체, 기타 친환경 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을 분류해 각각의 지수를 설정했는데, 이 지수의 투자 수익률이 모두 FTSE 글로벌 지수보다 높았다.

ESG 투자 수익률이 높은 추세는 특히 신흥국에서 두드러진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투자 성과를 보면, ‘MSCI 신흥국 ESG’ 지수가 ‘MSCI 신흥국’ 지수를 크게 앞섰다. 2007년 지수를 100으로 봤을 때 올해 MSCI 신흥국 지수는 105 수준에 그쳤지만, MSCI 신흥국 ESG 지수는 150을 넘어 상승 폭이 훨씬 컸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회장은 “혁신적인 기술을 배치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데 집중하는 기업은 장기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며 ESG 투자 성과가 좋은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의 가치는 2050년까지 연간 3조~10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주요 펀드들 ESG 전략 사용해 자산 배분

ESG 투자는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계 투자운용 회사인 마누라이프자산운용의 ESG 본부장 에밀리 추는 “정부 정책과 인력, 지배구조 감시, 실행 보고서 등을 포함한 투자 인프라가 ESG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ESG 투자는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FTSE러셀 지속가능투자부문 책임자인 로리 설리번 역시 “세계적인 주요 펀드들이 대규모 자산을 배분하는 데 ESG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이 지수가 질적으로 중요한 변화를 맞고 있는 증거”라며 “2017년은 ESG 투자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시기”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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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환경(Environmental), 사회 책임(Social), 지배 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평가하는 기준이다.
MSCI 미국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이 산출하는 세계 주가지수. 지수는 크게 선진시장, 신흥시장으로 나누고 업종이나 테마별로도 분류한다. 이 중에는 사회적 책임 지수가 높은 417개 기업이 포함된 ‘MSCI 신흥국 ESG’ 지수도 있다.
FTSE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와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가 공동 산출하는 세계 주가지수로, MSCI와 함께 세계 2대 투자지수로 불린다. 시장 규모와 수준에 따라 선진 지수, 신흥 지수 등으로 분류된다. FTSE도 친환경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테마별로 분류해 ‘FTSE 환경적 기회 지수’를 별도로 발표하고 있다.

Plus Point

“ESG 투자 붐은 저유가 착시효과”

미국 캔자스에 있는 원유 시추 설비. <사진 : 블룸버그>
미국 캔자스에 있는 원유 시추 설비. <사진 : 블룸버그>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많은 자금이 유입되고 있지만 모든 투자자가 ESG 투자에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비판론자들은 ESG 투자 확산 추세가 원자재 가격 하락과 낮은 유가에 따른 반사이익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유가 하락으로 엑손모빌, BP, 셰브론 등 전통적인 에너지 사업을 하는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의 투자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아보이지만 유가가 상승하면 이런 투자 붐은 자연스럽게 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각국 정부가 파리기후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친환경 분야에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ESG 분야에 일시적으로 투자 금액이 쏠린 것이라고 분석한다.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중단되면 ESG 투자 수익률이 다시 낮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전반으로 이어지기보다는 환경적인 이슈에 지나치게 매몰돼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ESG 투자에 대해 회의론이 나오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ESG 투자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하기 위한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2006년 도입된 UN ‘책임 투자 헌장’에 뱅가드 그룹, 피델리티 투자 등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