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7개국에 진출한 맥쿼리그룹은 인프라 투자라는 틈새시장을 개척해 성장했다. 호주 시드니에 있는 맥쿼리 본사. <사진 : 블룸버그>
세계 27개국에 진출한 맥쿼리그룹은 인프라 투자라는 틈새시장을 개척해 성장했다. 호주 시드니에 있는 맥쿼리 본사. <사진 : 블룸버그>

호주 최대 금융그룹 맥쿼리그룹(맥쿼리) 주가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호주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맥쿼리 주가는 11월 1일 99호주달러를 넘으며 2007년 5월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앞서 발표된 실적이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올해 상반기(4~9월) 맥쿼리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증가한 12억4000만호주달러(약 1조원)를 기록했다. 최근 실적도 투자 심리에 긍정적이었지만, 주가 상승을 이끈 더 큰 요인은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였다. 니콜라스 무어 맥쿼리 회장은 “우리는 다양한 자산에 대해 강력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고 높은 전문성도 갖추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우수한 실적을 달성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이익의 33%가 인프라 관련 사업에서 나와

많은 투자자가 맥쿼리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맥쿼리가 강점을 가진 사업 중심으로 탄탄한 이익 창출 구조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맥쿼리는 골드만삭스·시티·모건스탠리 등 다른 글로벌 투자은행(IB)과 비교하면 IB의 주업이라고 여겨지는 글로벌 인수·합병(M&A) 자문과 주식 인수 주선 사업 분야의 경쟁력이 높지 않다. 맥쿼리 전체 순이익에서 주식·채권·외환·원자재 등 증권 업무와 기업공개(IPO)·M&A 자문 등 자본시장 업무는 30%에 불과하다.

반면 각국 인프라 운영과 부동산·에너지 같은 실물 자산을 관리하는 사업을 통해 얻는 이익이 전체 이익의 33%를 차지하고 있다. 전통적 IB 사업을 축소하고 경쟁력을 확보해 안정적인 이익 창출이 가능한 분야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한 결과다.

사업 구조 재편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2013년 8억5100만호주달러였던 맥쿼리 순이익은 2015년 20억호주달러를 넘은 이후 지난해 22억1700만호주달러(약 1조9000억원)를 기록했다. 최근 몇 년간 다른 대형 IB의 실적이 부진했던 것과 비교하면 맥쿼리의 이익 증가세는 더 눈에 띈다.

맥쿼리가 경쟁사들이 주목하지 않은 틈새시장에 눈을 돌린 것은 1990년대부터다. 1969년 설립된 맥쿼리는 잇따라 금융사를 인수해 몸집을 불렸다. 1980년대까지는 맥쿼리도 자산관리 사업에서 주로 수익을 얻었는데, 1990년대 들어 인프라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991년 호주 최대의 인프라 프로젝트였던 ‘로이 양 B’ 발전소 인수 과정에 자문사로 참여하면서 시장의 잠재력을 본 것이다. 당시 재정난에 시달리던 호주 정부가 상당 규모의 인프라 프로젝트를 민영화한 것도 맥쿼리가 사업 구조를 바꾼 계기가 됐다.

당시 맥쿼리는 정부로부터 도로·공항 등 공공자산을 인수했다. 그리고 인프라 시설을 운영하면서 통행료·사용료를 받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산을 공개 매각하는 방식으로 추가 수익을 얻었다. 맥쿼리는 운영과 매각 수익뿐 아니라 자문·리파이낸싱·성과보수 등을 통해서도 수익을 얻는다. 이 사업 방식은 ‘맥쿼리 모델’로 유명해졌고, 최근에는 글로벌 IB가 맥쿼리 모델을 차용해 인프라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맥쿼리는 본거지인 호주를 중심으로 인프라 수요가 높은 아시아 시장에 진출해 사업을 확장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일본·홍콩·싱가포르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아시아 시장에서 쌓은 경력이 미국·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발판이 됐다. 맥쿼리가 인프라 사업을 위해 세운 맥쿼리인프라스트럭처앤드리얼어셋(MIRA)은 세계 27개국에서 공항·도로·철도·발전소·부동산 등 110개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과 벨기에 브뤼셀 공항을 비롯해 프랑스의 파리∼랭∼론 고속도로(APRR), 미국 버지니아 덜레스 그린웨이를 맥쿼리가 운영한다.


공항 이용료 인상 등 지나친 수익 추구 ‘비판’

하지만 맥쿼리의 성장 전략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맥쿼리가 인프라 투자로 이익을 얻기 위해 운영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인프라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시드니 공항이다. 호주 정부가 추진한 민영화 정책으로 맥쿼리는 2002년 호주 최대 공항인 시드니 공항을 인수해 운영했다. 맥쿼리는 항공사와 공항 이용객들로부터 각종 이용료를 받으며 운영 수익을 챙겼다. 이 과정에서 맥쿼리는 각종 편의 시설을 줄이는 한편 주차비 등 공항 이용료를 대폭 인상했다. 맥쿼리의 수익이 커지는 대신 인프라를 이용하는 사용자의 편익이 줄어든 셈이다. 일부 언론은 이렇게 얻은 이익을 기반으로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막대한 부(富)를 누리는 것을 비꼬아 맥쿼리를 ‘백만장자 제조공장(Millionaires Factory)’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Plus Point

맥쿼리의 가장 큰 시장은 한국

맥쿼리인프라가 운영하는 서울 우면산터널. <사진 : 연합뉴스>
맥쿼리인프라가 운영하는 서울 우면산터널. <사진 : 연합뉴스>

맥쿼리그룹이 한국시장에 진출한 것은 2000년부터다. 그룹에서 인프라 투자를 총괄하는 맥쿼리인프라스트럭처앤드리얼에셋은 한국에 투자를 총괄할 맥쿼리자산운용을 설립하고 인프라전문 펀드인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맥쿼리인프라)를 만들었다. 맥쿼리자산운용과 맥쿼리인프라 등이 국내에 보유한 자산은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와 우면산터널, 인천대교, 서울~춘천 고속도로, 부산신항(2~3단계) 등 총 33개에 이른다. 맥쿼리가 진출한 27개국 가운데 가장 많은 인프라 자산(사업 수 기준)을 보유한 국가는 한국으로, 맥쿼리의 주요 시장으로 꼽는 미국·중국보다 훨씬 많다. 맥쿼리는 최근 사모펀드와 자기자본 투자를 통해 폐기물 처리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특히 맥쿼리인프라는 공모를 통해 펀드를 조성하고, 그 돈으로 인프라 운영권을 매입하는데, 대부분 사업 공사가 마무리되고 예상 수익이 모두 정해진 인프라 자산을 인수한다. 맥쿼리인프라가 조성한 펀드 투자자의 80~90%는 한국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맥쿼리인프라는 지난 1년간 11%의 수익률을 올렸고 최근 5년간 평균 수익률이 9%에 이른다.

하지만 맥쿼리인프라가 보유한 자산 대부분이 운영 적자가 나도 정부나 지방정부가 적자를 보전해주는 사업이라 맥쿼리인프라가 부당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 지하철 9호선에 투자했던 맥쿼리인프라가 서울시로부터 쫓겨나듯 투자에서 발을 뺀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맥쿼리인프라는 민자사업은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지만 예산이 부족한 경우 추진되는 것으로, 맥쿼리는 자금을 공급해 사회 기반시설을 구축하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