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왼쪽) 한국은행 총재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 : 조선일보 DB·블룸버그>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20일 열릴 예정인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5~1.75%로 올릴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최고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게 된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1.5%다.

돈은 금리가 높은 곳으로 움직이는 게 기본이다. 기준금리 역전이 일어나면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의 투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더해 환율이 요동치고, 시중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다.


예금금리 안 올라도 대출금리는 올라

주택담보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와 우대금리가 더해지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이때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가 아니라 각 은행이 대출금리의 기준으로 삼는 금리를 말한다. 주택담보 대출 고정금리 상품의 기준금리는 금융채 5년물(AAA) 금리를 보고, 변동금리 상품의 기준금리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본다.

문제는 금융채 5년물 금리나 코픽스 같은 시장금리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미국 국채금리가 덩달아 오르게 되는데, 국내 시장금리는 바로 이 미국 국채금리에 영향을 받는다. 간단히 말해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국내 대출금리도 함께 오르는 것이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미국 3년 만기 국채금리와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2000년 이후 국내 주택담보 대출금리에 선행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예금금리는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연동돼 있기 때문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려도 바로 오르지 않는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미국이 한국보다 빠르기 때문에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국내 대출금리 상승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진다. 이미 국내 대출금리는 빠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말 공개한 ‘1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가계대출금리가 3.71%로 3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담보 대출금리는 3.47%로 2016년 말보다 0.34%포인트 높아졌다.

이렇게 되면 1400조원이 넘는 국내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10조원 정도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빚에 허덕이는 부실 위험 가구가 2016년 3월 말 기준으로 126만3000가구에 달했는데, 지금은 더 늘었을 가능성이 크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대출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계가구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거 두 차례 금리 역전 때는 외자 유입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드물긴 해도 아예 새로운 상황은 아니다. 지난 20년간 두 차례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 적이 있었다. 1999년 7월~2001년 3월, 2005년 8월~2007년 9월에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았다.

금리만 놓고 보면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면 외국인 투자금이 한국을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금의 움직임을 결정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국제 금융시장의 상황이나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과 선진국의 성장률 격차, 외국인 투자금 중 장기 투자의 비중이 큰 공공자금 비율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과거 두 차례 기준금리 역전 기간에 외국인 투자금은 오히려 순유입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99년 7월~2001년 3월에 외국인 주식 투자는 197억달러 순유입됐고, 채권 투자는 24억달러 순유출됐다. 증권 투자 전체로 보면 173억달러 순유입이었다. 여기에 기타 투자와 직접 투자를 합친 전체 자본 유·출입은 147억달러 순유입을 기록했다.

2005년 8월~2007년 9월에도 전체 자본 유·출입은 75억달러 순유입이었다. 주식 투자에서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무역 신용, 대출 등을 포함하는 기타 투자에서 돈이 들어왔다. LG경제연구원은 과거와 비교해 외화 부채가 줄어들고 국가신용등급, 외환 건전성 등이 좋아졌기 때문에 기준금리 역전에 따른 리스크가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주열 총재는 “과거 외국인 자본 유·출입은 국제 금융시장에 큰 충격이 있거나 일부 신흥국 상황이 불안해질 때 주로 발생했다”며 “금리 차이만으로 외국인 투자금 유출이 확대된 사례는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환율도 눈여겨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역전되면 원화 환율이 오르기 마련이다. 외국인 투자금이 한국을 빠져나가면 달러화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거 두 차례 금리 역전 시기에는 오히려 원화 강세를 보였다. 자본 유·출입이 순유입을 기록한 것처럼 금리 차이보다 다른 변수가 더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무역전쟁 위기감이 커지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금리 차이와 무관하게 원화 환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당장은 금리 차이가 자본 유·출입이나 환율에 큰 영향이 없을지 몰라도 상황이 장기화되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유승선 국회예산처 경제분석관은 “미국의 통화 긴축에 따른 해외 자본 이탈 위험이 커졌기 때문에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plus point

대만은 이미 금리 역전

경제 상황을 판단할 때 한국과 대만은 서로를 반면교사 삼는 경우가 많다. 대만에서는 이미 기준금리 역전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이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1.25~1.5%로 인상하면서부터다. 대만의 기준금리는 2016년 6월 이후 1.375%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처럼 내수시장이 작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대만 경제는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대만 주식시장에서는 올해 1~2월에 7억1700만달러의 외국인 투자금이 순유출됐다. 다만 한국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 신흥국들도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금이 순유출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순히 금리 역전 현상 때문으로 보기는 힘들다. 대만 주식시장의 대표 지수인 가권지수는 연초 상승세를 타다 무역전쟁 우려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대만 정부는 자본 유출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 조례를 개정하는 등 투자 유치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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