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대 젊은 고객을 중심으로 인터넷은행을 통해 예금·대출 업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에서 작은 분식점 장사를 시작한 이모(35)씨는 밤 10시에 가게 문을 닫고 ‘카카오뱅크’ 앱으로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신청했다. 임대료, 전기료, 알바비 등을 쓰고 나면 생활비도 감당하기 버거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씨가 버는 돈은 연간 기준으로 15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약 5분간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니 이씨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가 연간 3.9%로 산정됐다. 총대출 한도가 300만원으로 적긴 했지만,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5.9%, 4000만원 한도)보다 훨씬 낮았다. 이씨는 “은행에 가지 않아도 그때그때 필요한 급전을 낮은 금리로 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국내에 문을 연 지 1년을 맞으면서 ‘손 안의 은행’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케이뱅크’에서 시작된 인터넷은행은 은행 점포를 두지 않고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서만 예금·대출 등 각종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렇게 절감한 사업비는 대출 금리를 낮추고 예금 금리를 올리는 데 쓴다. 시중은행이 1% 중반대 정기 예금금리를 줄 때 인터넷은행은 2% 중반대 정기예금을 내놓는 식이다.

지난 3월 말까지 1년간 케이뱅크는 71만명에 달하는 고객을 모았다. 이들이 케이뱅크에 맡긴 예금은 1조2900억원, 빌려 간 대출은 1조300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7월 말 출범한 후발주자 카카오뱅크의 성장세는 더 매섭다. 월 실제 사용자만 4300만명가량에 달하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 힘입어 약 8개월 만에 567만명을 끌어모았다. 카카오톡 앱이 스마트폰에 깔려 있을 경우 더 쉽게 카카오뱅크 앱을 설치, 이용할 수 있다는 강력한 접근성이 고객 유치에 큰 몫을 했다. 같은 기간 예금과 대출 규모는 각각 7조1300억원, 5조8600억원에 달했다.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은 3일 출범 1년 기자간담회에서 “계좌 개설부터 대출까지 모든 금융 서비스를 비대면으로 365일 24시간 제공하면서 금융의 혁신을 이끌었다”고 자평했다. 카카오뱅크가 작년 말 시간대별 계좌 개설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체 가입자의 절반가량은 은행 업무 시간(9~16시)이 아닌 때 업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 업무 시간의 경계가 사라진 셈이다.

인터넷은행의 폭발적 성장세는 스마트폰에 능숙한 ‘엄지족’이 주도하고 있다. 20~40대 고객 비율이 전체 90%에 육박할 정도다. 시중은행의 인터넷·모바일 뱅킹 서비스가 있는데도 인터넷은행이 주목받는 이유는 공인인증서 없이도 간단한 계좌이체 등의 업무를 볼 수 있다는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로그인→이체정보 입력→보안카드 또는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로 추가 인증’ 등을 거쳐야 하던 것을 ‘패턴 그리기 로그인→이체정보 입력→인증 비밀번호 입력’으로 단순화한 것이다. 영문자·숫자·특수문자 10자리 이상 조합으로 구성된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누르고 보안카드나 OTP 숫자를 확인하는 수고를 덜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시중은행들도 기존 모바일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올해 2월 기존 6개로 난립하던 금융 앱을 하나로 합친 모바일뱅킹 앱 ‘쏠(SOL)’을 선보였다. 공인인증서, 간편 비밀번호, 패턴, 바이오 인증 등 고객 취향에 따라 로그인 방법을 택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대출 업무 시 은행 지점을 방문해 신분증, 재직증명서, 근로소득 원천징수영수증 등 각종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앤 것도 인터넷은행의 강점이다.


중금리 대출 확대가 과제

기존 시중은행이 못하고 있던 중금리 대출 사업 확대는 과제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연 5% 미만 금리 신용대출 비율은 96%가 넘는다. 케이뱅크도 이 비율이 43.8%다.

인터넷은행이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가 제한적이어서 수익을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케이뱅크는 838억원, 카카오뱅크는 104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인터넷은행이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시점이 2022년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Plus Point

인터넷은행도 못 넘은 ‘銀産분리’ 문턱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는 각각 우리은행(13.8%)과 한국투자금융지주(58%)다. 당초 ICT(정보통신기술) 업계 등 비금융회사가 주도해 은행을 만들어 금융 혁신을 추진하자는 취지에서 출범한 인터넷은행이 ‘은산(銀産)분리’라는 걸림돌에 막힌 탓에 여전히 금융회사가 주도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는 KT와 카카오여야 한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소유하는 데 제한을 두는 제도다.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하면, 고객 돈을 사금고화할 가능성이 있어 이를 방지하자는 취지다.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의결권이 있는 은행 지분을 4% 이상 가질 수 없다.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으면 최대 10%까지 지분을 보유할 수 있다. 현재 KT와 카카오의 인터넷은행 지분은 꼭 10%다.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의결권 지분을 50%까지 늘리는 은행법 개정안과 34%까지 허용하되 5년마다 재심사를 받게 하는 인터넷은행특례법안 등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은산분리 완화가 시급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인터넷은행 성장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은행 역시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 비율 8%를 맞춰야 한다. BIS 비율은 자기자본을 대출 등 위험자산으로 나눈 것인데, 대출이 늘어나는 경우 자기자본도 같이 늘려줘야 이를 유지할 수 있다. KT와 카카오가 증자에 나설 경우 지분이 더 올라가기 때문에 현재로선 이도 불가능하다. 케이뱅크가 출범 초 출시했던 직장인 신용대출이 예상보다 인기가 좋자 취급을 잠시 중단하기도 했던 건 이 때문이었다. 자본 확충이 되지 않으면 기업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같은 규모가 큰 대출은 취급하기 어렵다.

장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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