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기반의 파일 저장 서비스 업체인 드롭박스가 지난 3월 23일 나스닥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 블룸버그

2017년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기업공개(IPO) 시장이 열린 때였다.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에서 약 1700개의 기업이 IPO에 나섰다. 전년 대비 44% 증가한 규모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7년 이후 가장 큰 규모였다. 기업들이 IPO로 조달한 자금은 1960억달러(약 210조1000억원)에 달했다.

한 번 달아오른 IPO 시장의 열기가 올해까지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달 초 기사에서 올해 1분기 미국의 IPO 시장이 2015년 이후 가장 좋은 실적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올해 1분기에 미국에서는 모두 43개 기업이 IPO에 나서서 156억달러를 모았다. 10년 이내 가장 큰 규모의 장이 섰던 지난해 1분기에는 25개 기업이 IPO에 나서서 99억달러를 모았다. 여러 전문가가 올해 IPO 시장이 작년을 뛰어넘는 활황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특히 올해 IPO에 나서는 기업 중에는 덩치가 큰 곳이 많다. 대표적인 기업이 드롭박스(Dropbox)다. 클라우드 기반의 파일 저장 서비스 업체인 드롭박스는 지난달 23일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됐다. 주당 21달러에 거래를 시작한 드롭박스 주가는 장중 38%나 오르며 30달러를 넘어섰고, 이후 30달러 선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포티파이(Spotify)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스포티파이는 지난 3일 뉴욕증시에 상장됐다. 증시 전문가들이 예상한 스포티파이 주가는 132달러였는데 첫 거래부터 165.9달러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26% 정도 웃도는 주가를 기록하며 테크 기업들의 IPO 흥행을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지금은 150달러 안팎의 주가를 기록하고 있다.

이 밖에도 올해 1분기에는 미국 최대 가정보안 업체인 ADT와 클라우드 기반 정보보안 업체인 제트스케일러(Zscaler) 등이 IPO 시장에 뛰어들었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리스트인 프레드 윌슨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돌발 변수만 없다면 2018년과 2019년은 테크 기업 IPO의 호황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거래소들, 샤오미 유치전 치열

윌슨의 전망대로 올해 글로벌 IPO 시장에는 굵직한 기업들이 등판을 준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건 중국 굴지의 정보기술(IT) 기업인 샤오미다. 샤오미는 지난 1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을 IPO 주관사로 선정했다.

레이쥔(雷軍) 회장이 이끄는 샤오미는 스마트폰에서 시작해 각종 전기·전자제품을 만들며 빠르게 성장했다. 샤오미의 지난해 매출액 목표는 1000억위안(약 17조원)이었는데, 지난해 10월에 매출 목표를 조기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말 기준으로 샤오미의 기업가치는 450억달러 정도인데, IPO에 나서면 기업가치가 단숨에 1000억달러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샤오미를 유치하기 위한 세계 증권거래소의 경쟁도 치열하다. 뉴욕증시에 상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가 하면 홍콩증시에 상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기사도 있다. 어느 주식시장에 상장하더라도 샤오미가 올해 가장 큰 규모의 IPO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샤오미만큼은 아니지만 리프트(Lyft)도 올해 IPO 시장의 기대주다. 미국 2위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인 리프트는 117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의 투자를 받으며 자율주행 등 미래 자동차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다. 디지털 서명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도큐사인(Docusign)과 네덜란드의 온라인 결제 서비스 업체인 애드옌(Adyen)도 올해 상장을 앞두고 있다.

게레스 맥카시 UBS증권 자본시장 대표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기업가치가 100억달러를 넘는 스타트업들의 상장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IPO의 규모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한국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올해 1분기 한국에서는 모두 13개 기업이 IPO에 나서서 4800억원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1분기 기준으로 공모 건수와 공모 금액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 SK루브리컨츠, 교보생명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하반기에 IPO를 앞두고 있어 올해 내내 IPO 시장의 열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Plus Point

블록체인 기술로도 자금 조달

지난 3일 뉴욕증시에 상장한 스포티파이는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다른 기업들의 관심도 한 몸에 받았다. 스포티파이가 직상장이라는 이례적인 방식으로 IPO에 나섰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IPO는 공모 절차를 거쳐 신주를 발행하고 이를 통해 신규 자금을 유치하는 방식을 택한다. 신주를 발행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은행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시장 수급 평가, 공모가 산정 등 여러 단계에 거쳐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반면 직상장은 이런 복잡한 절차 없이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증권거래소에 바로 상장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공모 절차가 없기 때문에 상장 주관사를 둘 필요가 없고, 이 과정에서 들어가는 많은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 빠르고 신속하게 상장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스포티파이가 상장 이후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이면서 다른 테크 기업들도 직상장을 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우버나 에어비앤비 등 IPO를 준비하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테크 기업들이 상장 방식을 놓고 다양한 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경제 매체인 블룸버그는 “스포티파이의 직상장이 성공하면 IT 기업들의 IPO 방식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IT 전문 매체인 리코드도 “점점 더 많은 IT 기업이 직상장을 선택하면 투자은행들은 갈수록 어려운 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ICO(Initial Coin Offering·암호화폐공개)도 기업 자금 조달의 새로운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암호화 메신저 서비스 업체인 텔레그램이 올해 두 번의 ICO로 17억달러를 확보했고, 국내 기업인 카카오나 네이버 자회사인 라인도 ICO를 검토 중이다. 상반기 중에 ICO로 자금 조달을 준비하고 있는 한 스타트업 대표는 “단순히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것뿐 아니라 우리의 기술력을 홍보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여러 IT 스타트업이 ICO에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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