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억25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넷플릭스는 자체 콘텐츠 제작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전 세계 1억25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넷플릭스는 자체 콘텐츠 제작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도널드 트럼프발(發) 미·중 무역 갈등이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는데도 대형 기술주인 ‘팡(FAANG: 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의 알파벳 첫글자)’의 고공행진이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주춤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인터넷이 생긴 이후 가장 강력한 수준의 개인정보 보호 규제’라는 평가를 받는 개정 GDPR(유럽의 개인정보 보호 규정) 시행으로 ‘팡이 증시를 주도하는 시대는 끝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팡 주식을 담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부터 6월 26일(현지시각)까지 팡 주식은 평균 30% 넘게 올랐다. 같은 기간 S&P 500 지수가 0.4% 오르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상승률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무역 갈등과 금리 인상 등 거시경제 리스크가 있는 상황에서 팡이 일종의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팡 중에서도 넷플릭스의 주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6월 26일 기준 넷플릭스 주가는 399달러로 200달러 수준이었던 연초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아마존이 40.4% 상승하며 그 뒤를 잇고 있다. 페이스북(7.8%)과 애플(7.1%)·구글(3.3%)은 한 자릿수 상승에 그쳤다.

전 세계 1억2500만 명의 유료 가입자를 보유한 넷플릭스는 다양한 자체 제작 콘텐츠로 신규 가입자를 확보하고 기존 가입자가 더 많은 콘텐츠를 소비하며 더 오래 체류하게 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매출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며 지난해 116억9271만달러(약 13조원)를 기록했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는 최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넷플릭스가 많은 콘텐츠를 만들수록 더 많은 시청을 유도할 수 있고, 더 많은 시청은 더 많은 가입자를, 더 많은 가입자는 더 큰 매출을, 더 큰 매출은 다시 더 많은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한다”며 콘텐츠 제작이 가져오는 선순환 구조에 대해 설명했다. 헤스 테리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내년부터는 넷플릭스가 자체 콘텐츠 제작을 위해 투입하는 비용 증가분보다 매출 증가분이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지금으로부터 10년 뒤인 2028년 넷플릭스의 가입자가 3억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넷플릭스가 압도적으로 투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는 이유를 수치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6월 20일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 월트디즈니가 21세기폭스를 713억달러(약 80조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미국 최대 케이블방송 컴캐스트와 21세기폭스 인수 경쟁을 벌였던 디즈니는 당초 제시했던 524억달러에서 무려 189억달러나 더 얹는 파격 조건을 제시해 인수를 성사시켰다. 디즈니가 거액을 주고 인수에 나선 배경에는 글로벌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계산이 담겨 있다. ‘플랫폼 전쟁’의 저자 김조한 곰앤컴퍼니 미래전략그룹 이사는 “미디어 업계의 거물인 디즈니가 거액을 주고 21세기폭스를 인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넷플릭스가 미디어 업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라고 말했다. 디즈니는 21세기폭스 인수로 자체 콘텐츠를 강화해 넷플릭스에 맞불을 놓겠다는 계획이다.


“꼭지 찍었다” vs “더 오를 것” 

시가총액 1조달러(약 1100조원) 달성을 앞둔 애플과 아마존의 경쟁도 치열하다. 26일 기준으로는 애플의 시가총액은 9065억달러로 아마존(8207억달러)을 앞서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 성장 둔화에 따라 애플의 주가 상승세가 다소 주춤하고 있어 아마존의 역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아마존은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선전과 유료 회원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의 연회비 인상 등에 힘입어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매출액은 지난 1분기(1~3월)의 경우 54억4000만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9%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세는 6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아마존은 또 10분기 연속으로 10억달러가 넘는 순이익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그동안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상당 부분 면제받았던 판매세(sales tax)를 고스란히 내야 할 상황에 처했는데, 그럼에도 어떻게 경쟁력을 높일수 있을지가 과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6월 21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전자상거래 업체에도 판매세를 징수해야 한다’는 법안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기존 판례에 따르면 주정부는 주 내에 점포나 물류센터 등 물리적 거점이 없는 업체에 대해 판매세를 강제 징수할 수 없었다. 미국의 판매세는 한국의 부가가치세, 일본의 소비세처럼 일률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연방정부가 아닌 주정부가 징수하며 세율도 주에 따라 5~9% 정도로 다르다. 그동안 재정난에 시달린 많은 주들은 기존 판례 때문에 거액의 세수를 잃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전자상거래 업체에 판매세 징수를 강제할 수 있다면, 주정부들이 2017년 기준 최대 134억달러(약 15조원)의 세금을 거둘 수 있었을 것이라고 업계는 추정한다.

아마존은 이미 주정부 요구를 일부 받아들여 왔다. 작년부터 전국 각지에 자체 물류 시설을 두고 배달 시간을 단축하는 대신 판매세가 있는 모든 주에서 판매세 부과를 일부 수용했다. 다만 부과 대상은 아마존이 직접 판매하는 제품에 한정했고 제3자가 아마존을 장터로 활용하는 ‘마켓 플레이스’ 분야는 여전히 제외해 왔다. 앞으로 모든 품목에 판매세가 부과될 경우 아마존 등 전자상거래 업체의 경쟁력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팡 주식은 계속 상승세를 이어 갈 수 있을까. FT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똑똑한 투자자들은 이미 정점을 찍은 팡 주식을 대신할 탈출구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김범준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하반기에도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큰 만큼 네트워크 효과(제품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효용이 커지는 효과)를 누리고 있는 ‘팡’의 상승 여력이 더 있다”고 강조했다.


plus point

트럼프 효과? 부진했던 트위터도 부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소통 창구로 활용되고 있는 트위터도 실적 개선에 힘입어 주가가 반등하고 있다. 6월 26일 기준 트위터 주가는 44.8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무려 83%가 넘게 올랐다. 지난해 4분기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다 S&P 500 지수에 편입되는 등 호재가 이어진 덕분이었다. S&P 500 지수는 미국 신용평가사 S&P가 미국 증시에 상장된 500개 우량 기업을 대상으로 작성하는 대표 지수다.

2013년 11월 상장한 트위터는 적자 행진을 이어 갔다. 한때 소셜미디어 경쟁사로 함께 거론됐던 페이스북이 전 세계 20억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승승장구한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었다. 이에 트위터 이사회는 2008년 공동창업자와의 경영권 다툼에서 밀려났던 잭 도시 트위터 공동창업자를 다시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도시는 트위터의 정체성과도 같은 글자 수 제한을 140자에서 280자로 두 배 늘리고, 동영상 중계 서비스도 강화했다. 동영상 중계는 광고 매출로 연결될 만큼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6억5500만달러) 가운데 광고 매출이 5억7500만달러로 90%에 육박하고 있다.

장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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