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2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이 북한 경제 개방의 주요 수혜자가 될 것”이라며 “한국 주식 투자자들이 통일펀드에 수천만달러의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이자산운용의 김연수 펀드매니저는 FT와의 인터뷰에서 “통일은 한국 경제에 강한 성장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본다”며 “정확한 시기는 모르지만 결국에는 통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자산운용은 대표적인 통일펀드인 ‘하이 코리아 통일르네상스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FT의 보도대로 한국 주식시장에 통일펀드 바람이 불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남·북, 미·북 관계가 개선되면서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고, 남북 경제협력(경협)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통일펀드에도 덩달아 관심이 커지고 있다. 펀드평가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있는 8개 통일펀드에 올해 들어서만 268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국내 주식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거둔 성과라 통일펀드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사실 통일펀드 붐은 전 정권에서 시작됐다.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통일 대박론’을 들고 나오면서 여러 증권사와 운용사가 통일펀드를 출시했다. 하이자산운용의 하이 코리아 통일르네상스 펀드나 신영자산운용의 ‘신영 마라톤 통일코리아 펀드’가 이때 출시된 대표적인 통일펀드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통일 대박론이 이렇다 할 결과물 없이 흐지부지되면서 통일펀드도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명박 정부 시절 녹색성장펀드가 정권의 기조에 맞춰서 잠깐 반짝하다 사라진 것처럼 통일펀드도 같은 운명을 맞이하는 듯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 통일펀드에 다시 햇볕이 들었다. 남북 관계 개선 바람을 타고 남북 경협 종목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통일펀드도 다시 주목을 받은 것이다. 다른 자산운용사도 적극적으로 통일펀드를 내놓고 있다. KB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이 기존 주식형 펀드를 통일펀드로 리모델링해서 판매하고 있고, 하나UBS자산운용도 1999년부터 운용하고 있는 펀드를 통일펀드로 바꿔서 내놨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중국 주식에도 투자하는 통일펀드를 조만간 출시하기로 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북한 개방과 관련된 다양한 금융 상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남북 협력 강화로 인한 영향이 통일펀드의 성과로 이어진다면, 통일펀드가 단기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섹터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통일펀드는 기본적으로 남북 관계가 개선되는 과정에서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에 투자하는 펀드다. 하지만 국내에 출시된 통일펀드는 남북 경협주보다 삼성전자 같은 대형주 투자 비율이 높은 경우가 많다. 남북 관계가 좋아지면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부정적인 전망이 해소되면서 삼성전자 같은 대형주도 수혜가 있을 수 있지만, 통일펀드라는 이름에는 맞지 않다. 실제로 신영 마라톤 통일코리아 펀드나 하이 코리아 통일르네상스 펀드는 투자 종목 가운데 삼성전자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연초 이후 수익 내는 펀드 없어
이렇다 보니 국내 주식시장이 부진하면 남북 관계 개선과 무관하게 통일펀드 수익률도 떨어지고는 한다. 올해 들어서 남북 관계 개선이 급진전되고 있지만, 통일펀드 가운데 연초 이후 수익을 내고 있는 펀드는 단 하나도 없다. 기간을 최근 1년으로 넓혀도 하이 코리아 통일르네상스 펀드만 4.92%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고, 다른 펀드들은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고 있다.
김후정 연구원은 “통일펀드 같은 테마펀드가 확실한 자리를 잡으려면 투자 테마가 확실하거나 다른 액티브펀드보다 뚜렷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며 “북한 경제 개발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인 만큼, 통일펀드 투자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plus point “통일펀드 시기상조…제재부터 풀려야” ![]() 삼성증권은 지난달 증권업계 최초로 북한 관련 전담 리서치팀인 ‘북한투자전략팀’을 만들었다. 기존에 투자전략팀에서 하던 북한 관련 리서치 기능을 떼어내 전담 조직을 만든 것이다. 앞으로 남북 경제협력이 확대되면 북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질 것으로 보고 한발 앞서 움직였다. 유승민 삼성증권 북한투자전략팀장을 만나 주식 투자자의 입장에서 북한을 어떻게 봐야 할지를 물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북한은 어떤 매력이 있나.
외국 투자자들도 남북 관계 개선에 관심이 많나.
통일펀드가 다시 관심을 모으는데, 어떻게 전망하나. |
이번주 인기 기사
-
단골 넘어 입소문·제작 참여 팬을 만드는 마케팅 가성비보다 열정·즐거움·가치 공유 팬덤 키워 경제 위기 돌파
-
[르포] 美 제조업 혁신 아이콘 된 LG전자 테네시 공장 로봇이 쌓고 옮기고 불량 체크…미래 스마트 공장 현실로
-
[Interview]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 “올 2분기, 실수요자 내 집 마련 적기…재건축 아파트 주목”
-
[르포] SK온, 美 단일 부지 내 최대 규모 배터리 생산 매년 픽업트럭 82만 대분 배터리 쏟아내는 SK·포드 합작 공장
-
김지수의 파워 인터뷰 |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 “극한 배려 사회… 세심한 자가 살아남는다”
-
김작가의 글이 되는 음악 메가히트 신인 걸그룹 ‘뉴진스’의 새로운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