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암사동에 사는 이모(33)씨는 월 50만원씩 매년 600만원의 월세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씨는 월세 지출액이 세액공제가 되는 줄 알지 못해 2017년 연말정산에서 누락했다.
연말정산은 1년 동안 월급에서 미리 떼어 납입한 세금 중 꼭 필요한 지출로 인정되는 금액은 돌려주고, 덜 낸 세금이 있다면 추가로 내도록 하는 제도다. 이씨가 월세를 공제 신청했다면 600만원의 10%인 60만원의 세금을 덜 내도 됐다. 이씨는 “놓친 공제 금액이 꽤 돼서 다시 국세청에 환급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1월 15일부터 국세청 홈택스(납세 자동화시스템 웹사이트)에서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에 따라 누구나 홈택스에 접속해 2018년 연말정산을 위한 본인의 소득‧세액공제 항목을 열람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씨가 지출한 월세처럼 국세청 전산에 잡히지 않고 본인도 공제되는 줄 몰라 누락한 지출도 많다. 어떤 것들이 공제받을 수 있는 항목인지 살펴봤다.
1│월세 지급액, 최대 750만원 세액공제
많은 근로자가 연말정산에서 누락하는 공제 중 하나는 월세 지급액이다. 연간 총급여 7000만원 이하의 무주택 근로자 또는 종합소득(임대소득·사업소득 등) 6000만원 이하 사업자는 월세를 최대 750만원까지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 기본 세액공제비율은 10%가 적용되지만 총급여가 5500만원 이하인 근로자 또는 종합소득금액이 4000만원 이하인 사업자는 12%를 공제해준다. 단 주거하는 곳이 85㎡(25.7평) 이하의 주택(주거용 오피스텔이나 고시원 포함)이거나 이보다 큰 주거 공간이라도 기준시가가 3억원 이하인 주택이어야 한다.
월세를 지급한 계좌이체 영수증 또는 무통장입금증을 임대차계약서 사본과 함께 회사에 제출하면 공제받을 수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세무팀장은 “다른 공제의 경우 각자 적용되는 세율에 따라 공제되는 금액이 달라질 수 있지만 월세에 대한 세액공제는 단순하게 월세로 낸 금액의 10%만큼이 세액에서 빠진다”며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월세가 높은 경우가 많아 상당한 금액의 혜택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월세를 세액공제 받을 때 집주인의 동의를 받을 필요는 없다. 다만 임대차계약을 할 때 세액공제를 할 경우에는 임대료를 추가로 더 내야 한다는 조항을 달아 계약서를 작성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를 확인해야 한다. 임대소득이 드러나는 것을 꺼려 국세청에 월세소득신고를 하지 않는 집주인이 많은데 세입자가 세액공제 신청을 하면 집주인이 소득신고를 하지 않는 것을 국세청이 알게 된다. 이 때문에 계약 단계에서부터 세액공제 신청을 하면 추가 임대료를 받겠다는 조항을 끼워 넣어 세액공제 신청을 막는 것이다.
변선보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는 “이런 식의 임대차계약도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체결한 것이라 효력은 있지만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목적이라면 나중에라도 세법 등에 대한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했다.
2│태권도장·미술학원비도 공제
어린 자녀를 키우는 경우에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지불한 특별활동비(도서구입비 포함)도 세액공제 신청을 해야 한다. 다만 현장학습비나 재료비(물감, 찰흙 등), 차량운행비는 공제 대상이 아니다. 미술학원이나 태권도장 등 주 1회 이상 월 단위로 교육받은 학원 또는 체육시설에서 지출한 비용도 공제받을 수 있다. 이런 비용은 국세청에서 조회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원 등에서 영수증을 발급받아 제출해야 한다.
의료비도 꼼꼼히 살펴봐야 할 세액 공제항목이다. 의료비 공제항목은 국세청 통합 시스템에 자동으로 반영돼서 산정되기는 하지만 일부 누락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우병탁 팀장은 “실제 다녔던 약국과 병원이 국세청 전산에 들어와 있지 않고 빠져 있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이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본인 또는 부양가족의 안경과 콘택트렌즈의 구입 비용도 국세청 전산에서 자동으로 확인되지 않는 대표적인 의료비 항목이다. 안경점에서 사용자의 이름과 시력교정용으로 명시된 영수증을 발급받아 회사에 제출하면 의료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보청기, 휠체어 등 장애인보장구를 구입하거나 빌린 비용도 영수증을 발급받아 제출하면 의료비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의료비는 총급여의 3% 이상을 초과해서 지출한 금액만 공제 대상이 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연봉이 1억원인 직장인이 250만원을 의료비로 지출했다면 3%(300만원)가 넘지 않기 때문에 공제받을 수 없다. 만약 이 직장인의 배우자 연소득이 5000만원일 경우라면 의료비 지출액 250만원을 배우자의 세액공제 항목으로 이전할 수 있다. 배우자의 경우 3%(150만원)가 넘는 100만원에 대해서 의료비 공제율 15%(15만원)만큼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연소득을 비교해서 더 적은 배우자 쪽으로 의료비 지출액을 넘기는 게 유리하다. 난임 시술비는 일반 의료비보다 5%포인트 높은 20%의 공제율이 적용된다.
3│교복비 소득공제 1인당 50만원까지
중·고등학생 학부모들은 교복 구입비용을 공제받아야 한다. 학생 1명당 연간 50만원 한도로 교육비 세액공제가 가능한데, 국세청에서 조회되지 않는 경우 해당 구입처에서 연말정산용 영수증을 발급받아 제출하면 된다.
암, 치매, 난치성 질환 등 중증환자가 부양가족(기본 공제 대상자)에 포함될 경우에는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서명 또는 날인한 장애인증명서를 발급받아 회사에 제출하면 1인당 200만원의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또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이나 상이유공자는 해당 기관에서 발급한 장애인등록증 사본과 상이자증명서를 제출하면 된다. 정원준 한화생명 세무사는 “다양한 공제 항목이 국세청 전산으로는 열람이 불가능해 개인이 신경 써 제출하지 않으면 누락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연말정산을 앞두고는 자신이 그동안 쓴 지출이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인지를 틈틈이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놓친 공제는 5년 안에 재신청 가능
연말 정산과정에서 챙기지 못해 누락한 공제가 있다면 5년이 지나기 전까지는 다시 공제 신청할 수 있다. 이렇게 누락된 항목을 다시 공제받는 것을 경정청구라고 하는데, 국세청 홈택스의 홈페이지에서 ‘경정청구 자동작성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홈택스에서 ‘신고/납부’→‘종합소득세’→‘경정청구 작성’의 단계로 접속해 신청할 수 있다. 본인 주소지의 관할 세무서를 방문해 경정청구서를 직접 작성하거나 세무대리인에게 의뢰해 환급신청을 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