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염을 앓고 내과에서 링거를 맞은 직장인 이석구(28)씨는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가입자이지만, 진료비를 보험사에 청구하지 않았다. 진료 당일 병원에서 진료비 세부내역서·진단서를 떼는 것을 깜빡했는데,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서류를 떼러 다시 병원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진료비 4만원에서 자기부담금(1만원), 서류 발급 수수료 2000원을 빼면 2만8000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병원에 또 다녀올 만큼 큰 금액이 아니라는 생각에 청구를 포기했다.

이처럼 서류를 환자가 일일이 발급받아야 하는 실손보험의 불편한 보험금 청구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부(금융위원회)·국회·시민단체·보험업계에서 한목소리로 나오고 있다. 실손보험의 보험금 청구 간소화는 전산 시스템을 구축해 의료 기관이 보험사로 청구에 필요한 내역을 보내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2009년 “불편한 실손보험 청구 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한 지 올해로 10년째지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여전히 제자리다. 의료계가 이를 거세게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쟁점들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의료계에서 반대하는 이유는.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의료법은 의료 기관이 환자가 아닌 타인에게 의료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사본을 주는 것을 금지한다. 환자도 모르는 새 의료 정보가 보험사로 무분별하게 넘어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실손보험은 민간회사가 운영하는 서비스인데, 이들과 아무 관계 없는 의료 기관에 환자 대신 서류를 보내라고 부담을 주는 게 부당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현재 병원의 수익 구조 탓이라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현재 병원들은 도수 치료 등 비싼 비급여 진료 항목으로 급여 진료 항목의 낮은 수익성을 보전하고 있다. 비급여 진료 항목 내역이 전산에 쌓이게 되면, 수가를 낮추라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보험업계는 이를 어떻게 반박하나.
“우선, 현재 추진되는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절차는 의료 기관이 환자 동의 없이 자동으로 보험사에 서류를 보내는 방식이 아니다. 환자가 진료를 받은 후 스마트폰 앱을 통해 보내고 싶은 증빙 서류를 선택해 보험사에 전송하는 방식이다. 의료 기관은 환자가 진료 기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기만 하면 된다. 게다가 환자가 직접 청구하는 것이므로, 환자도 모르는 새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은 적다. 더불어 서류 발급 업무가 전산으로 대체되면 일일이 종이로 뽑을 때보다 의료 기관의 수고를 덜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금도 일부 보험사는 보험금 간편 청구 서비스를 하지 않나.
“그런 곳이 있기는 하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대형 병원은 대외 평판을 고려해 협약에 적극 나서지만, 작은 병원들은 진료비가 공개될 수 있어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KB손해보험은 지난해 5월부터 수도권 11개 종합 병원과 협약을 맺어, 진료 시 환자가 동의하면 병원 기록을 바로 보험사로 전송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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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의료보험 가입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입원하거나 통원 치료를 받았을 때, 실제 부담한 의료비를 보험사가 돌려주는 상품이다. 의료비 중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원하는 ‘급여 진료 항목’의 본인 부담금과 건보공단이 지원하지 않는 ‘비급여 진료 항목’을 보장한다. 2018년 6월 기준 실손의료보험 가입 건수는 3400만 건이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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