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행객이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사후 면세 신청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한 여행객이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사후 면세 신청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이모(31)씨는 지난달 이탈리아 피렌체를 여행하면서 프라다 핸드백을 구입했다. 350유로짜리 핸드백이었지만 출국하면서 43.75유로를 사후 면세(택스리펀·Tax Refund)로 환급받아 306.25유로만 내고 구입했다. 한화로는 40만원 정도다. 이 핸드백은 국내 백화점에서 9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고 있다. 이씨는 “백화점 절반 가격도 안 되고 인터넷으로 해외직접구매를 해도 이보다 싸게 살 수 없는데 택스리펀 혜택까지 받아 정말 싸게 샀다”고 했다.

이씨가 받은 사후 면세는 외국인이 물건을 구입할 때 물건을 현지에서 사용하지 않고 본국으로 가져간다는 조건으로 물건 가격에 포함된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현재 일본, 싱가포르, 대만, 유럽 등 세계 34개국에서 사후 면세제도를 운용하고 있는데, 많게는 가격의 20%에 달하는 세금을 면제해주고 있다. 사후 면세혜택을 잘 활용하면 이씨처럼 국내에서보다 훨씬 싼 가격에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는 것이다.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휴가지에서 사후 면세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다.


1│가맹점에서 즉시 8% 면세되는 일본

국내 여행객이 가장 많이 가는 일본(753만 명·2018년 기준)은 비교적 편리한 사후 면세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사후 면세혜택 가맹점 한 곳에서 5400엔(세금 포함) 이상의 물건을 구입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통시장이나 백화점, 수퍼마켓 등 대부분의 상점이 사후 면세혜택 가맹점이다. 사후 면세혜택 가맹 여부를 알아보려면 상점에 사후 면세 중개회사의 로고가 붙어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글로벌 블루(Global Blue)’ ‘프리미어(Premier tax free)’ ‘트래블(travel TAX-FREE)’ ‘이노바(innova taxfree)’ 등이 사후 면세 중개회사인데 가맹점들은 각 중개회사의 로고를 붙여놓고 영업한다.

일본은 물건을 구매한 상점 또는 인근에 있는 ‘일괄 면세데스크’에서 사후 면세 환급금을 받아야 한다. 공항 등 다른 곳에서는 받을 수 없다. 또 환급금은 현금(엔화)으로만 지급된다.

상점에 따라 사후 면세 환급금을 받는 방법은 두 가지다. 상점 내에 면세데스크가 있는 경우 면세데스크에 여권과 영수증을 보여주면 8%의 환급금을 준다. 이때 면세데스크에서 구입한 물건의 정보를 기재한 ‘수출면세물품구입기록표’를 작성해주는데 이를 받아 본인이 보관해야 한다.

면세데스크가 없는 가맹점의 경우에는 일단 세금이 포함된 가격으로 물건을 구매한 후 그날 중에 인근에 위치한 일괄 면세데스크로 가 구매한 상품, 영수증, 여권을 제시하고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 일괄 면세데스크는 면세데스크가 없는 상점을 위해 사후 면세 환급업무를 처리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도 수출면세물품구입기록표를 받아둬야 한다. 수출면세물품구입기록표는 일본에서 출국할 때 공항 세관에 제출해야 한다.

사후 면세혜택을 받을 수 있는 주요 브랜드는 유니클로(의류), 빅카메라·야마다전기(가전제품), 돈키호테·마쓰모토키요시(생활 잡화점) 등이다. 국내에서 인기 있는 생활 잡화점 무인양품은 사후 면세 가맹점이 아니어서 단독 매장에서는 사후 면세혜택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사후 면세 가맹점인 백화점에 무인양품 매장이 있을 경우에는 혜택을 볼 수 있다.


2│최대 20%까지 환급받는 EU

유럽으로 떠나는 경우는 일본보다 더 많은 사후 면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 유럽은 국가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부가가치세의 평균 세율이 20% 안팎에 달한다. 세율이 높기 때문에 사후 면세로 환급받는 금액도 많다.

같은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라도 국가별로 사후 면세를 받기 위한 최소 구입 금액은 다르다. 에스토니아(38.01유로)나 핀란드(40유로), 독일(25유로)에서는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도 면세를 받을 수 있지만 프랑스·루마니아(175유로), 이탈리아(155유로)에서는 한국 돈으로 20만원가량을 써야 한다. 스페인에서는 최소 구입 금액 제한이 없어(2018년 8월 폐지) 1유로짜리 물건을 사도 사후 면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EU 회원국이지만 파운드화를 쓰고 있는 영국은 30파운드가 사후 면세혜택을 위한 최소 구입 금액이다. 유럽에서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블루 등 사후 면세 중개회사의 가맹점에서만 사후 면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여러 EU 국가에서 물건을 구매했다면 마지막에 출국하는 나라에서 한꺼번에 환급받을 수 있는 것도 EU 사후 면세혜택의 장점이다. 조일상 하나투어 홍보팀장은 “이탈리아를 거쳐 프랑스를 여행하고 귀국한 경우 프랑스에서 이탈리아의 사후 면세 환급도 일괄 신청해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상점이나 일괄 면세데스크에서 현금으로만 사후 면세 환급을 받을 수 있는 일본과 달리 유럽 국가들은 상점이나 시내의 환급소, 공항 등에서 사후 면세 환급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현금뿐 아니라 신용카드와 연계돼 있는 계좌로 환급금을 받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경우 카탈루냐 광장(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광장) 지하와 카사밀라(안토니오 가우디가 만든 바르셀로나의 대표 건축물) 거리에 2곳의 사후 면세 환급센터가 있다. 여권과 영수증을 지참하면 환급받을 수 있다. 단 자신 명의의 신용카드 번호를 알려줘야 한다. 사후 면세 환급을 받은 후 21일 안에 공항이나 국경지역 기차역에 있는 세관에서 사후 면세 환급서류에 도장(승인)을 받은 후 서류를 동봉해서 사후 면세 환급 전용 우체통에 넣어야 한다. 만약 승인받은 서류를 이 기한 안에 우체통에 넣지 않으면 적법한 환급이 아니라고 판단해서 환급해준 돈과 약간의 벌금을 신용카드에서 빼간다.

EU 회원국 중 이탈리아는 지난해 세법을 개정해 자국에서 작성된 사후 면세 환급서류에 대해서는 세관의 도장(승인)을 받지 않아도 환급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세관을 거치지 않고 글로벌 블루 등 사후 면세 중개회사에 서류를 제출하면 바로 돈을 준다. 다른 국가들은 모두 세관의 도장을 받아야 한다. 단, 다른 EU 회원국에서 발급받은 사후 면세 환급서류를 이탈리아에서 환급받을 때는 이탈리아 세관의 도장(승인)을 받아야 한다.


3│스위스는 별도로 면세받아야

EU 회원국이 아닌 스위스를 방문할 때는 별도의 환급 신청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기차를 타고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차례로 여행한 후 최종 여행 목적지인 스위스로 간다면 스위스 국경에 진입하기 전에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구입한 물품들의 사후 면세 신청을 해야 한다. 도모도솔라(이탈리아와 스위스의 국경) 등 국경지역에 있는 기차역에는 세관이 있는데 사후 면세 신청을 하려면 기차에서 잠시 내려 세관을 찾아가야 한다. 세관마다 운영시간이 있기 때문에 밤늦은 시간이나 이른 새벽에는 세관원을 만나지 못하고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TGV 등 특급열차는 세관원이 탑승해 사후 면세품목을 체크해주기도 한다. 스위스에서 추가로 구입한 물건은 출국할 때 공항에서 다시 사후 면세 신청을 하면 된다.

스위스를 먼저 방문하고 EU 회원국으로 갈 때도 스위스 국경을 벗어나기 전에 스위스에서 산 물건에 대해 사후 면세 신청을 해야 한다. 한 상점에서 300스위스프랑 이상 구입한 경우 8% 정도가 환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