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SM 레드벨벳, JYP 트와이스·있지(ITZY), YG 블랙핑크·위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 사진 각사
(왼쪽부터) SM 레드벨벳, JYP 트와이스·있지(ITZY), YG 블랙핑크·위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 사진 각사

K팝(K-pop) 열풍으로 기세등등했던 엔터주(株)가 추락하고 있다. 아직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마약과 도박이 관련된 대형 스캔들에 이어 한국 아이돌의 ‘텃밭’이었던 일본과 관계 악화 등 악재가 겹친 탓이다. 이미 주요 연예 기획사 주가는 모두 반 토막 났다. 최근 1년 새 고점과 현재를 비교해보면 에스엠(이하 SM)은 종가기준 지난해 11월 20일 5만6900원에서 올해 9월 4일 3만500원으로 46.4% 하락했다. JYP Ent.(이하 JYP)는 지난해 10월 23일 3만9800원으로 고점을 찍은 후 올해 9월 4일 1만9150원으로 51.8% 하락했다. 스캔들을 일으킨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이하 YG)는 올해 1월 7일 5만800원에서 9월 4일 2만2200원으로 56.3% 하락했다. 현 YG의 주가는 2011년 9월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말 1조원을 웃돌았던 SM과 JYP의 시가총액은 현재 각각 7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으며 YG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보다 4600억원이나 줄어든 4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앞서 지난해 말 현재 3사의 주가는 전년 말 대비 각각 50.7%(SM), 120%(JYP), 64.6%(YG)나 상승했었지만, 올해 2월 YG의 대표 그룹 빅뱅의 전 멤버 승리가 연루된 이른바 ‘버닝썬 사태’로 인해 주식시장 내 실적 부진 우려가 불안감을 조성하면서 엔터주 전반이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이어 양현석 YG 대표가 불법 도박 등의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는 등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대형 스캔들뿐 아니라 아이돌의 주요한 활동 무대인 일본과의 관계 악화까지 주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으로 대표되는 신(新)한류 열풍에 힘입어 고공행진하던 엔터주들이 올해 2월 ‘버닝썬 게이트’라는 악재를 만나 처참하게 추락하더니 7월부터 시작된 한·일 무역갈등이라는 날벼락을 맞아 ‘내우외환’에 처한 셈이다.

문제는 전망도 어둡다는 점이다. 증권가에서는 일본에서의 사업 제약 등이 앞으로 대형 기획사의 실적을 부진하게 만들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본과의 갈등이 부각되면서 엔터산업의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이 급감하고 있다. 2분기에 집중됐던 주요 아티스트들의 컴백도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했다. 현대차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실적전망 감소 및 한·일 관계 악화 등으로 SM의 목표주가를 기존 5만6000원에서 5만원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실제 주요 기획사들은 일본 관련 사업 계획을 줄줄이 축소하고 있다. SM은 최근 한·일 무역갈등뿐 아니라 내년 도쿄올림픽의 영향을 받아 지난해 회사 모객 수의 40% 이상을 차지했던 그룹 동방신기의 대규모 돔 투어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DB금융투자는 최근 JYP에 대해 외교 불확실성 리스크를 반영, 적정 멀티플(수익성 대비 기업 가치)을 조정했다.

YG는 최고경영자(CEO) 리스크에 한·일 갈등이 겹치면서 가장 큰 타격을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인 멤버가 포함된 아이돌 그룹(트레저13)이 데뷔를 앞두고 있는 데다 일본 매출 비중이 큰 그룹 아이콘과 빅뱅의 매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탓이다. 이미 YG의 올해 하반기 예정 콘서트 횟수는 29회로, 전년 동기(74회) 대비 61%나 축소된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3사 가운데 일본 매출이 안정기에 접어든 트와이스와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걸그룹 있지(ITZY)를 내세운 JYP가 상대적으로 일본발 악재가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ITZY의 성장잠재력이 높은 데다 트와이스 팬덤은 일본 현지화가 안정화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했다.

다만 증권가 일각에서는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일본 내 사업이 과거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중국 내 한류 금지령)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어 당분간은 관망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게임체인저’ 포부 빅히트 상장 여부에 주목

최근 가장 눈길이 쏠리는 회사는 BTS를 키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비상장사)다. 빅히트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2001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2142억원)에 이어 2년 연속 2000억원을 넘겼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도 391억원으로 SM(477억원)을 제외한 JYP(287억원), YG(95억원)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을 능가했다. 방시혁 빅히트 대표는 최근 기업설명회를 속속 개최하는 등 상장을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방 대표는 음악 산업의 ‘게임체인저’가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는 8월 21일 기업설명회에서 “빅히트가 꿈꾸는 것은 음악 산업의 혁신”이라고 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방 대표가 벤치마킹하는 분야는 기술 발전과 더불어 급성장한 한국 게임 산업이다. 한국인이 하루에 게임과 음악을 소비하는 시간은 비슷하지만, K게임과 K팝의 글로벌 시장 규모를 비교하면 K팝 위상은 한참 떨어지는 수준이라고 그는 판단하고 있다.

빅히트는 최근 아이돌 제작을 넘어 출판, 게임, 방송 제작, 티켓 판매까지 아우르는 메가 엔터테인먼트사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BTS 활동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진행 중인 광폭 인수·합병 행보는 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해 빅히트가 인수한 플랫폼 기업 비엔엑스는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와 커머스 플랫폼 ‘위플리’를 만들었다. 올해 6월 론칭한 ‘위버스’ 회원 수는 200만 명으로 지난 6년간 BTS 기존 팬 카페에 모인 150만 명을 훌쩍 넘어선다.

이 밖에도 빅히트는 출판사 비오리진, 걸그룹 여자친구의 소속사 쏘스뮤직 등 다양한 기업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어 추가 인수·합병 매물을 물색하고 있다.

김문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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